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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는 드라마다(上) 한화 노태형-LG 이성우-KT 배정대, 대기만성 표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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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는 드라마다(上) 한화 노태형-LG 이성우-KT 배정대, 대기만성 표본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0.06.15 17: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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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1년에 144경기를 치르는 프로야구를 보고 42.195㎞를 달리는 마라톤과 유사하다고 한다. 초반에 반짝한다고 해서, 다소 부진하다고 해서 실망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는 선수들의 커리어를 놓고 봐도 마찬가지다. 선수 인생 초중반까지 부진했더라도 그저 그런 선수로 커리어를 마감하는 것만은 아니다.

올 시즌 유독 힘겨운 시간을 딛고 팀의 중심으로 떠오른 선수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이들의 힘겨웠던 스토리에 함께 눈물 흘리고 예상 외 전력에 기뻐하고 있다.

 

노태형(가운데)이 14일 두산 베어스전 끝내기 안타로 한화 이글스의 18연패를 끊어내고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꼴찌팀 꼴찌선수’ 노태형, 한화 난세영웅 등극

14일 한화 이글스가 길고 길었던 연패 사슬을 끊어냈다. 쌍방울 레이더스와 한국 프로야구 역대 최다인 18연패로 어깨를 나란히 했지만 9회말 두산 베어스에 7-6 역전승을 거두고 가까스로 단독 최다 연패팀에 오르는 수모는 피하게 됐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연승을 달렸다.

난세영웅으로 떠오른 끝내기 안타의 주인공 노태형(25)을 아는 야구 팬들은 많지 않다. 2014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117명 중 116번째로 한화의 지명을 받았다. ‘꼴찌 팀의 꼴찌 선수’라는 표현만큼 적확한 표현은 없었다.

빠른 발과 준수한 수비력은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타격이 문제였다. 2군에서도 두각을 나타내진 못했고 병역도 상무나 경찰청이 아닌 현역병으로 다녀와야 했다. 자연스레 잊혀지는 선수로 가는 여느 선수들의 과정과도 같았다.

그러나 노태형은 포기하지 않았다. 시간이 날 때마다 개인 훈련을 했다. 지난해 전지훈련엔 급성 충수염에도 불구하고 통증을 참고 비행기에 올랐다. 절박함에도 연봉은 최저인 2700만 원, 1군 콜업 기약도 없었다. 지난달 20일 그토록 고대하던 1군행을 명받았지만 기회를 살리지 못한 채 다시 2군행을 통보받았다.

그리고 지난 10일 다시 1군에 복귀했다. 이를 갈았던 노태형은 11일 롯데전 첫 안타와 함께 멀티히트 경기를 치렀고 서스펜디드 경기로 열린 14일 운명의 두산전에서 9회말 팀이 6-6으로 맞선 2사 2,3루 두산 에이스 함덕주의 공을 과감하게 받아쳐 좌전 끝내기 안타를 만들어냈다.

 

LG 트윈스 이성우는 데뷔 후 가장 뜨거운 시즌을 보내고 있다. 통산 홈런 7개 중 올 시즌 초반에만 3개를 몰아쳤다. [사진=연합뉴스]

 

◆ 불혹 기대주(?) 이성우, LG ‘우승 부적’이 되리

한국 나이 마흔의 기대주(?)가 있다. LG 트윈스 백업포수 이성우(39). 2005년 SK 와이번스 육성선수로 지명돼 KIA-SK를 거친 그는 통산 타율 2할 초반대 그야말로 백업 포수였다. 그마저도 마흔에 가까워지는 나이에 선수 생활을 이어가기 어려웠다. 2018시즌을 마치고는 은퇴기로에 놓였다.

친정팀 SK에서 프런트 자리를 제안했지만 현역 연장 의지가 강했고 그 때 손을 잡아준 게 LG였다. 지난해 6월 데뷔 15년 만에 첫 방송사 인터뷰를 가졌고 끝내기 안타도 처음 경험했다.

올 시즌 성적은 더욱 놀랍다. 여전히 백업 포수 역할을 맡고 있는 그에게 많은 기회가 주어지진 않는다. 그러나 타율 0.400(15타수 6안타)에 홈런 3방을 날리고 있다. 통산 홈런은 7개. 얼마나 집중력 있게 시즌을 보내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수치다. 당장 은퇴를 해도 이상하지 않을 그의 연봉은 8000만 원. 압도적인 가성비다.

게다가 창단 30주년을 맞아 대권에 욕심을 내는 LG엔 기분 좋은 징크스를 던져주는 이성우다. 그의 이적 2년차에 새 팀들은 한국시리즈에서 나란히 웃었다. 2007년 SK와 2009년 KIA가 그랬다. 지난 시즌 LG 유니폼을 입은 그는 올 시즌 알토란 같은 활약으로 LG의 선두권 경쟁에 보탬을 주고 있다.

 

KT 위즈 배정대는 구단의 긴 기다림의 시간을 뜨거운 타격감으로 보답하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 KT ‘존버’ 보답, 드디어 터진 배정대

배정대(25)는 KT 위즈의 아픈 손가락 같은 존재였다. 2014년 LG는 성남고 출신 배병옥을 신인 2차 1라운드에서 지명했다. ‘제2의 이병규’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기대를 모았지만 탄탄했던 LG 외야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했다.

신생팀 KT는 배정대의 가능성에 베팅을 했다. 창단 특별 지명 선수로 10억 원을 투자해 그를 데려왔다. 그러나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동안 꾸준히 기회를 얻으면서도 1할대 타율에 머물렀다. 

배정대로 개명까지 하면서 의지를 불태웠고 이강철 감독도 그의 노력과 발전을 인정했다. 시즌을 앞두고 강백호를 1루수로 돌리면서까지 외야 한자리를 배정대에게 할애했고 그 선택은 드디어 대박을 쳤다.

타율 0.359 1홈런 17타점 21득점. OPS(출루율+장타율) 0.958. 팀 주전급 가운데 멜 로하스 주니어 다음으로 가장 뜨거운 타격감을 보이공 ᅟᅵᆻ다.

당초에도 수비력은 인정받았던 배정대지만 정확도와 힘까지 붙었다. 기대주를 대하는 이강철 감독의 특별관리도 배정대의 활약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이 감독은 시즌 초 배정대에게 꾸준히 9번 타자 역할을 맡겼고 부담을 덜어줬고 이젠 강백호-로하스에게 기회를 연결하는 ‘강한 2번 타자’로 자리를 굳히며 이강철 감독과 KT 팬들에게 흐뭇한 미소를 안겨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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