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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두산 킬러' 차우찬, 무색해진 류중일 각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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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두산 킬러' 차우찬, 무색해진 류중일 각오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0.06.19 19: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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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올해는 두산을 넘고 싶다”는 류중일 감독의 발언이 무색했다. LG 트윈스 에이스 차우찬(33)이 두산 베어스의 강타선 앞에 무너졌다.

차우찬은 19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쏠) KBO리그(프로야구) 두산과 홈경기에서 선발 등판, 1이닝 54구 6피안타 3볼넷 1탈삼진 8실점하며 조기 강판됐다.

지난해 팀은 두산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지만 차우찬은 달랐다. ‘두산 킬러’라는 별칭까지 붙었다. 그러나 이날은 한 없이 무너져 내렸다.

 

LG 트윈스 차우찬이 19일 두산 베어스전 1이닝 8실점 조기강판됐다.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자 모자를 고쳐쓰는 차우찬. [사진=연합뉴스]

 

올 시즌 4승 2패 평균자책점(ERA) 4.05의 차우찬은 경기를 거듭하며 안정감을 찾고 있었다. 최근 2연승과 3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다.

게다가 차우찬은 지난해와 올 시즌 두산전 6경기에서 3승 1패 ERA 2.97로 시즌 성적에 비해 더 좋았다. 이날 상대 선발이 올 시즌 부진에 빠져 있는 이영하(ERA 5.22)였기에 더욱 기대감은 컸다.

그러나 차우찬은 두산 타자들을 맞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1회초 신예급 타자 이유찬과 9구 승부 끝에 볼넷을 내주더니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에겐 몸에 맞는 공을 허용했다. 박건우에게도 볼넷을 내준 차우찬은 김재환, 최주환, 국해성에게 연속 안타를 맞고 3실점했다.

1점을 더 내줬지만 정상호에게 병살타를 유도한 게 천만다행처럼 느껴졌다. 백동훈에게 2루타를 더 내줬지만 권민석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간신히 이닝을 마쳤다.

그러나 쉽게 안정을 찾지 못했다. 2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차우찬은 또다시 이유찬에게 볼넷, 페르난데스, 박건우에게 연속 안타를 맞았다. 결국 LG 벤치는 교체를 선택했다.

바뀐 투수 김대유는 달아오른 두산 타선을 잠재우지 못했다. 승계주자 2명을 모두 들여보내며 차우찬의 자책점은 8까지 올라갔다.

 

1회부터 마운드에 올라 흔들리는 차우찬(가운데)을 진정시키는 최일언 코치(왼쪽). [사진=연합뉴스]

 

커리어 최악의 경기다. 2006년 프로 데뷔한 차우찬이 지금까지 1회에 8점까지 내준 적은 없었다. 이전엔 2009년과 2010년 1⅔이닝 만에 6실점 한 적이 있었는데 이 경기도 공교롭게 두산전이었다.

LG는 두산과 잠실구장을 함께 쓰며 치열한 라이벌 구도를 구축하고 있지만 최근 성적만 보면 이 같은 표현을 쓰기도 민망하다. 2014년 8승 1무 7패로 두산을 앞선 뒤론 5년 연속 두산에 상대전적에서 밀렸다. 류중일 감독 부임 첫 해인 2018년엔 15연패를 당한 뒤 최종전에서 1승을 거두며 최소한의 자존심을 지켰다. 이 때도 차우찬의 역투로 연패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LG지만 이날은 달랐다.

LG는 올 시즌에도 두산에 1승 2패로 밀려 있는데 류중일 감독은 경기 전부터 “두산전에서 최소 5할은 해야 한다”며 “오늘이 4번째 경기이고 아직 많이 남아있으니 매 경기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나타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심지어 두산 타선은 1.5군에 가까웠다. 오재일과 허경민이 부상으로 이탈해 있고 정상 컨디션이 아닌 김재호와 박세혁도 선발에서 제외됐다.

톱타자와 3루 수비는 3년차이자 올 시즌에야 제대로 기회를 얻고 있는 이유찬이 맡았고 6번 타자 좌익수 국해성을 비롯해 포수 정상호와 중견수 백동훈, 유격수 권민석이 하위 타순을 이뤘지만 차우찬은 이들마저도 제압하지 못하며 깰 수 없는 악몽을 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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