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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너' 놓친 리버풀, 투자 없이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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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너' 놓친 리버풀, 투자 없이 미래는 없다 
  • 김대식 명예기자
  • 승인 2020.06.21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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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대식 명예기자] 티모 베르너(24, RB 라이프치히)의 선택은 리버풀이 아닌 첼시였다. 첼시가 지난 18일(현지시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베르너 영입을 발표했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전까지만 해도 베르너의 차기 행선지로는 리버풀이 제일 유력했다. 하지만 리버풀은 코로나19로 재정적인 어려움에 빠지자 베르너의 바이아웃 지불을 꺼려했다. 첼시는 그 틈을 파고들었다. 프랭크 램파드 감독의 적극적인 구애에 넘어간 베르너는 결국 첼시로 합류하게 됐다.

첼시로 합류한 티모 베르너 [사진출처=RB 라이프치히 공식 SNS]
첼시로 합류한 티모 베르너 [사진출처=RB 라이프치히 공식 SNS]

베르너의 첼시행이 확정되자 리버풀 팬들은 구단의 영입정책에 많은 아쉬움을 표했다. 물론 첼시와 다르게 리버풀 입장에선 베르너는 즉시 전력감이 아니다. 베르너 영입이 버질 반다이크나 알리송처럼 선수단을 완성할 수 있는 마지막 퍼즐같은 느낌을 풍기지도 않는다. 그런데 왜 리버풀 팬들은 구단 영입 방식에 의문을 내비친 것일까?

팬들이 아쉬움을 표한 이유는 단순히 베르너 영입이 불발됐다는 문제 때문만은 아니었다. 리버풀도 보강이 필요한 상태라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리버풀은 2018-19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에서 우승으로 유럽을 제패했다. 전력 누수는 없었다. 그 전력을 그대로 유지했고 이번 시즌은 30년만에 프리미어리그(EPL) 우승을 목전에 둔 상황이다. 잘하고 있는 팀에 굳이 보강이 필요한가라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선수단 내부를 뜯어보면 손댈 포지션이 여럿 있다. 가장 큰 문제는 트렌트 알렉산더 아놀드와 조 고메즈를 제외하면 20대 초반 선수들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현재 리버풀 주전급 선수들의 나이가 대부분 20대 중후반이다. 전성기를 구가하는 나이라고 볼 수 있다. 반대로 이해하면 짧게는 1년, 길게는 3년 후에 일부 선수들의 하락세가 시작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리버풀은 후보군이 얇은 팀이며, 주전과 백업 자원들의 기량격차가 심해 베스트11에 대한 의존도가 상당히 높은 팀이다.

이번 시즌 기복 있는 모습을 보여준 모하메드 살라 [사진출처=리버풀 공식 SNS]
이번 시즌 기복 있는 모습을 보여준 모하메드 살라 [사진출처=리버풀 공식 SNS]

특히 마누라(사디오 마네-호베르투 피르미누-모하메드 살라) 라인을 대체할 자원이 마땅치 않다. 마누라 라인은 유럽에서 가장 위협적인 공격조합이지만 개개인을 뜯어 놓고보면 때때로 기복이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실제로 일부 전문가들은 리버풀이 지난시즌과 다르게 이번시즌 UCL을 포함한 컵대회에서 주춤하자 현세대의 하락세가 벌써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리버풀 팬들이 티모 베르너 영입을 원한 이유로는 이러한 맥락이 작용했다. 선수단의 폭을 넓혀줄 수 있는 영입을 통해 기존 자원들에게 휴식을 부여할 수도 있으며, 기존 선수들에게 경쟁의식을 심어줄 수도 있는 상황을 조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리버풀은 베르너 영입에서 손을 뗐다. 지난 5월 영국 매체 ‘인디펜던트’는 “리버풀은 현재 재정적으로 불확실한 상황에 놓여있다. 새로운 영입이 없으면 커티스 존스나 하비 앨리엇같은 유망주들을 기용하겠다는 입장이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제 막 프로 무대에 올라온 어린 선수들이 곧바로 중심자원들의 공백을 채울 가능성은 도박에 가깝다. 혹여 주전 선수들이 이탈한 뒤에 유망주들이 부진하면 리버풀은 주전선수들의 복귀를 기다리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추가적으로 해당 매체는 “리버풀은 3개월만 사용할 선수가 아닌 3년을 기용할 수 있는 선수를 데려오는 이적 방식을 고수할 것이며 오는 이적시장에서 큰돈을 지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단기적 영입이 아닌 장기적인 관점에서 영입을 계획하는 리버풀의 방식이 틀렸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베르너는 예정대로 진행될 수도 있는 2021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으로 마네와 살라가 차출되는 단기적인 경우에도, 다음 세대를 준비하는 장기적인 관점에서도 리버풀에 좋은 영입이 될 수 있었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차후 증축 예정인 리버풀 홈경기장 안필드 [사진출처=리버풀 공식 SNS]
차후 증축 예정인 리버풀 홈경기장 안필드 [사진출처=리버풀 공식 SNS]

