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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배구요?' 산틸리 향한 디우프-라바리니의 첨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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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배구요?' 산틸리 향한 디우프-라바리니의 첨언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0.06.09 12: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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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로베르토 산틸리(55·이탈리아) 감독이 프로배구 남자부 인천 대한항공에 부임했다. 남자 프로배구 사상 첫 외국인 사령탑이다. 반다이라 마모루(일본)가 여자배구 인천 흥국생명 코치, 감독대행에 이어 정식 감독으로 선임돼 한 시즌(2010~2011) 이끈 바 있지만 남자부에서는 전례가 없다.

8일 용인 신갈체육관에서 열린 부임 합동인터뷰에서 산틸리 감독은 “첫 외국인 감독이라 더 영광스런 자리다. 30년 전 해외로 나가는 지도자가 많지 않던 시절 처음 이탈리아를 떠날 때도 마찬가지였지만 한국에 온 것 역시 도전이다. 어렸을 때부터 부담이라는 것과 싸워왔고, 이를 도전으로 받아들이고 재미있게 바라보고 있다”고 밝혔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전 세계적 대유행으로 자국 이탈리아는 물론 대다수 국가에서는 아직까지 배구 리그 개최를 꿈꾸기 어렵다. 반면 방역 강국 한국에선 프로배구 13개 구단이 저마다 목표를 갖고 다음 시즌 V리그를 준비하고 있다.

국내 무대로 복귀하는 김연경(흥국생명)이 그렇듯 산틸리 감독의 한국행에도 이런 부분이 영향을 끼쳤을 터. 산틸리 감독은 스테파노 라바리니 한국 여자배구 국가대표팀 감독과 발렌티나 디우프(대전 KGC인삼공사)를 통해 한국에 대해 전해 들었다.

로베르토 산틸리 대한항공 감독은 이탈리아 출신 스테파노 라바리니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 감독과 발렌티나 디우프(KGC인삼공사)에게 한국 생활에 대해 문의했다. [사진=연합뉴스]

산틸리 감독은 “라바리니 감독과 알고 지내는 사이”라며 “한국 오기 전 문자를 주고받았다. 한국의 생활양식에 대해 물어보기도 했다. 라바리니 감독은 한국의 조직력에 놀랐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는 “오히려 디우프와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대표팀과 클럽에서 훈련하는 것은 다르기 때문이다. 디우프가 ‘한국은 살기 좋은 나라다. 이만한 데 없으니 빨리 오라’고 해 넘어 온 것도 있는 것 같다”며 웃었다.

디우프는 지난 3월 리그가 일찍 마무리되자 인스타그램에 “끝까지 뛰고 싶었는데 이번 시즌이 끝났다. 조금 아쉽지만 비상사태에서 모두를 위한 결정”이라면서 “한국은 나를 환영해주고 많은 것을 느끼게 해줬다. 모두 감사합니다”며 아쉬워했다.

지난 시즌 여자부 득점 1위에 오르며 베스트7 아포짓 스파이커(라이트) 부문에 이름을 올린 그는 다음 시즌 한 번 더 KGC인삼공사와 함께한다. 구단에선 인성과 실력을 모두 갖춘 그와 동행하고자 러브콜을 던졌고, 디우프도 이탈리아 내 제안을 거절하고 계약서에 사인했다.  

발렌티나 디우프(오른쪽 첫 번째)는 한국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고, 스스로도 한국 생활에 만족해 재계약을 체결했다. [사진=KOVO 제공]

산틸리 감독은 지도자로서 다양한 곳에서 경험을 쌓았다. 지난 2002년 이탈리아 21세 이하(U-21) 남자 대표팀을 이끌고 유럽선수권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2017∼2018년 호주 남자 대표팀을 지휘했고, 이탈리아, 폴란드, 러시아, 독일 리그 등에서 프로 감독직을 역임했다.

그런 그에게 한국 프로배구는 어떻게 비쳐졌을까. 

그는 “우선 놀란 건 시설이다. 대표팀 감독도 해봤고, 다른 리그에도 있었지만 시설은 확실히 (한국이) 잘 돼있다. 시설이 돼 있다는 건 그 주변에 프로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이 많기 때문일 것”이라며 “그렇다고 다른 나라 시설을 무시하는 건 절대 아니다”라고 했다.

또 “폴란드가 배구로 유명하지 않나. 하지만 이렇게 많은 기자들이 훈련을 보러 온 적은 없다. 이렇게 많은 기자가 나를 보러 왔다는 생각이 드니 그래서 영광스럽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이날은 남자배구 사상 첫 외인 사령탑이 처음 코트에서 선수단과 대면하는 날이었다. 또 지난 시즌 V리그가 조기 중단된 뒤 배구계 공식 행사가 잦지 않았던 만큼 취재열이 상당했다. 산틸리 감독은 한국의 배구 열기에 적잖이 놀란 눈치였다.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은 여자배구 대표팀을 한 차원 높은 단계로 이끌고 있다. [사진=FIVB 제공]

그는 앞서 유튜브 영상을 통해 V리그를 접하기도 했다. 

산틸리 감독은 “베스트 랠리 톱 10 영상을 봤는데, 그 중 6개가 리베로의 다이빙 디그에 관한 것이라 흥미로웠다. 확실히 팬들이 뭘 좋아하는지 아는 리그인 것 같다”며 끈질긴 수비를 보여주는 리그라고 분석했다.

또 “서울 우리카드, 천안 현대캐피탈의 영상을 흥미롭게 봤다”면서 “재밌는 건 외국인선수를 교체했을 때 팀 퍼포먼스가 아예 달라졌다는 점이다. 외인이 매년 바뀌다보니 그 팀만의 특색을 알기 어려워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타 구단에 대한 평가는 보류했다. 

지난달 24일 입국한 그는 정부 방침에 따라 2주간 격리 생활을 했다. 그는 “생각도 정리하고, 자신을 좀 더 내려놓고 침착하게 만든 유익한 시간이었다. 몇 년 간 항상 너무 바쁘게 살았다. 지난 2주 동안 조금은 다른 시선을 갖고, 차분하게 보냈다. 팀 영상을 보면서 프란체스코 올레니 코치와 함께 공부하고, 분석하며 팀을 어떻게 꾸려갈지 그림을 그렸다”고 했다.

라바리니 감독은 여자배구 대표팀의 3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을 이끈 뒤 미뤄진 올림픽 일정에 따라 계약기간을 연장했다. 선수들의 두터운 심임 속에 차분히 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다. 산틸리 감독 역시 한국 남자배구에 선진 훈련 시스템을 도입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그도 한국에서 좋은 기억을 안고 이탈리아로 돌아갈 수 있을까. 그가 한국에서 내딛는 걸음에 시선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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