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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창모 성공비결 셋, '포스트 류현진' 이래도 설레발? [SQ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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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창모 성공비결 셋, '포스트 류현진' 이래도 설레발? [SQ분석]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0.06.01 10: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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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운, 결정구, 멘탈. 이강철(54) KT 위즈 감독이 밝힌 성공하는 투수의 요건이다.

시즌 초반 평균자책점(ERA) 3.00 이하 선수들이 톱10을 장식했다. 투고타저 시즌이었던 지난해에도 1점대는 없었지만 지난달까진 2명이 0점대, 3명이 1점대를 기록할 정도였다.

하지만 점차 평균으로 회귀하고 있다. 초반 무서운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흔들리는 투수가 발생하고 있는 것. 대투수로 가는 길은 멀고도 험하기만 하다. NC 다이노스 구창모(23)에게 더욱 기대가 쏠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구창모가 지난달 31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도 6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압도적 기세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NC 다이노스 제공]

 

지난 시즌 이어졌던 투고의 흐름은 다소 깨진 분위기다. 타자들의 타격 페이스가 더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반면 난조를 겪는 투수들이 많아졌다.

공인구 반발계수에 변화가 생긴 게 아닌가 하는 의혹도 일고 있다. 검사 결과는 이상이 없었지만 투수들은 물론이고 타자들까지 현장에서 체감하는 건 달랐다.

이강철 감독도 지난달 31일 키움 히어로즈 원정경기를 앞두고 “투수들도 확실한 구위나 제구가 아니면 못 버티는 것 같다. 중간 투수들도 전체적으로 안 좋다. 타구 스피드도 차이가 분명히 있는 것 같긴 하다. 수비들도 어렵다고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를 탓하는 건 아니었다. ‘될놈될(될 놈은 된다)’을 외쳤다. “공이 어떻게 나가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이겨낼 투수들은 이겨낸다”며 “(구)창모나 요키시 같은 ERA 0점대 선수들을 보면 공이 확실히 좋더라. 변화구 궤적도 크고 회전도 많다. 스트라이크 존에서 확 멀어진다”고 말했다.

‘될놈될’이 되기 위해선 확실한 조건이 필요하다. 이강철 감독에 따르면 기본은 실력이지만 ‘운때’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요건이라는 것.

 

31일 삼성 라이온즈 최채흥(왼쪽)과 KT 위즈 배제성은 구창모와 달리 위기를 이겨내지 못하고 무너지며 ERA도 요동쳤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KT 위즈 제공]

 

이 감독은 “못 크는 선수들 보면 팀 영향도 있다. 우리나 키움이나 기회가 많다. 젊은 자원이 있으면 써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운이 없다고 느껴지는 선수도 있다. 그런 것도 잘 맞아야 한다”고 밝혔다.

또 140㎞ 중후반대 빠른공을 던져도 그 기회를 살리기 위해선 결정구가 필요하다는 게 이 감독의 생각이다. “결정구가 있는지가 중요하다. 다른 게 다 비슷하면 제구력이 좋은 사람을 쓸 것”이라고 했다.

리그 초반 맹활약하고 있는 구창모와 KT 위즈 배제성(24), 삼성 라이온즈 최채흥, 한화 이글스 김민우(이상 25) 등은 모두 결정구가 있다. 구창모는 150㎞에 달하는 속구와 슬라이더, 스플리터, 배제성은 슬라이더, 최채흥은 구속증가와 정교한 컨트롤, 김민우는 포크볼을 바탕으로 올 시즌 급성장했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건 멘탈. 이 감독은 “(배)제성이도 (멘탈관리가) 안된다고 했는데 작년부터 많이 극복했다. 이젠 불안하다는 생각을 안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흔들렸다. 31일 경기에서 배제성은 초반부터 폭발한 타선의 지원 속에 8점의 리드를 업고도 3,4회 흔들리며 7점을 내줬다. 이강철 감독의 전폭적 신뢰 속에 5회까지 마운드를 지키며 승리를 챙기긴 했지만 ERA는 1.07에서 2.67까지 치솟았다.

최채흥도 이날 NC 다이노스전에서 시즌 처음으로 5이닝을 버티지 못하고 4이닝 7실점(5자책)하며 첫 패를 안았다. ERA도 1.68에서 3.21로 크게 솟구쳤다. 김민우도 29일 SK 와이번스전에서 3⅔이닝 6실점, ERA가 2.38에서 6.23으로 뛰었다.

 

구창모가 ERA를 더 낮췄다. 조심스레 2010년 류현진이 기록한 1.82에 도전해 볼 수 있다는 기대감이 번지고 있다. [사진=NC 다이노스 제공]

 

그러나 올 시즌 최고 투수 구창모는 달랐다. 최채흥과 벌인 선발 맞대결에서 완승을 거뒀다. 5회까지 노히트를 기록한 그는 6회 단 하나의 안타를 내줬을 뿐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삼성 타선의 문제가 아니었다. 이틀 동안 14점을 냈고 이날 구창모가 내려간 뒤 NC 불펜을 상대로 3이닝 동안 7점을 뽑았다. 구창모의 공이 얼마나 위력적었는지 잘 나타난다.

이동욱 NC 감독은 앞서 “구창모가 영리한 투수가 됐다. 지난 시즌부터 강하게만 던지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완급 조절은 물론이고 변화구를 적절히 섞으며 발전했다”고 평가했다.

4승 무패 ERA 0.51 38탈삼진. 시상부문인 클래식 스탯은 물론이고 이닝당 출루허용(WHIP, 0.60) 피안타율(0.105) 퀄리티스타트(5) 등 모두 1위를 지키고 있다. 괜히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을 비교대상으로 삼는 게 아니다. 적어도 시즌 초반 기세만 본다면 KBO리그 시절 류현진에 뒤처지지 않는다. 오히려 앞선다.

2000년대 들어 1점대 ERA는 류현진이 유일했다. 2010년 16승(4패)과 함께 ERA 1.82로 압도적 피칭을 펼쳤다. 야구는 144경기를 치르는 장기 레이스. 선발 투수는 30경기 정도 등판 기회를 얻는다. 아직 5경기에만 나선 구창모이기에 이 기세를 시즌 끝까지 이어가는 건 어려울 수 있다.

그럼에도 기대감은 커져만 간다. 설레발이라고만 치부할 수도 없다. 10년 연속 두자릿수 승리를 챙긴 선배 ‘대투수’ 이강철 감독이 꼽은 성공하는 투수의 요건을 완벽히 갖춰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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