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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웅의 밴드포커스] 114. ‘인디신의 성지’ 롤링홀 25주년 특집인터뷰 '김천성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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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웅의 밴드포커스] 114. ‘인디신의 성지’ 롤링홀 25주년 특집인터뷰 '김천성과 만나다'
  • 박영웅 기자
  • 승인 2020.06.19 14: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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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회 이상 이어진 인디신 대표 장기 연재 기사 ‘박영웅의 밴드포커스’가 다시 돌아왔습니다. 또다른 연재기사 인디레이블탐방과 함께 수년간 인디신 전문 취재를 통해 다져진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앨범 리뷰 및 밴드들의 음악 이야기를 다룰 계획입니다. 간단하고 쉽게 풀어내는 리뷰와 음악 이야기를 통해 국내 밴드 음악을 편하게 이해하며 즐기시길 바랍니다. <편집자 주>

[스포츠Q(큐) 글 박영웅 · 사진 손힘찬 기자]  '인디신의 성지'라는 수식어가 붙어있는 롤링홀이 25주년을 맞이했다. 롤링홀은 대한민국 밴드 음악의 역사가 고스란히 녹아있는 곳이자 대중들이 ‘인디음악’이라는 단어로 인지해버린 언더그라운드 음악의 숨결이 이어지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스포츠Q는 25주년을 맞은 롤링홀의 김천성 대표를 만나 인디신 공연 문화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에 대해 뜻 깊은 인터뷰를 진행했다.

 

◆ 인디신의 성지 롤링홀 탄생기

이제는 인디신의 성지가 된 롤링홀은 지난 1995년 신촌에서 롤링스톤즈라는 이름으로 시작됐다. 당시에는 현 김천성 대표의 친형인 김영만 대표가 이곳을 운영하고 있었다. 하지만 밴드 활동을 했던 형의 영향으로 록 음악을 좋아했던 김 대표는 롤링스톤즈의 우연한 방문을 계기로 97년 롤링스톤즈를 인수하기에 이른다. 성공한 사업가에서 인디음악 시장을 이끄는 진정한 음악인으로 새 삶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이후 2004년 롤링홀이라는 이름으로 상호를 변경하고 현재의 마포구 서교동, 대한민국 대중들 사이에선 이제 고유 명칭이 돼버린 일명 '홍대거리'로 오면서 현재까지 그 역사와 전통이 이어지고 있다.

"형님 때문에 록 음악을 정말 많이 들었어요. 자연히 귀가 열려 있었죠. 그러던 중에 형님이 운영하던 롤링스톤즈를 찾게 됐고 실제 라이브 클럽을 접한 순간 제 운명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인수를 결심했죠."

 

◆ 갑작스레 찾아온 위기 2000년 화재사건 그리고 극복

김 대표가 롤링스톤즈를 인수한 이후 몇 년간은 위기의 연속이었다. 영세한 라이브 클럽들의 힘겨운 운영 상황과 맞물려 2000년에는 화재 사건까지 일어나면서 주저앉을 뻔했다. 하지만 김 대표는 밴드들과 함께 이 위기를 극복하는 데 성공했다.

"당시에는 정말 모든 상황이 다 힘들었어요. 라이브 공연장 자체도 적었을 뿐만 아니라 영세했기 때문이에요. 특히 2000년 화재가 일어났을 때는 최악의 상황에 빠지면서 그만둬야겠다는 생각까지 했죠. 하지만 이런 힘겨운 시기에 윤도현밴드, 체리필터, 크라잉넛 등 수많은 밴드가 롤링스톤즈를 살리기 위해 자발적으로 도끼 콘서트라는 이름의 공연을 해줬죠. 정말 가슴속에 남아있는 기억입니다."

"저는 이 공연을 진행하는 것조차 몰랐어요. 당시 연세대 대강당에서 공연을 펼쳤는데 관객이 2000명이 온 것으로 알고 있어요. 솔직히 말해서 이 공연이 아니었으면 전 롤링스톤즈를 포기했을 겁니다. 하지만 이 공연을 통해 밴드들의 마음을 알 수 있었고 이것이 내 운명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지금까지 제가 이곳에 있는 것 같습니다. 이제는 제 인생에서 뮤지션이 없으면 제가 없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 롤링홀 '홍대'를 인디신의 중심지로 만들다

위기를 가까스로 넘긴 김 대표는 2000년대 초반부터 여러 라이브밴드 공연을 기획했다. 하지만 신촌이라는 공간은 협소했고 소극장 규모의 공연장이 많았던 대학로에 여러 부분을 의지했다. 하지만 연극과 뮤지컬이 중심을 이루던 대학로 텃새가 존재했다. 밴드들이 마음 편하게 대학로에서 공연 활동을 한다는 것 자체가 제약이 많았다. 그래서 김 대표는 밴드들만을 위한 소극장을 만들기로 했고 새로운 터전을 물색해 홍대로 이전을 하게 됐다.

