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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터 방출 키움히어로즈, 빈자리 답 '결국 박병호' [SQ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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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터 방출 키움히어로즈, 빈자리 답 '결국 박병호' [SQ분석]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0.05.31 21: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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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척=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는 속담이 있다. 하지만 절대적인 건 없다. 키움 히어로즈가 그렇다. 외국인 타자가 떠났지만 공백은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30일 키움 히어로즈는 과감히 외국인 타자 테일러 모터(31)와 이별을 고했다. 아무리 부진하다고는 하지만 어느 때보다 외국인 선수 수급에 어려움이 따르는 상황에서 분명 과감한 결단이었다.

그렇다고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단순히 모터만큼이 아니라 외국인 타자에게 기대되는 수준의 성적을 대신할 무언가가 필요하다.

 

키움 히어로즈가 30일 방출한 테일러 모터. 그의 대체자를 찾기까진 최대 6주가 필요할 전망이다.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모터에 대한 답답함은 컸다. 10경기에서 타율 0.114로 극심한 부진에 시달렸다. 시즌 도중 외국인 선수를 교체하는 건 보통 까다로운 일이 아니다. 돈은 돈대로 들고 제 역할도 하지 못해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외인 찾기 난이도는 배로 뛰었다. 코로나19 최대 피해국인 미국은 총 확진자 180만에 육박하고, 사망자가 무려 10만을 넘어섰다. 현지 병원은 대부분 코로나 대응 체계로 운영되고 있어 메디컬테스트도 쉽지 않다. 국내 항공편도 많지 않고 모든 과정을 거쳐 입국하더라도 2주 격리 기간을 거쳐야 한다. 키움은 최대 6~7주의 과정을 생각하고 있다.

심지어 키움은 코로나19 여파로 해외 출장이 어려워 그간 수집한 구단의 자체 데이터와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해 새 외인을 물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어느 구단에도 불만족스러운 성적이지만 다소 이르다는 평가도 나온다. 대안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기에 조금 더 기회를 줄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키움이 과감한 결단을 한 데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하나는 기회비용을 고려할 때 더 이상 모터에게 타순 한 자리를 내주는 것보다 국내 선수를 활용하는 게 낫다는 판단 때문이다. 1군에서 갈피를 못 잡던 모터는 퓨처스리그에서 4경기 연속 홈런을 날리며 드디어 감각을 되찾는 듯 했다. 그러나 1군 복귀 이후엔 다시 제자리였다.

 

30일 경기에서 사이클링 히트를 작성한 김혜성(왼쪽).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반면 지난 29일 콜업된 김웅빈은 데뷔 첫 3안타 경기로 타선에 힘을 보탰다.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 맹활약하며 합리적 가격에 잡아놓은 FA 포수 이지영은 이날까지 12경기 연속 안타를 때려내고 있다.

박동원은 전날 홈런 포함 4타점 경기를 치렀고 김혜성은 프로야구 역대 26번째 사이클링 히트의 주인공이 됐다. 

31일 KT 위즈전에서도 가능성을 발견했다. 이날 경기는 타선의 힘이 절실했다. 선발 이승호가 초반부터 무너지며 3회초까지 8점을 내준 것. 게다가 상대는 4경기 평균자책점 1.07을 찍으며 팀의 에이스로 발돋움한 배제성이었다.

키움 타선은 중요할 때 응집력을 보였다. 키움은 3회말 상대 실책으로 출루한 이후 흔들리는 배제성을 흔들었다. 김혜성, 김하성, 이정후의 연속 안타로 2점을 따라 붙었다.

박병호가 삼진, 이지영이 병살타로 기회를 살리지 못했지만 시작일 뿐이었다. 4회 연속 볼넷에 이어 전병우가 중앙 담장을 맞히는 대형 2루타로 타점을 추가했다. 박준태의 희생플라이 타점에 이어 김혜성의 절묘한 내야안타. 1사 주자는 1,3루 타석엔 타율 0.226으로 부진한 김하성.

