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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던 우즈 세레나 메이웨더 산초, '미국 흑인 사망'에 스포츠계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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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던 우즈 세레나 메이웨더 산초, '미국 흑인 사망'에 스포츠계 분노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0.06.02 17: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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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마이클 조던(57·농구)과 세레나 윌리엄스(39·테니스), 타이거 우즈(45·골프),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43·이상 미국·복싱), 제이든 산초(20·잉글랜드·축구) 등 종목을 가리지 않고 스포츠스타들이 분노를 표출했다. 다시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미국에서 벌어진 백인 경찰에 의한 흑인 사망 사건에 전 세계 스포츠 스타들이 충격과 분노의 뜻을 내비쳤다. 저마다 방식으로 희생자를 애도하며 더 나은 세상을 향한 염원을 나타냈다.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 사는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는 지난달 26일(한국시간) 체포 과정에서 백인 경찰의 무릎에 목이 짓눌려 사망했다. 플로이드는 “숨을 쉴 수 없다”고 고통스러워하다 끝내 목숨을 잃었다.

미국 흑인 사회는 경찰의 무자비한 공권력 집행과 인종 차별에 분노하며 거리로 나섰다. 시위는 미국 전역으로 번졌고, 약탈과 방화 등 소요 사태로 이어져 현재 미국 사회가 큰 혼란에 빠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폭력 시위에 대해 군을 포함한 모든 자원을 동원해 진압하겠다며 강경 대응 방침을 천명했다.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은 “매우 슬프고 진심으로 고통스러우며 분노를 느낀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사진=EPA/연합뉴스]

◆ 조던과 우즈... ‘황제’의 당부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은 1일(한국시간) “매우 슬프고 진심으로 고통스러우며 분노를 느낀다”며 “많은 사람의 고통과 분노, 좌절에도 공감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현역 시절 시카고 불스에서 미국프로농구(NBA)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6차례나 차지한 조던은 “나는 뿌리 깊은 인종 차별, 유색 인종에 대한 폭력에 저항하는 이들과 함께한다”며 “우리는 충분히 (이런 일들을) 겪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우리는 평화적인 방법으로 불의에 저항하는 뜻을 표현해야 한다”며 “하나 된 목소리로 우리의 지도자에게 법률을 개정하도록 압력을 가해야 하고, 그게 실현되지 않으면 투표로 제도적 변화를 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폭력에 폭력으로 맞서서는 안된다는 당부다.

“플로이드 유족은 물론 이런 인종 차별과 불의를 겪은 수많은 다른 사람들에게 위로의 말을 전한다”며 “우리가 모두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하며 하나로 뭉쳐 모든 사람에게 정의가 실현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도 SNS를 통해 “나는 평소 경찰에 대해 깊은 존경심을 갖고 있다. 그들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무력을 행사할 것인지 훈련받지만 이번 비극은 분명히 선을 넘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1992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서 인종 차별에 항의하는 흑인들의 시위가 격화됐던 때를 떠올리며 “교육이 이런 일들을 일어나지 않게 하는 최선책이다. 우리 이웃을 불태우지 않고도 우리의 뜻을 관철할 수 있다. 건설적이고 솔직한 대화를 통해 더 안전하고 하나 된 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제안했다.

세레나 윌리엄스는 SNS에 한 흑인 소녀가 "우리는 흑인"이라며 인종차별 경험을 고백하고, 사회의 변화를 요구한 연설 영상을 게시했다. [사진=세레나 윌리엄스 인스타그램 캡처]

◆ 세레나-해밀턴, 목소리 낸 거물

여자테니스 슈퍼스타 세레나 윌리엄스와 자동차 경주 F1 황제 루이스 해밀턴(영국) 등 스포츠계 흑인 거물들도 힘을 실었다. 두 사람은 백인의 전유물로 여겨진 종목에서 인종 차별 유리 천장을 깬 역사적 인물로 평가받는다.

윌리엄스는 인스타그램에 "우리는 흑인입니다"는 말로 시작하는 한 흑인 소녀의 연설 영상을 올린 뒤 “지금의 느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우리가 잊었던 말을 이 소녀가 찾아줬다”고 썼다.

이어 “우리 대다수가 성경 구절 ‘하나님의 나라가 임하시옵소서’를 기도하고 자란다”며 “단순히 피부색에 따라 대우받는 방식에 충격을 받고 다치거나 숨진 많은 이들을 위해 내가 계속 바치는 기도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스포츠계에 비일비재한 인종 차별 사건이 터질 때마다 엄벌을 요구한 F1 유일의 흑인 카레이서 해밀턴도 인스타그램에서 “불평등과 부당함의 와중에도 침묵하는 거물급 선수들을 본다”며 백인 주도 종목인 F1 동료들을 일갈했다.

그는 “미국 시민들의 약탈과 방화가 아닌 평화적인 시위를 지지한다”며 “소위 지도자들이 변화를 만들기 전까지 평화는 없다”는 말로 조던과 같은 메시지를 전했다.

제이든 산초는 득점한 뒤 '플로이드를 위한 정의'라는 속옷 문구를 공개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 MLB는 물론 EPL-분데스리가 등 축구계도 동참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선수와 감독들은 SNS를 통해 변화를 위해 함께 행동하자는 메시지를 던졌다.

투수 마커스 스트로먼(뉴욕 메츠·미국)은 “인종 차별은 우리 사회와 문화에 뿌리 깊이 밴 것이며 지금도 기승을 떨친다”며 “거울을 보고 당신이 문제의 일부인지, 해답의 일부인지 진실로 확인해보라. 당신의 진정한 색깔이 언제나 드러날 것”이라며 변화를 위해 미국인들이 행동에 나설 것을 독려했다.

