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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2] '신주신피대' 새 선수들로 새 시작 알린 FC안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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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2] '신주신피대' 새 선수들로 새 시작 알린 FC안양
  • 김준철 명예기자
  • 승인 2020.05.28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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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Q(큐) 김준철 명예기자] ‘신주신피대(新酒新皮袋)’, 새 술은 새 부대에. 올 시즌을 앞두고 많은 선수가 팀을 떠나며 앞선 경기에서 어려운 싸움을 펼쳤던 FC안양(이하 안양). 하지만 새로운 선수들이 투지와 조직력으로 그 공백을 잘 메우며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안양은 27일 잠실올림픽주경기장에서 펼쳐진 하나원큐 K리그2 2020 4라운드 서울이랜드FC(이하 서울)전에서 후반 13분 아코스티의 선제골과 후반 33분 기요소프의 페널티킥 추가골에 힘입어 2-0 승리를 거뒀다.

후반 13분 선제골을 넣고 환호하고 있는 안양 아코스티 [사진=한국축구연맹]
후반 13분 선제골을 넣고 환호하는 안양 아코스티 [사진=한국축구연맹]

개막 후 3경기를 펼쳤지만, 안양은 선수 공백을 전혀 메우지 못하며 전패를 기록 중이었다. 특히 지난 시즌 팀 공격을 책임졌던 알렉스-조규성-팔라시오스 트리오가 올 시즌을 앞두고 모두 팀을 떠나면서 답답한 공격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앞선 세 경기에서 3골을 넣었기 때문에 언뜻 보면 중·하위권에서는 좋은 득점력이라고 볼 수 있으나, 그 중 2골은 지난 25일 상주로 입대한 이정빈 득점이었기 때문에 앞으로 득점력은 더욱 저조해질 공산이 높았다.

최하위 탈출이 급한 안양은 반전이 필요했고, 이번 경기에서 어떻게든 득점력을 향상시켜야 했다. 주장 최호정과 작년 31경기를 소화해 붙박이 수비수로 자리매김한 김형진, 올해로 안양에서 4년 차를 맞은 이상용 등이 버틴 수비진은 어느 정도 조직력이 갖춰져 있었기에 전방에서 득점만 터져준다면 안양은 쉽게 경기를 풀어갈 수 있었다.

안양은 전반 초반부터 공격적으로 나섰지만 빈공은 나아지지 않았다. 피오렌티나와 키에보 베르나 등 세리에 A에서만 151경기를 소화하며 큰 기대를 안고 올 시즌 팀에 입단한 아코스티를 중심으로 공격이 흘러갔는데 그가 상대 집중 수비에 막히니 안양 공격은 또 다시 교착상태에 빠졌다. 아코스티가 전방 라인까지 올라가지 못하도록 서울 미드필더들이 1차 저지선을 형성했고, 압박을 이겨내고 올라가더라도 최후방의 이상민과 김동권이 그를 놓치지 않았다.

상대 집중 마킹 속에 답답함을 노출한 그는 경기 초반 많은 패스 미스를 남발했다. 자신이 공격을 풀어가기 위해 분전했지만, 오히려 무리한 플레이와 실수로 템포를 늦추며 안양 공격력을 약화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안양은 조규성 공백을 메우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최전방 몸싸움에 강점을 가진 조규성은 매 경기 상대 수비를 무력화시키고 마무리까지 쉽게 성공하는 선수였는데 아코스티가 최전방에서 제대로 버텨주지 못하자 그의 그림자를 쉽게 지울 수 없는 듯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아코스티 파괴력은 강해졌다. 안양은 아코스티에게 집중된 수비를 풀기 위해 후반 시작과 동시에 기요소프를 투입해 공격 변화를 줬다. 또한 서울이 공격적으로 나서면서 전체적인 라인을 올린 것도 그에겐 호재였다. 그는 자신의 강점인 스피드를 활용해 상대 수비 배후를 끈질기게 노렸고 기요소프, 구본혁과 함께 매끄러운 패턴 플레이를 만들었다. 끊임없이 서울 수비를 몰아친 그는 결국 후반 13분 득점에 성공했다. 상대 수비수들이 후방으로 라인을 물리는 과정에서 지체 없는 왼발 중거리 슛으로 서울 골망을 갈랐다.

아코스티 지원군 역할을 했던 구본혁과 기요소프도 중원과 측면에서 자신의 존재 가치를 입증했다. 두 선수는 이번 겨울 이적 시장에서 팀에 합류했는데 기요소프가 2경기, 구본혁은 올 시즌 첫 출전임에도 불구하고 팀 동료와 완벽에 가까운 합을 맞추며 맹활약을 펼쳤다.

후반 교체 투입된 기요소프는 마치 지난 시즌 알렉스를 떠올리게 하듯, 포지션을 가리지 않는 왕성한 활동량으로 안양 공격진에 활기를 더했다. 특히 그는 아코스티와 좋은 호흡을 보여줬는데 아코스티가 쉽게 상대 수비를 제칠 수 있도록 정확한 전진 패스를 밀어주는가 하면, 자신이 전방으로 올라갔을 때는 빠르게 측면으로 파고들면서 상대 수비 라인을 무너뜨렸다. 후반 33분 터진 기요소프 추가골도 합작품이었다. 기요소프는 후방에서 아코스티가 밀어준 공을 쫓아가 영리하게 페널티킥을 얻어냈고, 자신이 이를 침착하게 성공하며 격차를 벌렸다.

이정빈이 빠진 2선 미드필더에 이름을 올린 신인 구본혁도 기동력과 기본기로 역할을 대신했다. 곽성욱과 문상윤, 전석훈 등이 버틴 쟁쟁한 서울 미드필드진에 맞서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 98년생 어린 나이임에도 배짱 있는 돌파와 슈팅으로 공격을 이어나갔고, 수비 시에는 빠른 복귀로 닐손주니어, 맹성웅과 함께 중원 수비에 힘을 더했다. 후반 막바지에는 뛰어난 골 키핑으로 점유율을 내주지 않으면서 오히려 급한 서울을 심리적으로 압박하는 효과까지 거뒀다.

김형열 감독도 세 선수 활약에 만족한 듯, “선수들이 동기 부여가 된 것 같다. 새로운 선수들이 두 배 이상으로 열심히 뛰었다. 떠난 선수에게 마음을 둬선 안 된다. 절실하게 뛰는 선수들에게 기회를 줄 것이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떠난 선수들의 아쉬움은 뒤로하고 이번 시즌 영입 선수들의 활약 속에 시즌 첫 승을 올리며 새로운 시작을 알린 안양. 아직 시즌 초반이긴 하지만 새 술이 ‘2020 안양’이라는 새 부대에 담겨 맛있게 익어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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