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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연맹 또 논란, 적폐는 언제쯤 사라질까 [SQ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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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연맹 또 논란, 적폐는 언제쯤 사라질까 [SQ이슈]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0.06.10 17: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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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또 대한수영연맹이다. 밖으로 샜던 바가지가 안에서라고 멀쩡할 리 없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9일 대한체육회와 수영계 관계자는 지난 5일 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 회의에서 김지용 대한수영연맹 회장에게 6개월, A 부회장과 B 이사에게 각각 3개월의 자격정지를 내렸다고 밝혔다.

지난해 광주 세계수영선수권에서 선수들에게 규정에 어긋나는 의류와 용품을 제공해 망신을 당했는데, 안에서도 크고 작은 잡음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세계수영선수권에서 대한수영연맹의 무능으로 선수들은 업체 로고를 테이프로 가리고 임시방편으로 국가명을 새긴 채 대회에 나서야 했다. [사진=연합뉴스]

 

작년 세계수영선수권. 경기에 나선 한국 선수들의 복장은 한없이 초라했다. 개최국이라는 사실이 창피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연맹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판매하는 A가 의류를 선수단에 지급했는데, A사 로고가 국제수영연맹(FINA) 광고 규정에 부합하지 않아 다이빙 간판 우하람 등은 테이프로 지저분하게 가린 뒤에야 경기에 나설 수 있었다.

오픈워터 수영 국가대표는 국제규정에 맞지 않은 수영모를 지급받았고 급하게 마크가 없는 제품을 공수해 매직펜으로 국가명을 적고 경기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사이즈가 맞지 않아 흘러내리는 수영모를 붙잡고 경기를 하는 촌극을 벌이기도 했다.

국민적 공분을 일으킨 사건이었다. 경기에만 집중해도 모자란 상황에서 선수들이 제 경기력을 펼칠 수 없었다. 홈 어드벤티지도 사실상 누리지 못했다.

수영연맹은 기존 용품 후원 업체와 계약이 끝난 뒤 새 후원사를 찾지 못하고 결국 다시 A사와 재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이 업체는 이미 6개월 전 계약이 만료돼 ‘KOREA’가 새겨진 유니폼을 준비하지 못했다. 안일하고 무능한 연맹의 행정이 빚어낸 일이었다.

 

규정에 맞지 않는 모자를 제공받아 결국 새 수영모에 매직으로 국가명을 새기고 오픈워터 종목에 나선 백승호. [사진=연합뉴스]

 

한바탕 세계적 망신을 당한 뒤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는 수영연맹에 대한 특정감사를 진행했고 김지용 회장을 비롯한 관련자들의 징계를 요구했다.

하지만 결과는 찝찝했다. 문체부는 김 회장과 C부회장에 대해서는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경찰에 수사 의뢰까지 했으나 무혐의 처분이 났다. 

수영연맹도 자체 스포츠공정위 끝에 이들에게 모두 경징계에 해당하는 견책 처분을 내렸다. 체육회는 수영연맹의 징계가 부당하다며 재심을 요구했으나 연맹이 기존 징계를 고수하자 규정에 따라 직권으로 재심사를 했다.

문제는 또 있었다. 9일 KBS에 따르면 연맹은 대회 전 선수들에게 A사 외 제품을 착용할 경우 징계는 물론이고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는 서약서를 건네 따를 것을 권고한 것이다.

한국 수영 간판 김서영은 반발했다. 경기를 코앞에 둔 상황에서 그동안 써온 브랜드가 아닌 타사 제품을 이용하는 것은 기록의 종목인 수영 선수에겐 치명적일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연맹은 이 뜻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결국 김서영은 직접 일본에 있는 A사 아시아 총판에 연락해 타사 제품 사용 허락을 받아야 했다.

 

김지용 대한수영연맹 회장(오른쪽)이 지난 3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연맹 이사회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김 회장은 6개월 자격정지 징계를 받았다. [사진=대한수영연맹 제공/연합뉴스]

 

선수들이 최고의 경기력을 낼 수 있게 도와야 할 연맹이 오히려 대회 준비에 방해가 되는 일만 골라한 것이다.

김 회장은 사실상 퇴출 수순에 오르게 됐다. 임기가 올 12월까지이기 때문. 그러나 김 회장은 돌연 지난 3일 태스크포스(TF)를 출범했다. 두 달 내로 혁신방안을 마련하고 나면 회장직에서 사퇴하겠다고 했지만 시선은 곱지 않다. 스스로 조직한 TF가 진정한 혁신을 이뤄낼 수 있을지 의구심이 따르는 것.

지난 2월 일부 대의원은 연맹의 무능을 지적하고 책임을 묻겠다면서 집행부 불신임안을 제출하기도 했지만 4월 대의원총회에서 표결 끝에 찬성 10표, 반대 7표, 무효 1표가 나와 김 회장은 가까스로 해임을 면했다. 해임안은 재적 대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발의되고 ⅔이상 찬성으로 의결되는데 2표 차로 부결된 것.

수영연맹 내부에 얼마나 많은 적폐가 존재하는지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TF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은 것 또한 이 때문이다.

얼마나 강력한 혁신 의지를 가진 지도부가 출범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다만 고인물들의 잔치에서 제대로 된 개혁적 지도자가 탄생할 수 있을지, 그 뜻을 마음껏 펼칠 수 있을지 걱정이 뒤따를 수밖에 없는 암담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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