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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창모 최채흥 배제성 김민우 '훨훨', 프로야구 판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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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창모 최채흥 배제성 김민우 '훨훨', 프로야구 판도 바꾼다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0.05.27 10: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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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구창모(23) 배제성(24) 최채흥 김민우(이상 25).

프로야구를 가볍게 즐기던 팬들이라면 다소 생소한 이름들. KBO리그에 기분 좋은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지난 10년간 투수 평균자책점(ERA) 부문에서 톱10에서 20대 초중반 토종 투수들을 찾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올 시즌엔 톱5에 무려 4명의 어린 투수들이 자리하며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NC 다이노스 구창모(왼쪽)와 KT 위즈 배제성 등 젊은 투수들이 올 시즌 프로야구 판도를 바꿔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KT 위즈 제공]

 

2009년 김광현(32·당시 SK), 2010년 류현진(33·당시 한화)과 이듬해 윤석민(34·당시 KIA)은 3년 연속 ERA 1위 자리를 번갈아 차지하며 ‘류윤김’ 시대라는 말을 만들어냈다. 이들은 몇 년 동안 KBO리그 투수 부문 경쟁은 물론이고 국가대표 단골 투수들로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이들 이후론 만 25세 이하 선수들을 투수 성적표 상위권에서 찾아보는 일이 크게 줄었다. 올 시즌까지 2011년 차우찬(33·LG)이 ERA 3.69, 2012년 이용찬(31·두산)이 3.00, 2013년 이재학(30·NC)이 2.88로 주목을 받았고 2017년 박세웅(25·롯데)이 3.68로 선전하며 관심을 끌었지만 영건 투수들이 득세하는 시대는 갔다는 게 중론이었다.

그런 점에서 올 시즌 변화는 놀랍다. 국내 정상급 투수로 불렸던 이들은 하나 같이 어려움을 나타내고 있다. 양현종(32·KIA)이 3승 1패 ERA 3.43으로 가장 선전하고 있으나 후배들에 비해 크게 미치지 못하고 지난해 다승 2위 이영하(23·두산)는 1승 2패 ERA 5.75, 차우찬도 4경기에서 2승 2패 ERA 6.00로 부진에 빠져 있다.

 

구창모는 압도적 투구로 모든 구단이 두려워하는 투수로 성장했다. [사진=NC 다이노스 제공]

 

◆ 독보적 구창모, 류현진 잇는 국대 에이스로!

가장 무서운 페이스를 보이는 건 NC 새로운 에이스 구창모(23)다. 프로 5년차를 맞는 그는 그동안 좋은 공을 가졌다는 평가에 비해 성적은 아쉬웠다. 최고 시속 150㎞에 육박하는 공을 바탕으로 한 왼손투수 구창모는 지나치게 힘으로만 밀어붙이려 했지만 안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그러나 지난해 이동욱 감독과 포수 양의지를 만나면서부터 확연히 변화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10승 7패 ERA 3.20으로 팀의 선발 한 자리를 확실히 꿰찼고 올 시즌엔 리그 초반 최고 투수로 평가받고 있다.

4경기 3승 무패 ERA 0.62 이닝당 출루허용(WHIP)는 0.66 피안타율도 0.115. 탈삼진도 32개로 9이닝당 무려 10개가 넘는 삼진을 잡아내고 있다. 유일하게 승리를 챙기지 못한 두산전에서도 8이닝 1실점 쾌투했다.

이동욱 감독은 “이젠 영리한 투수가 됐다. 과거와 달리 완급 조절과 적절한 변화구를 활용하며 발전했다”고 평가했다.

이대로만 간다면 빠른 공과 날카로운 제구와 영리한 커맨드로 메이저리그 ERA왕으로 등극한 류현진의 뒤를 걷는 것도 꿈만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

 

배제성은 슬라이더 비율을 크게 늘리며 하위권에 있는 팀을 이끌어가고 있다. [사진=KT 위즈 제공]

 

◆ 주무기 장착한 배제성-최채흥-김민우, 외로운 소년가장 변신

구창모가 NC의 선두 질주를 이끌고 있다면 하위권 팀에서 외로운 소년가장 역할을 자처하는 이들이 있다. 7위 KT 위즈 배제성(24)과 8위 한화 이글스 김민우(25), 9위 삼성 라이온즈 최채흥(25)이다.

2015년 롯데에서 입단한 뒤 2군에서만 머물던 배제성은 2017년 KT로 트레이드되며 기회를 늘려갔다. 지난해 10승(3.76)을 따내며 가능성을 보인 그는 올 시즌 4경기 1승 1패 ERA 1.07로 반등했다.

배제성은 훌륭한 훈련 태도와 집중력 등으로 코치진의 칭찬을 달고 산다. 스프링캠프에서도 누구보다 시즌을 열심히 준비했다.

올 시즌 성공을 이끌고 있는 가장 큰 무기는 슬라이더다. 189㎝의 큰 키에서 떨어지는 큰 낙폭을 바탕으로 배제성은 50% 이상으로 구사비율을 끌어올렸다. 투피치에 가깝지만 좀처럼 타자들이 공략하지 못하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 최채흥 또한 빨라진 구속 등으로 인해 삼성의 1선발 역할을 해내고 있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2018년 대졸 신인으로 삼성에 입단한 최채흥은 지난 2시즌간 보여줬던 가능성을 마음껏 뽐내고 있다. 4경기 3승 ERA 1.88. 허삼영 삼성 감독은 최채흥의 발전 비결에 대해선 영업 비밀이라고 말을 아끼면서도 팀을 다 먹여살린다“며 만족감을 감추지 못했다.

겨우내 2~3㎞ 가량 구속을 증가시켰고 제구를 다듬었는데, 구석구석 찌르면서도 빨라진 구속에 타자들의 방망이가 속수무책으로 돌고 있는 것이다.

2015년 입단 후 줄곧 1군 무대를 밟고도 기회를 꿰차지 못했던 한화 김민우 또한 올해 몰라보게 달라졌다. 4경기에서 1패 평균자책점 2.25를 기록 중이다.

스프링캠프에서 철저한 분석을 통해 타자 입장에서 포크볼과 속구를 구분해내기 어렵다는 점을 깨달았고 포크볼 구사율을 높였다. 속구처럼 오다가 떨어지는 공에 타자들의 방망이는 허공을 가르기 일쑤. 9이닝당 탈삼진은 9.4개에 달한다.

 

한화 이글스 김민우는 포크볼 비중을 늘리며 타자들의 방망이를 연신 헛돌게 하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지난해 신인 롯데 서준원(20)도 4경기에서 2승(1패)을 챙기고 있다. 평균자책점은 4.98로 다소 높지만 6이닝 이상 무실점 경기가 2차례나 될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밖에 키움 최원태(23·ERA 3.86)와 이승호(21·5.23), 롯데 서준원(20·4.98), 한화 김이환(20·3.50) 등 젊은 투수들이 놀라운 기세로 선배들을 위협하고 있다는 건 퍽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뒤늦게서야 무관중 경기로 진행되고 있는 프로야구지만 해외 중계권 판매 등과 맞물린 영건들의 급부상은 프로야구 르네상스를 다시 꿈꿔보게 만들고 있다. 최근 국제무대에서 투수들의 기량 부족으로 아쉬움을 남겼던 한국이지만 이들의 동반 성장은 한국 야구의 발전까지도 상상하게 하며 야구 팬들을 설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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