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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오승환 최원호, 삼성 한화 어떻게 바꿀까 [SQ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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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오승환 최원호, 삼성 한화 어떻게 바꿀까 [SQ전망]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0.06.10 10: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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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여전히 야구장은 썰렁하지만 날로 관심은 더 커져만 간다. 특히 복귀한 삼성 라이온즈 오승환(38)과 최원호(47) 한화 이글스 감독대행이 바꿔나갈 팀의 미래에 두 팀 팬뿐 아니라 프로야구 팬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끝판왕’이 돌아왔다. 오승환은 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와 홈경기에서 3-4로 뒤진 8회초 등판했다. 무려 2442일, 3년 8개월여만.

처음 등판한 친정팀의 새 구장엔 예전처럼 그를 반겨주는 팬은 없었지만 위압감만큼은 과거와 다르지 않았다.

 

삼성 라이온즈 오승환이 9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KBO리그에 복귀해 투구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오승환은 2000년대 삼성 왕조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2005년 데뷔해 첫 시즌부터 삼성의 클로저로 자리 잡은 그는 이듬해를 시작으로 5차례나 세이브왕에 오르는 등 10시즌 동안 277세이브를 챙겼다. KBO 역대 최다 기록.

이후엔 일본프로야구(NPB) 한신 타이거즈에서 센트럴리그 구원왕(39세이브)에 올랐고 2년간 80세이브를 거둔 뒤 미국 메이저리그(MLB)로 진출했다. 30대 중반을 넘긴 나이에도 오승환은 훨훨 날았다. 첫 시즌 중반부터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마무리 트레버 로젠탈을 대체한 그다. 6승 3패 19세이브 평균자책점(ERA) 1.92를 기록했고 이듬해엔 다소 부진하기는 했어도 20세이브를 거두며 성공시대를 달렸다.

이듬해 토론토 블루제이스로 이적한 그는 6승 3패 3세이브 21홀드로 건재했지만 2019년 부상 이후 방출되며 결국 삼성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2015년 해외 원정 도박 혐의가 문제가 됐고 72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았다. 엄밀히 따지면 KBO 소속이 아닌 시절이었긴 했지만 복귀를 원한 오승환은 잘못을 인정하고 이를 받아들였고 수술로 인한 회복 기간 외에도 징계 기간을 거쳐 9일 엔트리에 등록됐다.

 

삼성 라이온즈 오승환이 9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KBO리그에 복귀해 공을 뿌리고 있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8회초 구원등판해 역투하고 있는 오승환.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1년 이상 경기에 나서지 못했던 오승환은 팀이 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등판했다. 그를 반기는 등장곡 ‘라젠카 세이브 어스’가 울려퍼졌고 오승환이 마운드에 올랐다. 첫 타자 박준태에게 초구를 공략당해 2루타를 맞았지만 돌부처의 표정엔 변화가 없었다. 노림수가 분명했음에도 오승환의 선택은 한복판 속구였다.

오승환은 거침 없었다. 김주형의 희생번트 이후 1사 3루에서도 김규민을 상대로 힘 싸움을 펼쳤다. 김규민의 타구는 힘에서 밀렸고 오승환은 3루 주자를 묶어둔 채 아웃카운트를 늘렸다. 경기 감각은 아직 완전하진 않았다. 서건창에게도 정면 승부를 펼쳤지만 공이 조금씩 빠지며 볼넷. 그러나 김하성과 대결에서 초구로 포수 파울 플라이를 잡아내며 이닝을 마무리했다. 10개의 공 중 변화구는 단 2개. 최고 시속 148㎞의 묵직한 ‘돌직구’는 여전했다.

삼성은 13승 18패, 7위에 머물고 있다. 문제는 타선. 타율 0.250으로 전체 8위다. 구자욱이 오승환과 함께 복귀했지만 타선의 반등만을 기다릴 수는 없다.

임현준과 최지광, 노성호, 김윤수, 유규민으로 이어지는 불펜은 탄탄하다. 선발진도 안정된 편이다. 오승환의 합류는 불펜 야구에 대한 자신감을 키워줄 수 있다. 장필준이 정상 복귀하고 오는 8월 심창민까지 전역 후 합류하면 왕조 시절 삼성과 같이 불펜으로 승리를 지켜낼 수 있는 힘이 생길 전망이다.

 

한화 이글스 최인호가 9일 프로 데뷔전에서 4번타자로 나서 안타를 신고하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9일 오승환 복귀 못지않은 관심이 쏠린 건 연패의 늪에 빠진 한화였다. 한용덕 감독이 물러났고 최원호 퓨처스 감독이 그 감독대행 역할로 지휘봉을 잡았다. 그리고 곧바로 베테랑 9명을 포함한 10명을 2군에 내려보냈다. 1군에 등록된 선수들은 하나 같이 경험이 부족한 이들.

한화는 롯데 자이언츠와 원정경기에서 3-9로 패했다. 15연패. 팀 창단 이후 가장 긴 연패이자 1985년 삼미 슈퍼스타즈(18연패), 1999년 쌍방울 레이더스(17연패), 2002년 롯데와 2010년 KIA 타이거즈(이상 16연패) 바로 뒤에 자리하게 됐다.

예상하지 못한 건 아니었다. 타선과 마운드가 모두 무너진 한화다. 심지어 중심을 잡아줘야 할 베테랑 9명이 2군으로 향했다. 설상가상 1선발 워윅 서폴드마저 올 시즌 최악의 투구를 펼치며 무너졌다. 이길 방법이 없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한숨만 나오는 경기는 아니었다. 희망을 찾아볼 수도 있었다. 일단 이날 선발로 나선 박정현과 이동훈, 박상언, 조한민은 1군과는 거리가 먼 이들이었다. 특히 신인 박정현과 최인호는 이날이 1군 데뷔전이었고 박상언과 조한민도 선발은 처음이었다.

 

최원호 감독 대행(왼쪽)은 파격적인 라인업을 들고 나왔다. 결과는 15연패였지만 가능성을 찾아볼 수 있는 경기였다.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이날은 실책이 나오지 않았다. 팀 최다 실책 1위의 불명예를 안고 있다는 점과 신진급 선수들을 대거 기용한 점을 고려하면 이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성과였다. 무엇보다 경기를 대하는 선수들의 간절함이 달랐다. 눈빛부터 달랐다.

지명타자 최인호는 4번타자 특명을 받고 2안타를 만들어냈고 조한민도 멀티히트로 최원호 감독대행의 믿음에 보답했다. 주장 이용규는 톱타자로 나서 2안타를 만들었고 그동안 부진했던 김태균(2안타)과 제러드 호잉(솔로홈런)도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포수 박상언은 안타를 뽑아내진 못했지만 날카로운 송구와 블로킹 등으로 팬들의 박수를 받았다.

최원호 감독은 “설마 100연패까지 하겠나”라고 말했다. 무책임한 발언이 아니다. 눈 앞 성적에 연연하지 않고 팀 개혁을 이루겠다는 확고한 의지가 담겨 있는 말이다.

팬들도 최원호 감독의 결단력 있는 경기 운영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어차피 팀 성적은 크게 기대하지 않으니 리빌딩이라도 확실히 해달라고 말한다. 쉽지만은 않은 도전이다. 김응용, 김성근 등 내로라하는 명장들도 성적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해 물러난 게 한화의 감독 자리다.

확실한 변화 없이는 팀의 미래도 없다. 한 두 번 속는 건 아니지만 한화 팬들은 최원호 감독대행의 강력한 의지에 ‘이번엔 다를까’하며 일말의 기대감을 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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