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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스트레일리 또! 프로야구 역대 불운 아이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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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스트레일리 또! 프로야구 역대 불운 아이콘은?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0.06.19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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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또 불운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웠다. 올 시즌 초중반까지 가장 불운한 선수를 꼽으라면 단연 롯데 자이언츠 외국인 투수 댄 스트레일리(32)일 것이다.

스트레일리는 18일 키움 히어로즈전 8이닝 3피안타 12탈삼진 2실점 호투했다. 그러나 역시나 타선의 도움을 받지 못했고 2-2로 맞선 9회말 교체되며 승리와 연을 맺지 못했다.

9차례 선발 기회에서 55⅔이닝을 소화했고 평균자책점(ERA)은 2.10. 그러나 시즌 2번째 등판이었던 SK 와이번스전(7이닝 무실점)을 제외하곤 승리가 없다. 1승 2패의 초라한 성적이다.

 

롯데 자이언츠 댄 스트레일리가 18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서도 또 호투하고 승리를 챙기지 못했다. [사진=스포츠Q DB]

 

롯데는 승률 5할로 6위다. 타격도 6위로 최하위급은 아니다. 그러나 유독 스트레일리에겐 행운이 따르지 않는다. 무실점한 3경기에서도 승리는 그의 것이 아니었다. 전반적으로 선발승이 적기는 하지만 스트레일리의 불운은 일반적이지 않다.

스트레일리에 대한 롯데 타선의 득점 지원은 1점대에 그친다.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 중 1점대는 그가 유일하다.

지난해 브룩스 레일리를 연상케 한다. 그는 30경기에 등판, 181이닝을 책임지며 ERA 3.88을 기록했다. 하지만 성적은 5승 14패로 초라했다. 득점 지원은 스트레일리보다 많기는 했지만 2.73으로 매우 적었다.

지금은 은퇴한 KIA 타이거즈 에이스 출신 윤석민도 불운에 시달렸다. 잦은 부상은 차치하더라도 2007년 ERA 3.78을 기록하고도 18패(7승)로 역대 리그 최다패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승률은 0.280에 그쳤다.

1983년 44차례나 선발 등판한 ‘너구리’ 장명부는 427⅓이닝을 소화해 30승 16패 6세이브 ERA 2.36을 기록하며 괴물 같은 시즌을 보냈다. 시즌 전 30승을 하면 보너스 1억 원을 주겠다는 당시 허형 삼미 사장의 약속을 철썩 같이 믿었기 때문.

 

은퇴한 KIA 타이거즈 윤석민은 2007년 호투하면서도 18패를 떠안으며 불운에 울어야 했다. [사진=연합뉴스]

 

누구도 예상치 못한 결과였지만 장명부는 30승을 따냈고 보너스에 대한 기대감을 품었다. 하지만 허 사장은 발뺌하며 결국 나중에 일부만을 건네며 장명부를 달랬다. 그러나 이미 마음이 상할대로 상한 장명부에겐 어떤 것도 동기부여가 되지 않았다. 현대 야구에선 200이닝을 넘기는 것도 흔한 일이 아닌데 400이닝을 넘게 던졌으니 팔도 성치 않았을 터.

이듬해 261⅓이닝 동안 ERA 3.30을 기록하고도 20패(13승)를 떠안은 그는 1985년 부진에 빠지며 25패(11승 ERA 5.30)로 프로야구에서 다시 쓰이지 않을 불명예 기록의 주인공으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1986년엔 빙그레 이글스로 이적했지만 1승 18패로 패배의 아이콘이 됐고 결국 은퇴 수순을 밟았다.

심수창도 빼놓을 수 없다. 2009년 6월부터 2011년 8월까지 LG에서 넥센으로 소속을 옮기면서까지 18연패를 당했다. 잘 던지고도 패하는 날이 적지 않았다. 긴 연패에 빠진 투수에게 꾸준히 기회를 맡기는 것도 흔치 않다는 점에서 깨지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이러한 경우가 적지 않다. 투수 혼자 잘한다고 이길 수 없는 게 야구다. 2018년 제이콥 디그롬(뉴욕 메츠)은 217이닝 동안 ERA 1.70으로 최고의 시즌을 보냈지만 시즌 막판 간신히 두자릿수 승리(10승 9패)을 챙기는데 만족해야 했다. 내셔널리그(NL) 사이영상에 오른 그는 역대 가장 적은 승수로 영예를 안은 투수로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에도 류현진을 제치고 2년 연속 수상의 기쁨을 누렸지만 11승 8패로 많은 승리를 챙기진 못했다.

 

3시즌에 걸쳐 18연패를 거듭하던 심수창이 2011년 드디어 연패를 끊어내고 기뻐하는 장면. [사진=연합뉴스]

 

또 다른 면에서 불운했던 이들도 있다. 지난해 두산 베어스 조쉬 린드블럼이 7회 2사까지 퍼펙트 피칭을 펼치다 삼성 라이온즈 구자욱에게 솔로포를 맞고 기록 달성이 무산됐는데 십수 차례 나왔던 노히트노런과 달리 퍼펙트게임은 아직까지 나오지 않고 있다.

이에 근접한 경우는 몇 차례 있었다. 프로야구 원년 삼성 故(고) 황규봉이 삼미와 경기에서, 두산 다니엘 리오스는 2007년 현대전에서 각각 9회 1사까지 퍼펙트를 이어갔다. 하지만 양승관과 강귀태에게 안타를 맞고 아쉬움을 남겼다.

가장 아쉬운 건 정민철 한화 이글스 단장이다. 한화 독보적 에이스였던 그는 1997년 OB(현 두산)전에서 무사사구 노히트노런 기록을 썼다. 퍼펙트게임이 가능한 경기였다. 8회 1사에서 포수 강인권이 정민철의 투구를 놓쳐 타자 심정수를 스트라이크아웃 낫아웃으로 1루에 내보낸 것. 블로킹이 조금만 잘 이뤄졌어도 프로야구의 역사가 바뀔 수 있었다는 점에서 아직까지도 가장 불운했던 순간을 꼽으면 빠지지 않고 소환되면 정민철 단장이다.

스트레일리에겐 끔찍하지만 같은 결과에도 극명히 희비가 엇갈리는 것도 야구의 묘미다. 다양한 스토리는 프로야구를 풍성하게 한다.

1년에 144경기 장기 레이스를 치르는 야구를 두고 ‘평균의 스포츠’라고 한다. 긴 시즌을 치르다보면 초중반까지 쓰였던 기이한 기록들이 결국에는 평균치에 가까워진다는 것. 스트레일리 또한 시즌을 거듭하며 불운한 이미지를 지워가며 승수를 쌓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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