물론 당장의 재정적 어려움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리버풀은 신규 훈련장 건설에 약 5천만 파운드(한화 758억원), 홈구장인 안필드 증축에 약 6천만 파운드(한화 909억 원)를 투자하기도 했다. 기존선수들의 재계약도 진행 중이기도 하다.

하지만 다시 한 번 전성기로 올라온 흐름을 이어 가기 위해선 계속된 투자가 있어야 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런 투자가 무조건 현재 리버풀 전력을 완성시킨 알리송이나 반다이크같은 거액의 투자일 필요는 없다. 그때는 즉각적인 전력 상승을 위한 투자였다면 이제는 미래를 위한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미래를 준비하지 못한 팀의 결말은 최근 EPL에서도 있었다. 토트넘과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의 경우가 그렇다.

포체티노 감독은 지난 2014년 5월 토트넘에 부임한 뒤로 해리 케인-크리스티안 에릭센-얀 베르통언-위고 요리스로 이어지는 축을 구성했다. 이 축에 손흥민과 델레 알리같은 자원이 더해지면서 포체티노 세대가 만들어졌다. 이 세대를 바탕으로 토트넘은 EPL 빅클럽들과 같은 경쟁력을 갖춘 팀으로 성장했다. 그 결과 2016-17시즌 팀 역사상 처음으로 EPL 2위에 올랐으며, 2018-19시즌 UCL 준우승이란 결과까지 만들어 냈다.

마지막에 웃지 못한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 [사진출처=토트넘 공식 SNS]
마지막에 웃지 못한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 [사진출처=토트넘 공식 SNS]

하지만 토트넘의 전성기를 만들어준 포체티노와 토트넘의 결말은 아름답지 못했다. 많은 전문가들은 씁쓸한 결말의 이유로 토트넘과 포체티노가 미래를 준비하지 못했다는 점을 꼽는다. 전성기를 열어준 세대의 다음을 준비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세월의 흐름에 따른 신구 세대교체는 너무나도 자연스런 일이다. 하지만 토트넘 중심 자원 중 일부 선수는 하락세에 접어들어도 계속 주전으로 기용됐다. 특히 에릭센과 베르통언의 기량하락이 뚜렷했다. 에릭센은 인터밀란으로 떠났고, 베르통언도 곧 계약이 만료되는 상황이지만 아직까지 도토트넘은 마땅한 대체 자원을 찾지 못했다

이를 두고 토트넘이 포체티노 재임 시절 투자를 ‘안’했다고 말할 순 없다. 다빈손 산체스나 무사시 소코같은 선수들을 적지 않은 금액에 영입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팀의 중심을 믿고 맡길 수준으로 성장한 선수는 없다. 결국 미래를 착실하게 준비하지 못한 포체티노 감독에게는 경질, 토트넘에는 리그 8위라는 초라한 결과가 기다리고 있었다.

왕좌는 차지하는 것보다 지키는 게 어렵다. 리버풀이 이를 모를 리가 없다. 1989-90시즌 리그 우승을 차지한 뒤로 다시 리그왕좌를 가져오는데 자그마치 30년이 걸렸기 때문이다. 유비무환이라고 했다. 미래를 준비하는 것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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