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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 업은 흥국생명, 배구판 흥미 과연 떨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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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 업은 흥국생명, 배구판 흥미 과연 떨어질까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0.06.10 12: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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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여제’ 김연경(32)이 돌아온다. ‘존재만으로도 반칙’인 김연경의 등장은 과연 여자프로배구 생태계를 혼란에 빠지게 할까.

김연경은 10일 오후 2시 밀레니엄 힐튼 서울에서 복귀 기자회견을 연다. 한국으로 돌아오게 된 이유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전할 예정이다.

그야말로 ‘우여곡절’이었지만 김연경은 결국 친정팀 인천 흥국생명의 유니폼을 다시 입는다. 배구 팬들의 기대감이 커지는 가운데 일부 우려의 목소리도 들려오는 게 사실이다. 김연경의 가세는 프로배구 판도를 단조롭게 만들 것이라는 것이다.

 

김연경이 10일 흥국생명 입단 기자회견을 연다. 한국으로 돌아오게 된 배경 등을 밝힐 예정이다. [사진=연합뉴스]

 

공은 둥글지만 흥국생명이 우승 0순위로 떠오른 건 분명한 사실이다. 2018~2019시즌 통합 우승을 차지했던 흥국생명은 지난 시즌 3위로 아쉬움을 남겼다.

시즌을 마친 뒤 국가대표 세터 이다영을 영입하며 4억 원(연봉 3억 원, 옵션 1억 원)을 투자했다. 쌍둥이 언니이자 팀 에이스인 이재영에게는 6억 원(연봉 4억 원, 옵션 2억 원)을 약속했다.

거기에 김연경까지 복귀설까지 돌았다. 김연경은 4년 밖에 뛰지 않았다는 이유로 FA 자격이 아닌 임의 탈퇴 신분이었고 임대 개념으로 일본과 터키, 중국 리그를 돌았다. 그가 국내로 돌아올 경우 흥국생명에 우선권이 있었다.

지난해 터키 엑자시바시에서 받은 연봉이 17억 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미 이재영-이다영에게 많은 돈을 쏟아 부은 흥국생명이 김연경에게 줄 수 있는 최고 금액은 6억5000만 원이었다. 샐러리캡 규정으로 인해 흥국생명도 더 줄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그러나 복귀를 결정한 김연경에게 돈은 크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자신으로 인해 거취가 불분명해질 후배들을 떠올렸고 3억 원을 자진삭감했다. 대신 낙오하는 후배들 없이 가자는 게 조건이었다. ‘걸크러시’ 그 자체였다.

 

데뷔와 함께 최고 선수로 등극했던 김연경의 복귀로 타 팀 감독들이 떨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가대표 삼총사와 외국인 선수 루시아 프레스코도 재계약하며 막강한 전력을 구축했다. 지난 4일 외국인 드래프트 현장에서 김종민 김천 한국도로공사 감독은 “다른 팀으로선 경쟁이 힘들어진다. 실력 차이가 크게 나니 싱거운 경기가 될 수도 있다”고 했고 차상현 서울 GS칼텍스 감독은 “경기가 한쪽으로 몰릴 수 있다”고 걱정을 나타냈다.

팀의 성적이 중요한 감독들 입장에선 걱정거리를 한아름 떠안게 된 게 분명하다. 김연경은 프로 첫 시즌부터 신인상과 정규리그, 챔피언결정전 MVP를 독식했고 팀에 3연패를 안긴 ‘사기캐릭’이다. 나이가 적지 않지만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의 기량을 뽐낸다.

다만 배구판의 흥미가 떨어질 것이라는 생각은 가당치 않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우승 이후 야구 팬들이 급증한 것처럼 2016 리우 올림픽에서 김연경의 활약에 힘입어 여자배구 인기도 크게 상승했다.

이후 방송 출연도 잦아졌다. 가장 핫한 지상파 예능프로그램인 MBC 나혼자 산다에 ‘반고정’ 멤버로 출연 중이다. 솔직하고 거침없는 성격으로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최근엔 MBC 놀면 뭐하니, SBS 집사부일체에도 출연했다.

 

17억 원 이상의 연봉을 받던 김연경은 3억5000만 원에 흥국생명으로 돌아왔다. 후배들을 생각하는 걸크러시 매력은 배구 판에도 활기를 불어넣을 전망이다. [사진=식빵언니 김연경 유튜브 영상 캡처]

 

김연경이 수면에 떠오르자 포털사이트엔 연일 그의 이름이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을 장식했다. 김연경의 높은 연봉도 덩달아 화제가 됐다.

김연경의 복귀로 흥국생명 안방인 인천 계양체육관은 매 경기 붐빌 것이고 김연경의 활약을 보기 위해 프로배구를 시청하는 이들이 급증할 것이다. 특히 라이트한 팬들을 경기장으로 불러모으는 건 매우 고무적인 일. 이걸 김연경보다 잘 할 수 있는 이는 없다. 운영 중인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영상은 31개에 불과하지만 구독자는 무려 38만을 훌쩍 넘었다.

참고할 만한 사례가 있다. 지난 시즌 전 돌입 전 프로농구 창원 LG 현주엽 감독과 선수들은 KBS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에 출연했다. 김선형과 양동근 등 국가대표 선수들도 잘 모르던 이들이 당시 LG의 핵심 전력도 아니었던 정희재와 김동량을 알아가기 시작했고 이들을 보기 위해 경기를 시청하고 창원 실내체육관을 찾았다. 무서운 화력 덕에 둘은 생애 올스타로 뽑히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프로농구 관중은 직전 시즌 대비 10.7% 증가했는데, LG 영향이 상당했다. 홈 팬은 다소 줄었지만 전국구 팬이 많이 생겨났다는 평가다.

김연경의 경우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더불어 젊은 선수들에겐 김연경과 상대하며 자극받고 더욱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것도 간과할 수 없다. 각 팀 감독들의 고충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숲을 바라보자면 배구판이 더 발전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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