 

김하성은 이날 중월 스리런 홈런을 날리며 추격의 불씨를 강하게 당겼다. 그러나 팀 패배로 아쉬움이 남았다.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그러나 가장 팀이 필요로 하는 순간 김하성은 폭발했다. 배제성의 초구 높은 속구를 과감히 공략, 고척돔에서 가장 먼 중앙 담장을 훌쩍 넘겨버렸다. 7-9. 순식간에 키움은 턱밑까지 따라붙었다.

7회엔 대타 서건창이 볼넷 이후 2루 도루, 전병우의 우전 안타까지 나오며 1점 차까지 따라 붙었다. 0-8에서 8-9가 됐다.

8회 키움 불펜이 무너지며 결국 역전의 꿈은 물거품이 됐지만 김혜성과 김하성, 이정후에 이어 올 시즌 키움 유니폼을 입은 전병우까지 시즌 첫 멀티히트를 때려내는 활약으로 기대감을 끌어올렸다.

다만 어딘가 가슴 한구석에 답답함이 남았다. 국가대표 4번타자 박병호의 부진이 길어지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오랜 만에 투고타저 현상이 나타난 지난 시즌에도 홈런왕을 차지했던 박병호지만 올 시즌엔 타율 0.212 5홈런 OPS(출루율+장타율) 0.746으로 그의 이름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기록을 남기고 있다.

이날도 타선의 고른 활약 속에 박병호는 웃지 못했다. 1회부터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난 박병호는 3회 팀이 2점을 추격한 무사 1,2루에서 또다시 헛방망이질로 물러났다. 전혀 타이밍을 맞추지 못했고 존을 벗어나는 슬라이더에 방망이는 허공을 갈랐다. 대놓고 슬라이더만 던졌다. 3차례 대결 16구 중 슬라이더가 12개에 달했다.

 

박병호는 이날 25구 중 단 하나만 타격에 성공했다. 대권 도전을 노리는 키움으로선 박병호의 부진 탈출이 절실하다. [사진=스포츠Q DB]

 

투수가 바뀌어도 박병호의 침묵은 이어졌다. 6회 2점 차에선 손동현을 상대로 1사 2루에서 3번째 3개의 헛스윙으로 삼진을 당했다. 구종은 역시 슬라이더. 

속구에도 속수무책이었다. 3회 존 한복판을 파고드는 141㎞ 공에도 헛스윙을 했고 4회 스트라이크가 된 낮은쪽 속구는 지켜봤다. 8회 KT 클로저 김재윤은 작정하고 속구만 던졌다. 2구엔 손을 내지 못했고 4구엔 힘차게 휘둘러봤지만 김재윤의 볼 끝에 밀려 워닝트랙에서 잡혔다. 이날 5타석 25구 만에 처음으로 때려낸 공이었다. 이전까지 그 흔한 파울도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타격감이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결과론이라곤 해도 박병호가 주자가 있던 한 타석에서라도 안타를 날렸다면 승부는 어떻게 달라졌을지 모른다. 그의 득점권 타율은 타율보다도 낮은 0.160. 클러치 능력도 잃었다.

야구는 평균의 스포츠라고 말한다. 144경기에 달하는 장기 레이스를 달리다보면 결국엔 평균에 가까운 기록에 수렴하게 된다는 것. 2012년 리그 정상급 타자로 발돋움한 박병호의 이후 지난해까지 타격 평균 기록은 타율 0.313 41.5홈런 117타점. 결국 박병호에 대한 걱정은 기우가 될 수 있다.

다만 박병호와 함께 중심을 잡아줘야 할 외국인 타자의 부재 속 박병호의 부진이 길어진다면 이날 같이 아쉬운 장면이 자주 연출될 수밖에 없다. 심리적 부담을 내려놓을 수 있는 2군행을 택하든 특단의 조치를 통해서든 박병호가 살아나야만 미래를 선두권 경쟁을 기약할 수 있는 키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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