"2000년대 초중반 당시 신촌이 침체하면서 대학로 쪽이 밴드들의 라이브 공연 장소로 주목을 받던 시기였어요. 하지만 연극과 뮤지컬 등이 중심이 됐던 이곳은 편하게 공연하기도 힘들었고 불친절하기도 했죠, 그래서 제가 소극장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고민하다가 결론을 내린 곳 그곳이 바로 홍대였어요. 당시는 홍대에 밴드들의 라이브 공연을 위한 소극장이 없던 시절이었어요. 전 이곳에 롤링스튼즈를 옮겨 왔고 '롤링홀'이란 이름으로 밴드들을 위한 라이브 소극장을 차리게 된 겁니다."

롤링홀이 홍대거리로 들어온 시기 국내 인디신은 많은 것이 바뀌었다. 각지로 분산돼 있던 밴드공연 문화가 완전히 홍대 일대를 중심으로 자리를 잡게 됐고 펑크 장르 중심에서 이젠 모던록과 얼터너티브록의 시대가 서서히 열리면서 장르의 다양화와 두꺼운 팬 층 확보를 달성할 수 있었다. 이처럼 신촌에서 대학로, 대학로에서 홍대로 인디신의 중심부를 바꿔놓는 엄청난 흐름의 중심에 롤링홀과 김 대표가 있었다.

"롤링홀이 개관한 이후 홍대에 많은 라이브 클럽들이 생겨났습니다. 우리나라 인디신하면 이제 홍대가 상징이 됐죠. 분명 롤링홀이 이런 인식의 시발점이 됐다고 생각해요. 저도 항상 자부심을 느끼며 살고 있습니다."

 

◆ 25주년을 맞이한 롤링홀

올해로 롤링홀은 25주년을 맞이하게 됐다. 무려 25년이라는 시간 동안 척박한 인디음악신에서 수많은 밴드와 각종 기획공연을 통해 씬의 발전에 기여했고 '홍대 하면 라이브 공연'이라는 이미지를 대중들에게 각인시키는 큰 역할을 해냈다. 김 대표 역시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기에 25주년에 대한 남다른 소감을 남겼다.

"정말 25년을 할 줄 몰랐어요. 사실 홍대에 라이브 전문 극장을 만들면서 홍대 하면 '라이브공연'이라는 이미지를 완성하는 게 목표였는데. 다행히 롤링홀이 생기고 홍대에 라이브 공연 전문 소극장들이 생기면서 이런 목표가 조금이나마 이뤄진 것 같아 자부심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말은 꼭 하고 싶은데 25주년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롤링홀에 섰던 수많은 뮤지션이 주마등처럼 스쳐 갑니다. 아까도 말했지만 롤링홀이 존재하는 이유는 바로 뮤지션이고 뮤지션들이 있어서 25주년을 올 수 있었죠. 오히려 제가 정말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래서 25주년 롤링홀 역사에서 가장 기억이 남는 공연 그리고 가장 애착이 가는 뮤지션이 누구인지를 물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이라면 롤링홀 안에서 선배님들 모셔서 한 공연이 있었어요. 블랙홀, H2O, 블랙신드롬, 토이박스 선배님들을 모시고 공연을 펼쳤죠. 후배가 선배를 기억해준다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일입니까? 롤링스톤즈때부터 한 선배님들이자 밴드신의 대선배님들과 함께한다는 것이 행복했었죠."

"그리고 모든 뮤지션을 다 사랑하고 존경하지만 그중 한 팀을 꼽으라고 한다면 크라잉넛입니다. 소극장을 통해 성장해서 지금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밴드가 됐지만, 이들은 지금도 소극장 심지어 소규모 라이브클럽에서도 주기적으로 공연을 펼치고 있어요. 이런 부분을 대단히 존경합니다. 성공한 밴드 크라잉넛의 이런 모습은 대한민국 밴드신이 계속 지탱해 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는 것이죠. 크라잉넛도 이번에 25주년을 맞이했는데 기념 음반도 잘되길 바랍니다."

