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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라이온즈 오승환 400SV 감격, 세리머니 그리고 정현욱 권오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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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라이온즈 오승환 400SV 감격, 세리머니 그리고 정현욱 권오준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0.06.17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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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과거와 달리 이젠 충분히 공략이 가능한 투수라는 평가도 받았지만 세이브 상황의 오승환(38)은 달랐다. 삼성 라이온즈 ‘끝판왕’이 돌아왔다.

오승환은 1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2020 신한은행 SOL(쏠) KBO리그(프로야구) 방문경기에서 팀이 4-3으로 앞선 9회말 등판해 1이닝 2볼넷 1탈삼진 무실점하며 복귀 후 첫 세이브를 기록했다.

한미일 통산 400세이브. ‘왕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세리머니와 동고동락했던 동료들이 한 자리에 있어 더욱 감격스러운 순간이었다.

 

삼성 라이온즈 오승환(오른쪽)이 16일 두산 베어스전에서 통산 400세이브를 따내고 강민호와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2005년 2차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에 삼성 유니폼을 입은 오승환은 한순간에 난공불락의 리그 최고 마무리로 거듭났다. 5차례나 구원왕에 오르며 277세이브를 기록한 그는 팀에 6차례나 우승 트로피를 안긴 뒤 일본으로 향했다.

일본 프로야구(NPB)에서 2시즌 동안 80세이브를 거뒀고 다소 늦게 진출한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도 4시즌 동안 활약하며 42세이브를 수확했다. 통산 399세이브를 기록한 오승환은 다시 KBO리그로 돌아왔다.

불법 원정 도박 문제로 72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거쳐야 했던 오승환은 지난 9일에서야 삼성 유니폼을 입고 다시 마운드에 섰다. 그러나 공의 힘은 예전 같지 않았다.

복귀전 첫 타자에게 장타를 맞는 등 실점 위기를 맞았다. 2,3번째 경기에서도 이기는 상황 8회에 등판했지만 각각 2경기 연속 실점하며 흔들렸다. 2군에서도 경기를 치르지 않고 1군에 직행해 경기 감각을 찾아가는 과정이긴 했지만 일각에선 노쇠화로 인한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복귀 후 처음 세이브 상황에 등판한 오승환은 불안감을 떨치고 끝판왕으로 돌아왔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그러나 세이브 상황의 오승환은 달랐다. 이날 처음 9회에 등판한 오승환은 최고 시속 150㎞ 공을 뿌리며 두산 타자들을 압도했다. 정수빈은 예리하게 떨어지는 변화구로 헛스윙 삼진, 최주환은 우익수 뜬공으로 잡아냈다. 11구 승부 끝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를 볼넷으로 내보낸 뒤 김재호에게도 연이어 볼넷을 허용했지만 이유찬과 힘으로 승부하며 3루수 파울플라이로 경기를 매조졌다.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아내는 순간 오승환은 강민호와 함께 특유의 세리머니를 했다. 왕조 시절 진갑용과 함께 했던 그 세리머니였다. 강민호는 물론이고 무표정의 오승환도 이 순간 만큼은 활짝 웃었다.

후배들은 오승환이 방송 인터뷰를 마치자 물이 담긴 아이스박스를 들이부으며 기쁨을 함께 했다. 그럼에도 오승환의 표정은 밝기만 했다.

 

왕조 시절을 함께 한 권오준(왼쪽)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는 오승환(가운데).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더욱 의미가 깊은 건 오승환과 호시절을 함께 보낸 이들이 함께 그 자리를 빛내고 있었다는 것. 특히 권오준은 왕조 시절 핵심 불펜 중 유일하게 삼성 불펜에서 오승환의 호투를 응원했고 권혁은 두산 벤치에서 지켜봤다. 정현욱은 이젠 코치로서 오승환에게 공을 건네며 믿음을 나타냈다.

그들과 함께 삼성 철벽 불펜을 이뤘던 안지만마저 간접적으로나마 이 순간을 함께 했다. 지인의 도박 사이트 개설 자금 지원 혐의로 실형을 받고 은퇴한 안지만은 인터넷방송 BJ로 활동 중인데, 이 경기를 중계하며 오승환의 투구를 지켜보고 응원했다.

이제는 다시 하나될 수 없는 이들이지만 이를 지켜보는 삼성 팬들의 향수를 자극하기에는 충분했다.

무엇보다 반가운 건 오승환이 제자리를 찾아갈 기미를 보였다는 것. 여전히 경기 감각을 끌어올리고 있는 오승환이 과거의 위력을 되찾는다면 과거 못지않은 삼성의 지키는 야구를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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