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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지혁 주고 홍건희, 대인배(?) 두산베어스 바라보는 시선 [SQ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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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지혁 주고 홍건희, 대인배(?) 두산베어스 바라보는 시선 [SQ이슈]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0.06.08 10: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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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야구계가 발칵 뒤집혔다. 트레이드 한 건이 야구 팬들을 놀랍게 만들었고 그 가운데 또 두산 베어스가 있었다.

두산은 7일 오후 내야수 류지혁(26)을 내주고 KIA 타이거즈 불펜 투수 홍건희(28)를 데려오는 1대1 트레이드를 진행했다.

트레이드 손익은 당장 평가할 수 없다고 하지만 관련 소식이 전해진 뒤 포털사이트는 물론이고 야구 커뮤니티 등은 두산의 선택을 비판하는 반응이 대다수다. KIA 팬들마저도 대놓고 좋아하지 못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두산 베어스는 7일 내야수 류지혁(왼쪽)을 내주고 KIA 타이거즈 투수 홍건희를 받아오는 1대1 트레이드를 진행했다. [사진=연합뉴스, KIA 타이거즈]

 

명분만 따져놓고 보면 납득이 가는 거래다. 두산은 불펜이, KIA는 내야 자원이 부족하다. 오재일(1루수), 오재원, 최주환(이상 2루수), 김재호(유격수), 허경민(3루수)이 내야를 단단히 지키는 가운데 류지혁은 유격수와 3루수를 오가며 66이닝을 소화한 게 전부였기 때문.

반면 두산 불펜은 엉망이다. 타선의 힘으로 2위에 올라 있지만 팀 평균자책점(ERA)은 5.28로 8위. 박치국과 함덕주, 이현승만이 제 역할을 할 뿐 나머진 믿고 맡기기 힘든 수준이다.

그러나 홍건희는 다소 아쉬운 카드다. 프로 7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는 우투수 홍건희는 올 시즌 10경기에서 ERA 6.00을 기록 중이다. 커리어하이 시즌이었던 2016년에도 4승 4패 4세이브 5홀드 ERA 4.98을 기록한 게 전부였다.

KIA로부터 “공수주를 두루 갖춘 류지혁이 전천후 내야수로 활용 폭이 클 것”이라는 평가를 받은 류지혁은 올 시즌 내야 백업 역할을 충실히 소화하며 타율 0.417로 타격 잠재력도 터뜨리고 있는 중이었다.

둘 다 상무를 거친 군필 선수들이고 나이도 류지혁이 두 살 더 어리다. 연봉은 류지혁이 1억500만 원, 홍건희가 5300만 원으로 차이가 난다. 모기업이 재정난에 몰린 두산이 이러한 이유로 연봉 지출 줄이기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하는 이유다.

 

두산 내야에서 뛰어난 백업 자원 역할을 하던 류지혁은 KIA 내야에 큰 힘을 보탤 전망이다. [사진=연합뉴스]

 

홍건희의 잠재 가치를 높게 평가한 것일 수도 있다. 시속 150㎞를 웃도는 빠른공을 던질 수 있는 투수고 볼넷보다는 안타나 홈런으로 인한 실점이 많은 유형이다. 올 시즌에도 10경기에서 3차례 홈런을 맞았다. 다만 가장 넓은 잠실구장을 쓰고 수비가 뛰어난 두산에선 상황이 다소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걸어볼 만은 하다.

다만 타격이 약한 박찬호, 황윤호 등이 주전으로 나서고 있는 KIA 내야를 생각하면 류지혁을 내주면서 데려온 카드라고 하기엔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두산 팬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베테랑 김재호, 오재원은 물론이고 예비 FA 허경민과 최주환의 거취가 불분명한 가운데 류지혁은 그나마 불안을 덜어주는 자원이었기 때문이다.

두산의 역대 트레이드 사례가 있어 더욱 비판의 목소리는 커진다. 2012년 넥센 히어로즈에 20홈런 이상이 가능한 타자 이성열(한화 이글스)을 보내고 오재일을 받아왔던 건 당시 논란이 되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성공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 외에는 트레이드로 재미를 본 사례를 꼽기가 힘들다.

포수 왕국인 두산은 좀처럼 기회를 잡지 못하는 포수를 내주고 실익을 챙기려는 시도가 잦았다. 2012년 용덕한(은퇴), 2017년 최재훈(한화 이글스), 최근 이흥련(SK 와이번스)를 카드로 활용했지만 김명성은 은퇴했고 신성현은 두산 이적 후 4시즌 동안 100경기에도 나서지 못했고 이승진도 맹타를 휘두르고 있는 이흥련과 달리 아직은 별다른 활약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2013년 두산에서 4번타자로 활약하던 윤석민은 시즌 후 당시 넥센 장민석과 트레이드돼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사진=연합뉴스]

 

기회가 부족한 자원들을 끌어안고 있느니 대승적 차원에서 기회를 열어준다는 차원이기도 했지만 결과는 자선사업이라고 할 만큼 한쪽으로 기울어진 거래였다.

2013년 팀 4번 타자 윤석민(SK)을 넥센으로 보내고 장민석(은퇴)을 데려온 트레이드는 두고두고 회자된다. 이 결정에 두산 팬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고 윤석민을 아꼈던 김진욱 전 감독은 이를 두고 구단과 마찰을 벌이다가 한국시리즈 준우승이라는 업적을 뒤로하고 감독직을 내려놔야 했다. 이후 송일수 전 감독 부임과 함께 두산이 2000년대 들어 2014년 가장 힘겨운 시즌을 보낸 건 여전히 두산 팬들에겐 악몽 같은 기억이다.

주전급 선수가 부상 등으로 빠져나가도 누군가 그 자리를 훌륭하게 메울 정도의 탄탄한 선수층으로 ‘화수분 야구’라고 불리는 두산이다. 타 팀에선 실력에 비해 기회가 적은 이들을 트레이드로 데려오기 위해 군침을 흘린다. 선수에게 기회를 열어주고 리그 발전을 위해 트레이드를 벌이는 건 야구판의 흥미를 키우는 일 중 하나다.

그러나 매번 손해만 보는 듯한 결과를 내놓는 팀을 응원하는 팬들의 마음은 답답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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