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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영건' 박승규-이민호, 삼성-LG 승리 DNA를 깨우다 [SQ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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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영건' 박승규-이민호, 삼성-LG 승리 DNA를 깨우다 [SQ포커스]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0.06.12 10: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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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올 시즌 프로야구 유독 영건들의 활약이 눈부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무관중 경기가 이들에겐 오히려 긴장을 줄여줘 기회가 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쑥쑥 성장하며 이젠 오히려 팀을 이끌어 가는 이들이 있다.

삼성 라이온즈 박승규(20)는 11일 2020 신한은행 쏠(SOL) KBO리그(프로야구) 하이라이트 필름에 빼놓을 수 없는 장면을 연출했다. ‘슈퍼캐치’ 2개는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삼성 라이온즈 박승규(왼쪽)와 LG 트윈스 이민호가 11일 경기에서 나란히 활약하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둘은 올 시즌 신인왕 레이스 경쟁을 벌이고 있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연합뉴스]

 

◆ ‘수비요정’ 박승규, 팀 일깨우는 ‘양준혁 정신’

2번타자 우익수로 선발 출장한 박승규는 팀이 0-1로 뒤진 2회초 수비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담장을 향하는 박준태의 큼지막한 타구를 끝까지 쫓아가 점프 캐치로 걷어냈다. 이미 2루로 향하고 있던 박준태는 헬멧을 던지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3회 수비는 경악을 금치 못할 만큼 놀라웠다. 삼성은 박승규의 호수비 후 기회를 살려 3득점했지만 곧이어 위기를 맞았다. 2사에서 이정후에게 볼넷, 김하성에게 안타를 맞았고 박동원의 타구가 다시 한 번 우측 담장 쪽을 향해 빠르게 뻗어갔다. 동점 주자까지 홈을 밟을 만한 큰 타구.

그러나 미소 지은 쪽은 삼성이었다. 박승규는 빠르게 타구를 쫓았고 워닝트랙에서 다이빙을 했다. 자칫 담장에 충돌할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지만 몸을 아끼지 않았고 타구를 깔끔히 캐치하며 위기를 종결시켰다. 안타는 없었지만 1타점, 1득점과 2개의 호수비만으로 수훈선수로 꼽히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더 놀란 건 키움 선수들이었다. 박동원은 “미친 거 아니야”라며 허탈하게 웃었고 3루를 돌아 홈에 도달한 이정후 역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채  한동안 멍하니 박승규를 바라봤다. 투수 김대우는 마운드를 지나 더그아웃을 향하는 박승규를 향해 “한 번만 안아보자”며 고마움을 나타냈다.

 

삼성 투수 김대우(왼쪽)가 11일 3회초 수비가 끝난 뒤 "한 번 안아보자"며  슈퍼캐치로 타구를 걷어낸 박승규(가운데)를 끌어안으며 고마움을 표하고 있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경기고 출신으로 2018년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 타격상(타율 0.471)과 최다타점상(8개)을 수상했던 박승규지만 프로 첫해 기회는 14경기에 나서 타율 0.190에 그쳤지만 겨우내 흘린 땀방울이 올해 빛을 보고 있다.

성실한 훈련 태도를 바탕으로 가능성을 보이며 허삼영 감독의 눈도장을 찍었다. 시즌 초 구자욱이 부상 이탈하자 허 감독은 박승규를 콜업했다. 퓨처스리그 타율은 0.176에 그쳤지만 가능성에 베팅을 했다.

전날도 호수비를 자랑한 박승규는 타석에서도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타율 0.308로 부상으로 자리를 비웠던 구자욱에 이어 가장 성적이 좋다.

그보다 더 중요한 건 경기에 임하는 태도. 허 감독은 박승규의 에너지를 높게 평가했는데, 1루까지 전력질주하는 등 그의 허슬플레이에 집중했다. 팀 분위기를 바꿀 수 있다는 것. 체형은 다르지만 그의 플레이스타일은 흡사 팀 레전드 양준혁을 떠올리게 한다. 아직 7위에 머물고 있는 삼성이 구자욱과 오승환의 합류 이후 반등할 수 있다면 박승규의 몫도 빼놓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LG 이민호가 11일 SK 와이번스전 7이닝 1실점 호투로 시즌 2승 째를 챙겼다. [사진=연합뉴스]

 

◆ 류중일 특별관리 이민호, 에이스 길 걷는다

임팩트라면 LG 트윈스 고졸 루키 우투수 이민호(19)도 밀리지 않는다. 휘문고 에이스였던 그는 올해 신인 드래프트 1차에서 LG의 지명을 받았다. 시작은 불펜이었으나 2차례 호투 후 2군에 내려가 선발 수업을 받았다.

첫 등판이었던 삼성전 5⅓이닝 무실점 호투하며 데뷔 첫 승을 따냈다. 지난 2일 또 삼성을 상대로 7이닝 동안 2실점 호투했다. 패전을 떠안았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 충분한 경기였다.

11일 SK 와이번스전은 더욱 놀라웠다. 더블헤더 1차전에 선발 등판한 이민호는 1회 최지훈에게 2루타, 제이미 로맥에게 중전 안타를 맞고 1실점했지만 빠르게 안정을 찾아갔다.

최고시속 150㎞에 육박하는 공을 바탕으로 날카로운 슬라이더를 섞어 던지며 SK 타자들을 제압했다. 2회와 3회 내야안타를 내줬지만 5회까지 흔들림 없이 던졌다. 

위기에서도 무너지지 않는 담대함은 고졸 루키가 맞는지 의심하게 만들 정도였다. 6회 연속 안타를 맞고 무사 1,2루 위기에 몰렸지만 로맥을 우익수 뜬공, 정의윤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고 정진기에게도 우익수 뜬공을 유도, 무실점 피칭을 펼쳤고 2경기 연속 7이닝 투구를 이어갔다. 7이닝 6피안타 7탈삼진 1실점, 시즌 2승(1패).

 

이민호는 류중일 감독의 특별관리 속에 핵심 선발진으로 무럭무럭 성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재목을 알아본 류중일 감독은 1군 콜업 후 충분한 텀을 주며 선발 수업을 시키고 있다. 이민호는 지난달 21일 이후 이달 2일 선발 등판했고 9일만인 11일 다시 경기에 나섰다. 체력적 부담감 없이 충분히 힘을 쏟을 수 있게 한 류 감독의 배려였고 이민호는 그에 기대 이상으로 보답했다.

류중일 감독은 경기 후 “완벽했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더블헤더로 체력적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불펜진을 아꼈다는 것도 큰 수확이었다. LG는 진해수와 정우영 2명만을 활용하며 승리를 챙겼고 이는 2차전 불펜 4명을 가동하며 연승을 거둘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2위 그룹 경쟁을 벌이고 있는 LG지만 최근 10경기 4승 6패로 주춤했다. 그러나 이민호는 팀이 다시 상승세를 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진정한 에이스의 면모를 갖춰가고 있는 그다.

루키 이민호는 물론이고 2년차 박승규도 최근 5년 이내 60타석을 넘지 않아 신인왕 레이스 도전에 나선다. KT 위즈 소형준과 SK 최지훈, 삼성 허윤동 등과 벌일 경쟁이 시즌 초반부터 뜨겁게 불붙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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