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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인 퇴장 '손흥민 데자뷔', 냉정과 열정 사이 [레알마드리드 발렌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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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인 퇴장 '손흥민 데자뷔', 냉정과 열정 사이 [레알마드리드 발렌시아]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0.06.19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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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손흥민(28·토트넘 홋스퍼)의 안 좋은 면까지 따라가려 하는 것일까. 이강인(19·발렌시아)이 데뷔 첫 다이렉트 퇴장을 받았다.

이강인은 19일(한국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알프레도 디 스테파노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2020 스페인 라리가 29라운드 원정경기에서 후반 31분 교체 투입돼 경기 막판 거친 플레이로 레드카드를 받았다.

이미 패색이 짙은 상황이었기에 승부에 악영향을 미친 건 아니었지만 눈살을 찌푸리게 한 행동이었다. 경기 출전이 절실한 이강인이기에 더욱 납득이 가지 않았다.

 

발렌시아 이강인(왼쪽에서 3번째)이 19일 레알 마드리드와 스페인 라리가 원정경기에서 후반 44분 세르히오 라모스를 가격해 다이렉트 퇴장을 당하자 억울한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지난주 라리가가 재개된 뒤 열린 레반테전 이강인은 벤치를 지켰고 팀은 승점 1을 추가하며 8위. 11승 10무 7패(승점 43), 다음 시즌 유로파리그 진출이 가능한 6위 레알 소시에다드(승점 47)과는 물론이고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승점 49)와도 차이가 크지 않아 이날 승부는 더욱 중요했다.

상대는 우승 경쟁을 벌이고 있는 레알 마드리드. 시즌 내내 중용받지 못한 이강인의 위치는 예상대로 벤치였다.

이강인은 팀이 0-2로 뒤진 후반 중반 피치에 들어섰다. 무려 4개월 만에 경기 출전. 다음 시즌 입지 확보 혹은 임대나 이적을 위해서든 남은 시즌을 잘 마쳐야 할 필요가 있는 이강인이다. 어떻게든 좋은 인상을 심어줘야 했다.

그러나 욕심이 과했던 탓일까. 이강인은 치명적인 실수를 했다. 후반 44분 세르히오 라모스가 등을 진 채 공을 지키려고 하자 강렬하게 몸싸움을 벌였고 이후 라모스의 발을 두 차례나 걷어찼다. 주심은 곧바로 이강인에게 퇴장을 명했다.

자연스레 손흥민이 오버랩된다. 페어플레이의 아이콘으로 여겨졌던 손흥민이지만 지난 시즌 말부터 다소 변화가 감지됐다.

지난해 5월 EPL 37라운드 본머스전 손흥민은 감정을 절제하지 못하고 잉글랜드 진출 후 첫 다이렉트 퇴장을 당했다. 초반부터 거칠게 맞선 수비로 인해 민감해졌고 헤페르소 레르마가 태클이 발목 쪽으로 향하자 결국 폭발했다. 레르마를 두 손으로 밀어 넘어뜨린 손흥민은 퇴장을 피할 수 없었다.

 

손흥민은 지난 시즌말부터 올 시즌까지 3차례나 다이렉트 퇴장을 당했다. 사진은 지난해 5월 본머스전에서 상대 선수를 밀어 넘어뜨리는 장면. [사진=AP/연합뉴스]

 

즉각 퇴장이 과하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비매너 플레이임은 부인할 수 없었다. 심지어 토트넘이 챔피언스리그 진출을 위한 4위를 확정하지 못한 상황이어서 손흥민의 절제력에 아쉬움이 남았다.

지난해 11월 손흥민은 에버튼 안드레 고메스에게 끔찍한 태클을 가했다. 논란의 여지없이 손흥민에겐 레드카드가 주어졌다. 다만 이 때는 하나 같이 손흥민이 고의성이 없었다는 것에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불과 한 달 만에 손흥민은 또 레드카드를 받았다. 첼시전 안토니오 뤼디거를 발로 가격했기 때문. 심지어 이로 인해 손흥민은 3경기 출전 정지 징계까지 받았다. 토트넘이 올 시즌 8위로 처져 있는 걸 고려했을 때 손흥민의 2차례 퇴장은 두고두고 아쉬움을 남긴다.

어린 나이에 해외에 진출해 유럽의 주목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이강인은 손흥민과 닮아 있다. 국가대표 중심축을 맡을 것이라는 점 또한 마찬가지. 다만 안 좋은 점까지 닮을 필요는 없다.

이강인은 지난해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맹활약으로 준우승팀임에도 불구하고 골든볼(대회 MVP)를 수상했다. 유럽에서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유럽 리그 U-21 선수들을 대상으로 하는 골든보이 시상식 후보 100인에도 2년 연속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엔 최종 20인까지 올라갔던 이강인이다.

그럼에도 팀에선 좀처럼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어 임대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다. 올 시즌 이강인은 19경기에 나섰는데 선발은 6차례에 불과했다. 그랬기에 더욱 마음이 조급했을 수 있다.

 

라모스(오른쪽에서 2번째)를 가격해 퇴장을 받은 이강인(왼쪽에서 3번째). 성인 무대 데뷔 첫 레드카드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마음이 급한 자신과는 달리 여유롭게 등을 지고 공을 지키려하는 것이 얄미워보였을 수 있다. 혹은 한 골이라도 만회하기 위해 어떻게든 공을 빼앗고자 하는 마음이 컸을 수도 있다. 즉각 퇴장을 받을 만큼 과격한 행동이었냐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이 같은 점을 떠나서 분명한 건 매우 쓸 데 없는 행동이었다는 것이다. 상대를 다치게 할 수 있는 플레이였다. 이는 훗날 자신에게도 고스란히 돌아올 수 있다. 개인적으로도 한 경기를 쉬어가야 해 이래저래 아쉬움만 남겼다.

이강인의 거친 플레이는 앞서서도 논란이 됐다. 덩치가 크지 않은 이강인이기에 경쟁 상대들에 밀리지 않기 위해 몸싸움을 마다하지 않고 누구보다 열심히 뛰려는 자세는 중요하지만 상대를 다치게 할 목적의 행동이나 자신은 물론 팀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행동은 삼가야 할 필요가 있다.

파울은 경기의 일부다. 영리한 파울은 상대의 흐름을 빼앗기도 하고 전열을 정비할 시간을 벌어주는 역할도 한다.

그러나 지난 2시즌 동안 손흥민이 당했던 두 차례 퇴장과 이날 이강인의 행동은 상대팀에만 득이 되는 행동이다.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을 수도, 상대의 거칠거나 얄미운 플레이에 화가 날 수도 있지만 손흥민과 이강인 모두 더욱 성공하기 위해선 보다 냉정해지고 감정을 컨트롤하는 방법을 배워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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