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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재익 캐스터, '팬인지감수성' 부족? 반발 산 까닭 [SQ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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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재익 캐스터, '팬인지감수성' 부족? 반발 산 까닭 [SQ이슈]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0.05.27 10: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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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SK가 제주로 내려가고 부천은 FC로 바뀌고. 프로축구에서 이제 그런 환경이 바뀌는 것에 연연해선 안 된다. 변화를 받아들여야지 어떻게 하나.”

송재익(78) 캐스터가 26일 경기도 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부천FC와 제주 유나이티드 간 2020 하나원큐 K리그2(프로축구 2부) 4라운드 경기를 중계하며 꺼낸 말이다.

이 발언은 경기 직후 각종 축구 커뮤니티에서 팬들의 크나큰 반발을 샀다. 일부 축구 팬들은 최근 사회적 용어 중 하나인 성인지감수성(성별 간 불균형에 대한 이해와 성차별적 요소를 감지해 내는 민감성)에 빗대 '송재익 캐스터의 팬인지감수성이 부족했다'며 격노하기까지 했다.

부천FC는 2006년 부천 SK가 연고지를 제주로 옮긴 뒤 팀을 잃은 팬과 시민이 의기투합해 창단한 구단이다. 그렇게 탄생한 부천이 14년 만에 처음 제주를 안방으로 불러들였다. 축구계 종사자는 물론 팬들도 한국 프로축구사에 남을 역사적인 맞대결이라며 기대감을 표출했다. 그렇게 뜨거운 관심 속에 성사된 매치업이었다.

연고 이전으로 얽힌 두 팀 부천FC와 제주 유나이티드가 13년 만에 처음 만났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경기 후 나온 부천 서포터즈 ‘헤르메스’ 관련 기사에 어떤 팬은 “중계도 90년대 감성이면서 누가 누구보고 변화를 두려워 한다는 건지?! 연맹은 부천의 현 존재의 이유를 안다면 송재익 캐스터 건 무겁게 처리해라”, “무관중이라 너무 아쉬운 매치로 끝났지만 해설도 그렇고 이 명경기를 뒷받침 못해준 듯” 등 댓글이 달렸다.

송재익 캐스터는 이날 제주 주민규가 후반 추가시간 결승골을 넣자 “옛날 홈에 와서 골을 넣는 제주”라고 외쳤고, “13년 만에 집에 돌아왔다”는 표현을 쓰는 등 부천 팬들을 향한 배려가 결여된 멘트를 쏟아냈다. 이 경기가 왜 K리그에서 주목받으며 의미를 갖는지 인식이 부족해 보이기도 했다.

동아방송, MBC 아나운서 출신 송재익 캐스터는 1980년대부터 축구 중계를 도맡았다. 1997년 프랑스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일본전에서 그 유명한 “후지산이 무너졌습니다”라는 명언을 남긴 스타 캐스터다. 2006년 독일 월드컵까지 중계했던 그는 숱한 어록 덕에 지금까지도 캐스터계 레전드로 꼽힌다.

지난 시즌 한국프로축구연맹은 K리그 중계 공백을 최소화하겠다며 자체 중계를 시작했고, 나이 일흔을 훌쩍 넘긴 송재익 캐스터도 대의적인 차원에서 힘을 보탰다.

송선호(왼쪽) 부천 감독과 남기일 제주 감독은 경기의 중요성을 잘 인지했고, 기자회견장에서 쏟아진 질문에 자신의 답변이 행여나 팬들의 마음을 다치게 할까 조심스러워 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송재익 캐스터의 현장 복귀에 상반된 시선이 따랐다. 과거 추억을 불러일으킨다며 향수에 젖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어떤 이들은 경기 상황과 맞지 않게 체격조건, 학력사항, 출전 기록 등을 자주 소개하는 그의 중계 스타일이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며 비판했다.

기업이 어떤 일을 벌이는 데는 으레 합당한 이유가 있다. SK가 제주로 연고를 이전한 것 역시 비난이 따르는 것만큼이나 송재익 캐스터 말처럼 K리그의 특수성과 기업 구단의 이윤 추구 목적 측면에서 보면 받아들여야 할 부분 중 하나일 수 있다. 많은 축구 팬들 역시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 할 아픈 '역사' 중 하나로 기억하고 있다.

송재익 캐스터의 이번 발언이 논란이 된 이유는 명확하다. 부천-제주 간 맞대결 의미를 되짚고,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것까지 바라진 않았다. 비단 부천 팬뿐만 아니라 K리그 팬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는 평가가 따를 수밖에 없다. 그의 발언은 부천과 제주의 라이벌십에 기대감을 가졌던 이들을 허탈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송선호 부천 감독과 남기일 제주 감독은 경기가 갖는 의미를 잘 인지하고 있었고, 기자회견에서 질문이 쏟아지자 자신의 답변이 행여나 팬들의 마음을 다치게 할까 거듭 조심스러워 했다. 송재익 캐스터의 발언은 이들과 너무나 대조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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