 

◆ 25주년에 불어 닥친 코로나19 사태 소극장 지원대책 절실

올해 25주년을 맞은 롤링홀과 김 대표는 지난해부터 대규모 릴레이 기획 공연과 여러 이벤트 행사 등을 준비하며 어느 때보다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올 초부터 터져버린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모든 것이 멈춰져 있는 상황이다. 대관 중심이 아닌 기획공연을 중심으로 운영이 되는 롤링홀로서는 큰 타격이 아닐 수 없다.

"지난해 9월부터 25주년 공연을 준비했고 올해 1월부터 진행을 했어요. 볼빨간사춘기, 라비, 홍이삭, 적재. 퍼플레인, 이브, 다린 등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25주년 기념 공연의 스타트를 끊어줬죠. 그러나 코로나 이슈 때문에 공연이 중단됐습니다. 너무 힘든 상황이 돼버렸어요. 롤링홀은 타 극장과 달리 대관극장이 아닌 기획공연 전문입니다. 한해 120개의 기획공연을 합니다. 타극장은 1년에 10~20개를 하지만 저희는 120개 이상을 하죠. 하지만 지금 기획공연들이 줄줄이 취소되고 타격이 큽니다. 25주년이라 수많은 아티스트들의 기획공연이 예정됐었는데. 거기에 롤링홀이 임대구조라 경제적으로도 매우 힘든 상황입니다."

김 대표를 더욱더 안타깝게 만드는 것은 코로나 사태로 인해 멈춰져 버린 공연뿐만이 아니다. 그동안 롤링홀과 함께 했던 홍대신 일대의 라이브 소극장들이 문을 닫는 일이 연이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인디신을 대표하는 라이브 극장인 롤링홀의 어깨는 더욱더 무거워진 상황이다.

"사실 제가 현재 가장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은 올해 3~4월에 두 군데 라이브 소극장이 문을 닫게 된 것입니다. 함께 달려온 동반자들이었는데. 속이 정말 상했습니다. 어찌 됐든 현재 국내 인디음악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라이브 공연이고 이런 공연의 명맥을 이어가게 해 주는 장소가 공연장. 특히 라이브 소극장들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하나둘 사라지고 나면 인디 뮤지션들뿐만 아니라 국내 인디음악시장 자체에도 큰 손해라고 생각합니다."

김 대표는 홍대 라이브 소극장을 대표하는 인사로서 국가 차원의 지원에 대한 간절한 바람도 잊지 않았다.

"현재 페스티벌 지원사업 아티스트 지원사업 등 많은 지원사업이 뜨고 있어요. 하지만 라이브 소극장 지원사업과 관련해서는 검색해도 나오질 않고 있죠. 소극장을 임대로 운영하는 사람들은 너무 힘듭니다. 롤링홀도 마찬가지고요. 현실적인 대책이 나와야 합니다. 한 예로 현재 음향감독 조명감독 등 공연 전문 인력 지원 프로젝트가 있는데 이런 것을 확대할 필요가 있어 보여요. 이런 지원들이 공연장에는 현실적 도움이 되거든요. 현재의 심각성을 정부 측도 알고 계실 거라 생각합니다. 현장의 심각성을 파악해주시고 제대로 된 지원 방향을 잡아주길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 롤링홀은 꿋꿋하게 갈 것!

김 대표에게 코로나 사태로 모든 것이 멈춰버린 상황에서 온라인 공연 등 다른 대안을 찾고 있는 것은 없는지 물었다. 하지만 김 대표는 지금 하고 있는 여러 시도가 확실한 대안이 되기는 힘들다고 이야기했다.

"5월 초에 모 플랫폼 회사하고 중계공연을 했는데 이것이 일시적 대안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현장을 전달할 수 없다는 것이 단점이기 때문입니다. 공연이라는 것은 직접 와서 보고 사운드를 느껴야 하는 데 중계는 이것이 부족해요. 하지만 플랫폼 회사와 그래도 이야기 중입니다. 뭐라도 시도해야 하니까요. 빨리 코로나가 사라지길 기도할 뿐입니다. 라이브 공연이 없이는 어떤 것도 확실한 대안이 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김 대표는 이런 상황에서도 롤링홀은 꿋꿋이 이겨내고 버티겠다는 약속을 잊지 않았다. 인디신의 성지가 된 롤링홀의 수장으로서 하는 약속이었다.

