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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생각] 노출의 계절, 당신의 '식스팩'과 'S라인'은 안녕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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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생각] 노출의 계절, 당신의 '식스팩'과 'S라인'은 안녕하십니까?
  • 최문열
  • 승인 2015.05.12 08: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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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최문열 대표] 바야흐로 노출의 계절입니다. 따사로운 햇살 아래 겨우내 꽁꽁 감쌌던 몸매가 점점 드러나는 계절이지요. 이럴 때면 마음이 급해지는 이들이 있습니다. 몸매에 집착하는 사람들입니다. 남자는 행여 부실해 보이거나 뚱뚱해 보일까봐 여자는 자칫 전체 라인이 흐트러질까봐 조바심을 칩니다. 해마다 이 무렵이 되면 헬스클럽이 발디딜 틈없이 만원을 이룬다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도 아닙니다. 이들을 타깃으로 한 의료 상품과 기기, 건강 기구와 식품, 음료 등 다이어트 산업의 홍보 및 광고 마케팅 또한 더욱 활기를 띠기도 합니다.

지난해 8월 오픈 월드 피트니스 챔피언십 대회에는 전문 보디빌더 뿐 아니라 평소 몸매를 가꾸는 일반인들도 대거 참여해 뜨거운 열기를 뽐냈다.<사진=스포츠Q DB>

올해에도 몸매를 향한 대중의 열망은 조기 가열되고 있고 여기저기서 기름을 끼얹고 있는 형국입니다. 박진영은 신곡 ‘어머님이 누구니’에서 ‘넌 허리가 몇이니? 24요. 힙은? 34요.’라며 여성의 이상적인 신체지수를 발칙하게 제시합니다. 한 술 더 떠 ‘허리는 너무 가는데 힙이 커 맞는 바지를 찾기 너무 힘들어’하는 둔부가 큰 여성에 대한 로망을 노래합니다. 또 지상파의 한 개그 프로그램에서는 초고도 비만 개그맨 김수영의 감량 프로젝트를 실시하고 매주 그 효과를 시청자들에게 리얼타임처럼 보여줘 다이어트 욕구를 자극합니다. 개그콘서트의 '헬스보이' 김수영은 14주만에 65kg 감량해 다이어트 효과를 몸으로 말하고 있습니다.

비단 이뿐일까요? 지상파와 케이블, 종편 등 방송은 물론 신문과 인터넷언론 등 모든 매스컴들은 매끈하면서 짱짱한 몸매를 지닌 남녀를 부각시키며 아름다운 몸의 표본을 보여줍니다. 그들의 다이어트 방법과 식이요법도 함께 곁들입니다. 이런 상황이이다 보니 적지 않은 여성들은 24와 34라는 숫자에 목을 매고 남성들은 우람한 ‘갑바’와 '화난' 등 근육, 초콜릿 복근을 위해 구슬땀을 쏟으며 닭 가슴살에 단백질보충제까지 잔뜩 챙겨 먹습니다.

개그맨 김수영은 14주만에 65kg 감량에 성공, 후덕한 이들의 다이어트 욕구를 자극하고 있다.

01. 여자는 24와 34, 그리고 남자는 가슴근육에 집착하는 이유는?

진화심리학에 따르면 시간과 공간에 따라 몸매에 대한 시각이 다릅니다. 일반적으로 박진영이 읊조린 여성 신체사이즈 24와 34에 남성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그런 몸매가 생식능력이 뛰어나 성적으로 어필하기 때문입니다. 남성의 경우도 같은 이유입니다. 크고 넓은 가슴은 힘을 상징하고 그만큼 여성을 보호할 수 있다고 여겨 매력요소로 다가옵니다. 배고픈 시절에만 해도 뚱뚱한 것이 풍요의 상징으로 여겨지기도 했으나 이제는 자기 관리를 못하는 것으로 이해되기도 합니다. 특히 타고난 외모를 변모시킨다는 것은 어려우나 몸매는 자신의 노력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여겨 ‘몸짱’을 높이 평가하는 분위기입니다.

그것은 우리 사회에서도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가 말한 것처럼 멋진 몸매가 하나의 상징자본임을 뜻합니다. 경제적 자본만이 자본이 아니라 몸매 또한 학벌이나 인맥 그리고 고상한 취미나 취향과 마찬가지로 ‘있어 보이게 하는’ 자본으로 작동합니다.

이제는 외모가 경쟁력인 시대, 그리고 상징자본인 시대를 넘어 권력인 시대가 된 듯합니다. 미모 외에 몸매 또한 매한가지입니다. 몸매 하나만 ‘끝내줘도’ 대중들은 마치 추앙하듯 받들어 모십니다. 그만큼 돈과 인기도 수월하게 따라오기 마련이지요.

▲ 현빈은 영화 '역린'에서 울퉁불퉁한 등 근육을 뽐내 남성들의 부러움을 자아냈다. 화난 등근육의 대명사로 꼽히기도 했다.

02. 몸매가 화두인 시대, 갈고 닦고 기름 치고!

실상 아름다운 몸을 지니면 주변의 대접이 달라집니다. 2006년 12월 개봉해 인기를 누린 영화 ‘미녀는 괴로워’는 외모 지상주의가 팽배해 있는 우리사회의 현실을 코믹하게 풍자합니다. 뚱보 여성이 전신 성형을 받고 S라인 미녀로 변신하자 세상이 바뀌었습니다.