‘거포’ 지안카를로 스탠튼(뉴욕 양키스·미국)은 “(이런 일이) 정말 지겹다”면서 “당신의 피부색과 특성이 무엇이든지 간에 우리는 모두 인간”이라고 정의했다. “진정한 변화만이 플로이드와 그보다 앞서간 모든 이들을 위한 정의가 될 것”이라며 행동으로 보여주자고 설득했다.

흑인 선수뿐 아니라 백인인 로코 볼델리(미국) 미네소타 트윈스 감독, 게이브 케플러(미국)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감독도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는 마찬가지다.

볼델리 감독은 “플로이드는 지금 숨을 쉬고 있었어야 한다. 앞으로 개선해야 할 점이 너무나 많다. 플로이드의 이름과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기억하라”며 이번 사건이 잊혀져서는 안 된다고 했다.

케플러 감독도 “플로이드 살인 사건은 부끄럽고 분노를 일으킨다”며 “우리가 중대한 일에 침묵하는 순간 우리의 삶은 종말을 고하기 시작한다”는 흑인 인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 목사의 명언을 인용했다.

리버풀 선수들은 안필드 센터서클에 함께 무릎을 꿇음으로써 플로이드 사망으로 인한 항의 시위에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사진=버질 반 다이크 인스타그램 캡처]

영국 공영방송 BBC는 2일 “리버풀 선수 29명이 훈련 중 홈구장 안필드 센터서클에서 함께 무릎을 꿇고 플로이드 사망으로 인한 항의 시위에 지지 메시지를 보냈다”고 전했다.

버질 반 다이크(네덜란드), 트렌트 알렉산더-아놀드(잉글랜드) 등은 SNS에 동료들과 무릎을 꿇고 있는 사진은 물론 해시태그 #BlackLivesMatter(흑인 생명은 중요하다)와 함께 ‘뭉치면 강하다(Unity is Strength)’는 문구를 곁들였다.

지난 2016년 미국프로풋볼(NFL) 콜린 캐퍼닉이 경찰의 총격에 흑인이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나자 경기 전 미국 국가 연주 시간에 국민의례 대신 무릎을 꿇은 이후로 많은 스포츠 스타들이 같은 방식으로 인종 차별에 항의하고 있다.

또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활약 중인 제이든 산초(보루시아 도르트문트)는 전날 파더보른전에서 결승골을 넣은 뒤 유니폼 상의를 벗어 ‘조지 플로이드를 위한 정의(Justice for George Floyd)’라는 문구가 적힌 속옷을 공개했다. 

같은 날 마르쿠스 튀랑(보루시아 묀헨글라트바흐·프랑스)도 우니온 베를린을 상대로 득점한 뒤 기뻐하는 대신 피치 한쪽에 무릎을 꿇는 행동으로 전 세계에 메시지를 보냈다.

이밖에 마커스 래시포드(잉글랜드), 폴 포그바(이상 맨유·프랑스), 데이비드 베컴(잉글랜드) 역시 개인 채널을 통해 분노와 안타까움을 감추지 않았다.

코비 브라이언트는 생전 2014년에 플로이드 사건과 비슷한 일이 일어났을 때 '나는 숨을 쉴 수 없다'는 문구가 적힌 티셔츠로 메시지를 전했다. [사진=베네사 브라이언트 인스타그램 캡처]

◆ 메이웨더의 호의, 코비 브라이언트 아내의 메시지 

2일 미국 스포츠전문 매체 ESPN에 따르면 50전 전승의 '무패 복서' 메이웨더는 플로이드의 장례식 비용을 부담하겠다고 나섰다. 레너드 엘러비 메이웨더 프로모션 CEO는 “이 일을 알렸다는 이유로 메이웨더가 내게 화를 낼 것 같지만 장례비용을 대겠다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메이웨더가 이미 플로이드의 유가족에게 연락했고, 유가족이 호의를 받아들였다. 엘러비는 “메이웨더는 이런 비슷한 일을 최근 20년간 해왔다”고 부연했다. 메이웨더는 지난 2011년 동료 복서 게나로 에르난데스가 45살 나이에 암으로 사망하자 장례비용을 댄 적도 있다.

뿐만 아니라 올해 1월 헬리콥터 사고로 세상을 떠난 농구 스타 코비 브라이언트(미국)가 생전에 ‘나는 숨을 쉴 수 없다(I can't breathe)’는 문구가 프린팅된 티셔츠를 입었던 사실이 다시 화제가 됐다.

“숨을 쉴 수 없다”는 말은 플로이드가 사망하기 전 남긴 말이다.

브라이언트의 아내 바네사는 브라이언트가 생전 ‘나는 숨을 쉴 수 없다’고 적힌 검은색 상의를 착용한 채 훈련 중인 사진을 게시했다. 그는 “남편이 이 셔츠를 몇 년 전에 입었는데 우리는 또 같은 상황을 보게 됐다”며 “증오를 몰아내고, 가정과 학교에서 존중과 사랑에 대한 것을 가르쳐야 한다”고 힘줬다.

1월 헬리콥터 사고로 남편과 딸 지아나를 잃은 바네사는 “변화를 위해 싸우고 투표도 해야 한다. 무고한 희생이 더는 없도록 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USA투데이는 “코비 브라이언트가 이 티셔츠를 입은 건 2014년이다. 당시 뉴욕에서 에릭 가너라는 흑인이 경찰의 과잉 대응으로 숨졌는데 그때 가너 역시 ‘숨을 쉴 수 없다’고 여러 차례 말했다”고 부연했다.

당시 브라이언트뿐 아니라 르브론 제임스(LA 레이커스·미국), 데릭 로즈(디트로이스 피스턴스·미국) 등 여러 선수가 이 문구가 쓰인 옷을 연습복으로 활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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