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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축구 스페셜팀 '키커-스내퍼', 당연한 플레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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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축구 스페셜팀 '키커-스내퍼', 당연한 플레이라고?
  • 정인수
  • 승인 2015.05.12 09: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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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수의 투미닛 드릴] (8) 집중력 있는 반복된 훈련만이 ‘당연한’ 플레이 만든다

<편집자주> 미식축구에서는 '투미닛 드릴(2minute drill)'이라고 해서 2분 안에 터치다운을 할 수 있는 훈련을 혹독하게 거듭한다. 찰나의 순간 같지만 이 2분 안에 승패가 좌우된다. 이를 위해 트레이닝과 필드운동 세미나를 거친다. 상대를 약하게 보고 마지막 2분을 준비하지 않는다면 그 2분 때문에 패배를 맛본다. 풋불에서처럼 하루 2분이면 자기 인생의 역전을 꿈꾸고 행동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라고 믿는 정인수의 미식축구 세상 이야기가 펼쳐진다.

[한국 미식축구대표팀 부주장 정인수] 풋볼에는 오펜스팀, 디펜스팀, 스페셜팀이 존재한다. 스페셜팀은 킥 오프와 킥 리시브, 펀트와 펀트 리시브, 필드골 등 킥과 관련된 플레이를 수행하는 선수들로 구성된다. 오펜스가 공격권을 상대방에게 넘겨줄 때 또는 디펜스가 공격권을 받을 때 스페셜팀이 나선다.

▲ 스내퍼는 키커에게 공을 정확하고 빠르게 전달해야 한다. [사진=스포츠Q DB]

스페셜팀의 중요 포지션은 스내퍼와 키커다.

스내퍼는 키커에게 공을 전달하는 임무를 가진 포지션이다. 키커가 공을 차기 쉽도록 빠르고 정확하게 공을 뒤로 빼줘야 한다. 키커는 공격권을 넘겨줄 때 발로 공을 차서 상대방에게 넘겨준다. 멀리 차는 것도 중요하지만 원하는 장소에 공을 떨어뜨리는 능력, 긴 행 타임(공이 공중에서 머무는 시간)을 갖춰야 한다.

이들은 오펜스팀, 디펜스팀에 비해서 필드에 나갈 기회가 적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포지션보다 한가지 플레이에 대한 막중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스내퍼와 키커, 두 포지션이 스페셜팀의 레벨을 좌우한다고 해도 무방하다. 스페셜팀의 무게감에 따라 승패가 갈리기도 한다. 스내퍼와 키커가 계획한대로만 움직여준다면 필드골을 통해 득점할 수 있다. 반면 이들이 실수를 범한다면 실점으로 직결된다.

동료, 지도자, 관중 모두가 스내퍼와 키커가 빠른 스냅을 하고 정확한 킥을 날리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당연한 일’을 당연해 보이게 만들기까지 숱한 훈련을 통해 자신감을 키워야 한다.

키커는 킥만 날리고 스내퍼는 공만 넘겨주기만 하는 것 같아 보인다. 하지만 이들은 근력, 유연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안 보이는 곳에서 피나는 노력을 한다. 만일 당연하게 여겨지는 일들을 못했을 경우 그 패배의 책임은 고스란히 스내퍼와 키커에게 돌아간다.

▲ 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스내퍼이고 맨 위가 커커다. 이들의 플레이는 당연히 성공하는 줄로 알지만 이들은 끊임없는 훈련을 통해 근력과 유연성을 기른다. [사진=정인수 제공]

스내퍼와 키커는 동작을 몸에 익히기 위해 하루 1000개씩 반복 훈련을 해야 한다. 물론 이는 미식축구에 입문하는 이들을 두고 하는 말이다. 프로의 경우 20회 전후의 훈련만으로 좋은 느낌을 받으면 훈련을 마무리하는 경우도 있다. 말이 1000개지 막상 시작해보면 10개를 넘기기도 버겁다. 하체가 흔들리기 시작하면서 밸런스가 무너져 자세가 이상하게 꼬인다.

이런 훈련으로 실력이 좋아지겠냐고 반문하는 사람들도 분명 있을 것이라 본다. 일리가 있다. 균형이 무너진 상태에서 반복된 동작을 하는 것은 나쁜 습관을 만들 뿐 실력 향상으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필자는 다르게 생각한다. 스내퍼와 키커는 어떤 상황에서든 당연하게 여겨지는 일을 해야 하기에 어떤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는 강인한 정신력이 있어야만 한다.

1000번 공을 전달하고 1000개 킥을 차면 기술 향상도 향상이지만 힘든 훈련을 이겨냈다는 성취감이 생긴다. 이는 곧 그라운드에서 자신감으로 이어진다. 피나는 훈련을 통해서만 얻을수 있다. 자신감은 어떤 위기가 닥쳐도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도록 만든다.

필자가 일본에서 선수로 활약할 때 코치로부터 들었던 인상깊은 말이 있다. “훈련 과정에서 보여줄 수 없는 퍼포먼스는 실전에서도 안된다.”

‘실전이니까 전력을 다해서 뛰어야지’라는 생각으로는 결코 좋은 플레이가 나올 수 없다. 집중력 있는 반복된 훈련만이 ‘당연한’ 플레이를 만든다.

▲ 키커는 계획했던 대로 킥을 하면 필드골을 통해 득점할 수 있다. 이들이 실수를 범할 경우 경기를 잃을 수도 있다. [사진=스포츠Q DB]
     
■ 필자 정인수는?
1982년생. 한국 미식축구대표팀 디펜스 캡틴과 부주장을 맡고 있다. 풋볼월드컵에 2회 출전했다. 포지션은 라인백커. 동의대 졸업 후 일본 엑스리그 아사히 챌린저스를 거쳐 현재 서울 바이킹스서 뛰고 있다. 사람과 사람이 부딪히는 남자 스포츠 풋볼을 사랑한다. 가수가 무대에서 노래로 감동을 주듯 움직임으로 감동을 주고 싶다고 말한다. 백성일 대표팀 감독은 “정인수의 안목이 상당하다”고 엄지를 치켜든다.

fbcool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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