노출의 계절을 맞아 많은 남성과 여성들이 현재 제2의 강한나(김아중 분)가 되기 위해 먹고 싶은 것을 참고 몸을 혹사하는 운동을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그것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습니다. 젊은이들이 피서철에 멋지게 벗고 다니려고 단기 속성으로 담금질에 돌입하고 40, 50대 중년층이 복근을 만들려고 애쓰는 것은 이상한 광경이 아닙니다.

광고와 대중매체는 보통 사람으로선 불가능한 아름다운 몸의 모델들을 내세워 자극하며 독려합니다. 또 다이어트 관련 업체들은 몸매를 만드는데 유용하다며 기구와 식품을 판매하려고 목청을 높입니다. 여성의 경우 가슴을 볼륨감 있게, 허리를 잘록하게, 엉덩이를 풍만하게 해주는 기능성 보정 속옷도 인기랍니다.

심지어 뱃살과 허벅지살을 빼주는 지방흡입 수술 외에도 남성의 경우 복근을 만들어주고, 여성의 경우 부실한 힙을 빵빵하게 채워주고 올려주는 수술도 성행하고 있습니다. 몸매를 가꾸고 다듬는, 다시 말해 다이어트 산업은 이처럼 넓고도 깊게 우리 일상에 파고들어와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입니다.

03. 멋진 몸 만들려다가 ‘골병’ 든다!

요즘 국내 청소년들이 체격 조건은 좋은데 체력은 예전만 못하다고 합니다. 성인들이라고 다를까요? 근육을 열심히 키우는 남성들 가운데 겉은 근사한데 속은 곪아있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체격은 ‘짱’인데 체력이 ‘꽝’인 경우도 있고요. 여성의 경우도 비슷합니다. 외형상 라인은 출중한데 속을 들여다보면 아프지 않는 곳이 없는 이들도 널려 있습니다.

방송인 조영구는 3년 전 이맘 때 한 방송에서 무리한 다이어트 때문에 3시간 동안이나 의식불명 상태에 놓였던 사연과 함께 급격한 다이어트로 노안과 탈모를 겪고 보톡스와 필러를 맞았으나 별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씁쓸한 경험담을 털어놓은 바 있습니다.

또 세계적인 엉덩이 미인대회 준우승자인 안드레사 우라하(27)는 육감적인 라인을 위해 지난해 허벅지에 맞은 필러가 감염을 일으키는 바람에 큰 고비를 맞았다가 최근 이물질 제거 수술을 마쳤다는 소식을 전해 왔습니다. 목숨까지 내놓을 위기에 놓였다가 살아난 우라하는 자신의 허영심이 이런 상황을 만들었다며 깊이 후회했다는 전언입니다.

사실 대중들이 선망하는 몸짱 스타들 또한 직업상 보여주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몸을 만드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몇 년 전 20대가 선정한 명품 몸매 1위에 등극한 차승원은 운동을 안 좋아 한다며 배우라서 하는 것이라고 누차 강조한 바 있고 권상우 또한 “헬스장이 가끔 교무실 같기도 하다”며 몸만들기의 고충을 진솔하게 토로한 바 있습니다.

▲ 차승원의 근육질 몸매는 모든 남성의 로망이다. 하지만 차승원은 공개적으로 운동을 싫어한다면서 배우가 아니었으면 이렇게 몸을 만들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혀 나름의 고충이 있음을 밝힌 바 있다.

04. 체격과 라인 등 외형이 아닌 체력과 건강 등 내실을 기한 다이어트

한데 배우도 아니고, 장차 배우가 되고자 하는 것도 아닌데 우리는 몸매에 왜 이토록 집착하는 것일까요? 건강을 위한 것이라면 당연히 좋습니다. 하지만 앞에서 언급했듯 남에게 있어보기 위해 또는 잘나 보이기 위해서라면 재고해 봐야 합니다. 특히 건강을 위해 해야 할 다이어트나 몸만들기를 짧은 시간 안에 무리하게 하다가 도리어 건강을 해치고 있다면 더 그렇습니다. 좁고 막힌 공간에서 마치 고행하듯 몸을 만드는 사람들, 그리고 그 몸을 위해 먹을 것도 가려먹으며 자신을 억압하고 있는 사람들, 정작 그들의 몸은 행복할까요?

이제는 남에게 보여 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한, 내 몸을 위한 다이어트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요? 그리고 그것은 ‘킬링’이 아니라 ‘힐링’이어야 하고 ‘고통’이 아니라 ‘즐거움’이어야 합니다. 몸매에 대한 부질없는 욕망을 조금만 절제한다면 정신적 육체적으로 이로운 운동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아이디어를 샘솟게 한다는 걷기, 그리고 실외에서 남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각종 구기 등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는 운동은 다채롭습니다.

하지만 점점 거대해져가는 다이어트 관련 산업은 우리들에게 멋진 몸매를 만들라고 끊임없이 강요하고 있고 그들과 한통속인 매스컴도 다양한 경로를 통해 쉼없이 유혹합니다. 그 은밀한 꼬드김에 혹할 때마다 우리는 자문해야 합니다. “나의 몸만들기는 나 자신의 건강을 위한 것인가? 아니면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과시용인가?” 이는 체격보다는 체력이 우선이고 겉멋의 외형보다는 속이 알찬 내실이 중요한 까닭입니다.

이제는 ‘아름다운 몸’이 아닌 ‘건강한 몸’을 위하여!

책상에만 앉아 있는, 엉덩이 무거운 K씨도, 늘 술과 담배를 즐기며 사는 Y씨도, 스트레스에 취약하면서도 숨쉬기 운동이 전부인 L씨도  다 같이 운동 시~ 작!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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