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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틸리표' 대한항공 배구 키워드 둘 [SQ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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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틸리표' 대한항공 배구 키워드 둘 [SQ초점]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0.06.08 16: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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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집중’과 ‘과정’.

프로배구 남자부 인천 대한항공이 한국 남자배구 판에 새 바람을 불러 일으킬까. 대한항공의 제1 전성기를 연 박기원(69) 감독과 아름답게 이별한 뒤 로베르토 산틸리(55·이탈리아) 감독을 선임했다. 

남자배구 사상 처음으로 외국인 사령탑에 지휘봉을 맡기며 ‘안정’보다 ‘진화’를 꾀했다. 지난 4월 “구단과 박기원 감독은 선수단 리빌딩과 새로운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는데 공감했다”며 결별을 발표, 새 시대를 예고했다.   

8일 경기도 용인 대한항공 신갈체육관에서 산틸리 신임 대한항공 감독 부임 이래 첫 공식 훈련이 진행됐다. 구단은 취재진에 한해 철저한 방역 속에 훈련을 공개하고 합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로베르토 산틸리입니다”라는 서툰 한국어로 운을 뗀 산틸리 감독의 입을 통해서 그가 앞으로 대한항공에서 펼칠 배구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로베르토 산틸리 감독이 대한항공에서 펼칠 배구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산틸리 감독은 “한국에 오게 돼 영광이다. 이 좋은 팀과 환경에서 일할 수 있게 해준 구단에 고맙다. 자가 격리 기간 영상을 통해 선수들을 지켜봤지만 실제로 보니 조금 다른 점도 있다. 매일매일 훈련에서 선수들에게 한 단계씩 더 많이 요구할 것”이라며 선수들을 코트에서 처음 대면한 소감을 전했다.

이어 “우선 우리는 배구를 어떻게 하는지 아는, 좋은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다. 내가 여기 온 이유는 대한항공의 스타일을 조금 더 발전시키기 위해서다. 개인적으로도 팀적으로도 기술을 더하고자 한다”며 “국제적으로 좋은 선수들이 많다. 좋은 재료를 가진 만큼 소스를 첨가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지난달 24일 입국한 산틸리 감독과 프란체스코 올레니 코치는 정부 방침에 따라 2주 간 격리 생활을 했다. 대한항공의 비시즌 훈련은 지난달 첫 주 시작됐지만 산틸리 감독과 선수들이 함께 훈련한 건 이날이 처음이다.

산틸리 감독은 선수 이력은 화려하지 않지만, 지도자로서는 다양한 곳에서 경험을 쌓았다. 2002년 이탈리아 21세 이하(U-21) 남자 대표팀을 이끌고 유럽선수권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2017∼2018년 호주 남자 대표팀을 지휘했고, 이탈리아, 폴란드, 러시아, 독일 리그 등에서는 프로 감독직도 역임했다.

박기원 전임 감독은 만년 3위였던 대한항공을 V리그 최강 팀으로 변모시켰다. 지난 4년 동안 정규리그 우승 2회, 챔피언결정전 우승 1회를 견인했다. 지난 시즌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탓에 2위로 마감했지만 1위 서울 우리카드와 승점 차는 단 2에 불과해 역전도 가능했다.

산틸리 감독은 선수들에게 매 순간 집중할 것을 강조했다. [사진=연합뉴스]

박기원 감독이 꾸준히 좋은 결과를 냈고, 평판도 좋았기에 대한항공의 급진적인 개혁은 모두를 놀라게 하기 충분했다. 그래서 배구 강국 이탈리아에서 건너온 산틸리 감독의 배구 스타일과 지도 철학에 더 관심이 모아진다. 유럽의 선진 훈련시스템과 기술을 V리그에 접목할 수 있을지 시선이 쏠린다.

그는 “훈련 전 짧은 미팅을 했다. 리시브와 속공에 특히 중점을 뒀다. 세부적으로 나눠 반복해서 훈련하면 좋아지기 마련이다. 매 상황 매 순간 집중하는 데 포인트를 줬다”고 설명했다.

그의 두 번째 강조사항은 “실전에서 어떤 방식으로 싸워야 하는지 터득하는 것”이다. “오늘 미니게임을 했는데, 우리 훈련에서는 대결 구도가 주를 이룰 것이다. 실전 느낌을 내는 데 집중할 계획”이라고 했다.

실제로 이날 산틸리 감독이 자체 경기 도중 수시로 미들 블로커(센터)를 불러 속공 관련 지시를 내리는 장면이 눈에 띄었다.

대한항공 주장이자 V리그 남자부 최고 연봉자 한선수는 “첫 훈련이라 우리도 기대하는 게 많았다. 하나에만 집중하는 게 아니라 (리시브와 속공 등) 두 가지를 시합에 응용할 수 있게 하는 방식”이라며 “새 감독님 오셔서 다시 시즌을 준비하는 거니까 선수들과 '모든 걸 배운다는 마음으로 집중하자'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고 밝혔다.

산틸리 감독과 대한항공의 동행에 배구 팬들의 관심이 모아진다. [사진=연합뉴스]

산틸리 감독은 첫날 훈련에서부터 실전과 같은 집중력을 요구했다. 정지석, 곽승석 등 팀 간판은 물론 이수황, 진지위 등 ‘뉴페이스’의 표정에는 설렘과 긴장이 공존했다. 

산틸리 감독은 “지금 수비는 좋기 때문에 전위에서의 조직력을 좀 더 정비하면 좋을 것”이라며 “특히 블로킹 라인, 센터 관련 훈련은 매일 진행하면서 집중력을 끌어올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선수 역시 “경기에서 잘하기 위한 연습이다. 집중력이란 자기 자신이 즐거울 때 나온다. 감독님이 앞서 ‘연습은 항상 즐거워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다. 즐기다보면 자기도 모르게 집중해 경기력에 좋은 영향을 끼칠 거라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산틸리 감독은 또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지만 그 전에 우리 팀이 우승이라는 단어를 품을 때 두려워하지 않는 팀이 돼야 한다. 단순히 이기는 데 목적을 두는 게 아니라 어떻게 이겼는가도 중요하다. 우승하는 데 집중하는 것뿐 아니라 우승을 준비하는 과정 역시 중요하다”고 힘줬다.

훈련에서든 실전에서든 매 순간 공 하나하나 최선을 다할 때 좋은 결과를 얻을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V리그 최고의 스쿼드를 갖춘 대한항공이라 하더라도 이 점에서 예외일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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