"현재 저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경제적인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인 것 같아요. 하지만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솔직히 25년을 달려와 놓고 여기서 스톱하는 것은 멋진 그림이 아니지 않습니까? 저를 비롯해 저희 롤링홀 식구들은 하나로 뭉쳐 더 꿋꿋하게 버티겠습니다. 제가 아무리 힘들어도 롤링홀과 제 식구들을 버리는 일은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사태가 빨리 회복이 되길 바랍니다.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 힘내세요."

 

◆ 롤링홀 수장 김천성 대표의 꿈

마지막으로 김 대표에게 롤링홀 수장으로서의 꿈이 무엇이고 롤링홀의 발전 방향을 물었다. 김 대표는 두 가지를 제시했다. 첫 번째는 레이블 사업을 성장시키는 것, 두 번째는 롤링홀을 지방으로까지 확대해 확실한 라이브 공연문화를 전국에 정착시키는 것이었다.

(*현재 롤링홀은 레이블 롤링컬처원이 있으며 이곳에 여러 뮤지션이 활동 중이다. 최근에는 아이돌과 밴드신 시스템을 결합해 탄생시킨 실력파 아이돌 밴드 디코이를 데뷔시키면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두 가지 목표가 있어요. 첫째는 밴드 전문 레이블을 더욱더 키우고 강화하는 것입니다. 예전에는 제가 공연을 보고 노래 잘하는 신인을 발굴해서 소속사를 연결해 줬다면 지금은 롤링컬쳐원을 통해 제가 직접 발굴해서 키우는 상황이 됐습니다. 그래서 현재 롤링컬쳐원에는 조문근 밴드, 디코이, 락킷걸 등 많은 아티스트들이 활동 중이죠, 제가 이렇게 레이블 쪽으로 꿈을 키우고 있는 이유는 언젠가는 밴드 음악 등도 K팝처럼 글로벌시장으로 도약이 가능하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전략 아이돌 밴드인 디코이를 제작하게 된 것이기도 하고요. 현재 디코이는 해외에서도 반응이 좋은 것이 사실입니다. 현재 코로나로 멈춰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의 가능성을 목격했고 반드시 공략할 것입니다."

"두 번째 목표는 롤링홀의 라이브 공연 문화를 전국에 안착시키는 겁니다. 40대의 제 꿈은 천 석짜리 공연장을 만드는 것이었어요. 롤링홀 2관, 3관 지방에도 해보고 싶습니다.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가진 공연장 시스템을 만들고 싶어요. 지방은 상대적으로 문화적으로 소외된 부분이 많은데 이것을 롤링홀이 채워주고 싶습니다. 이것이 라이브 극장 롤링홀이 가진 사명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김천성 대표 약력

前 마포문화재단 이사

前 라이브음악문화발전협회 회장

前 뮤콘 자문위원 역임

前 콘텐츠진흥원 자문위원 역임

現 홍우주사회적협동조합 이사

現 롤링홀, 롤링컬쳐원 대표이사

◆롤링홀 소개

 

 

롤링홀은 좌석 200석, 스탠딩 450석이 가능한 라이브 소극장으로 현재 홍대에 위치한 소극장 중 가장 좋은 시설과 음향 시스템을 갖춘 곳 중 하나다. 특히 김천성 대표의 아낌없는 투자로 최신 스피커 및 음향 장비 최근에는 영상 시스템까지 갖췄다.

최신 음향 장비
최신 음향 장비

 

그뿐만 아니라 롤링홀은 다른 일대의 소극장들과는 달리 뮤지션과 스태프를 배려하는 깔끔한 환경의 대기실과 공연장을 찾은 음악 팬들을 위한 깨끗한 화장실 시설 등을 갖췄다.

관객들을 배려하는 깨끗한 화장실
관객들을 배려하는 깨끗한 화장실
뮤지션들을 배려하는 대기실 시설
뮤지션들을 배려하는 대기실 시설

 

사실 화장실 시설이 뭐가 중요하냐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지만 홍대 일대 공연장들 중 열악한 화장실 문제로 인해 팬들이 라이브 공연에서 실망감을 느끼곤 한다. 그렇기 때문에 롤링홀의 이런 세심한 배려와 투자는 다른 공연장들이 배워야 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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