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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헤더, 2020 KBO리그의 '진짜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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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헤더, 2020 KBO리그의 '진짜 변수'
  • 이성제 명예기자
  • 승인 2020.06.23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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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이성제 명예기자] 절기상 1년 중 낮의 길이가 가장 길다는 하지(夏至)를 지남과 함께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됐다. 각 팀당 40경기 이상을 소화한 가운데 순위 경쟁 역시 점화되고 있다. 갈 길 바쁜 10개 구단에 이번 시즌 한정 도입된 ‘더블헤더’가 변수로서 영향력을 행사 중이다. 더구나 24일부터는 장마가 예보되어 있어 팀들의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우천취소 시 다음날 더블헤더 경기를 시행하고 있는 KBO리그 [사진=연합뉴스]
우천취소 시 다음날 더블헤더 경기를 시행한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KBO리그는 과거에 비해 더블헤더 경기가 거의 열리지 않았다. 구장들의 배수시설이 좋아졌고 선수들의 안전과 최상의 경기력 등을 위해 웬만해선 더블헤더 경기를 구경하기 힘들었다. 그러나 올 시즌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인해 시즌 일정이 빡빡하게 진행되며 더블헤더, 서스펜디드 경기 등이 열리게 됐다.

더블헤더는 보통 선수들에게 큰 부담을 안긴다. 야수들의 경우 더블헤더 1차전에서 안타를 생산해내지 못하면 더블헤더 2차전까지 영향을 끼치며 순식간에 타율을 깎아먹는 사례가 많다. 마운드에서도 불펜 운용을 어떻게 가지고 갈지, 벤치 싸움이 활발하게 이뤄진다. 더블헤더 1차전 선발투수에게 큰 짐이 지어지는 것은 필연적이다. 더블헤더 1차전이 종료된 후 30분이 지나 더블헤더 2차전이 속개되기 때문에 과거에는 1차전 경기 후반 주전 야수들을 교체하고 간단한 식사를 가지는 팀도 많았다.

이처럼 체력적, 심리적 부담감이 큰 더블헤더 경기 특성상 한 팀이 하루에 2경기를 모두 승리로 가져갈 확률은 높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하지만 이번 시즌은 완전히 다른 분위기다. 더블헤더 강자로 자리매김한 LG트윈스가 총 2차례 더블헤더 게임에서 모두 승리하며 4승을 쓸어오는 등 하루 2승의 ‘꿀맛’을 맛보는 일이 잦다.

먼저 올 시즌 첫 번째 더블헤더 경기가 열렸던 5월 16일 키움과 LG의 잠실 맞대결에선 두 차례 결정적인 호수비와 홈런포로 ‘원맨쇼’를 펼친 정주현의 활약으로 LG가 1차전을 가져왔다. 기세를 탄 LG는 2차전에서도 정찬헌의 6이닝 3실점 역투, 라모스의 동점 홈런으로 시작된 8회 집중타를 엮어 역전승에 성공했다. 순식간에 ‘위닝시리즈’를 선점하는 하루가 된 셈이다.

리그 두 번째 더블헤더 경기도 LG의 몫이었다. 전날 경기가 우천으로 취소되며 6월 11일 SK와 LG의 더블헤더 경기가 열렸다. 더블헤더 1차전은 선발 이민호의 7이닝 112구 1실점 호투와 라모스의 역전 결승 투런홈런에 힘입은 LG가 챙겨갔다. 2차전 역시 라모스의 동점 2타점 적시타와 이성우의 극적인 역전 홈런으로 승리하며 2번의 더블헤더에서 전승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한 LG였다.

더블헤더 1차전 무더위에 가동중인 '쿨링시스템' [사진=연합뉴스]
더블헤더 전승을 기록 중인 LG트윈스  [사진=연합뉴스]

사이좋게 1승 1패를 나눠가진 더블헤더 경기도 있었다. 6월 13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펼쳐진 KT와 삼성의 더블헤더에서는 홈 팀 삼성이 먼저 웃었다. 타선의 집중력과 뷰캐넌-최지광-오승환-우규민으로 이어지는 철벽 마운드의 힘이 돋보였다. 하지만 2차전에선 유한준과 로하스가 홈런포를 쏘아 올린 KT가 7:4로 승리하며 1차전 패배를 설욕했다.

더블헤더 경기는 아니었지만 사실상 하루에 2경기가 진행되며 두 팀의 분위기를 완전히 뒤바꿔놓은 경우도 있었다. 6월 13일, 정상적으로 플레이볼 선언된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 굵은 빗방울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두산이 3:2로 앞서가던 2회 중단된 경기는 5시 28분부터 6시 44분까지 76분간 지연됐고 그라운드 정비 작업을 거쳐 재개됐다. 이후 각각 홈런 한 방을 터뜨리며 4:3으로 팽팽한 흐름이 지속되던 경기는 3회 다시 거센 비가 내리며 중단됐다. 줄어들지 않는 빗줄기에 심판진은 결국 서스펜디드 게임을 선언했고 다음날 오후 2시부터 경기 중단 시점과 그대로 속개되게 됐다.

결과적으로 서스펜디드 게임은 두산에게 악재였다. 이용찬의 시즌 아웃 부상, 플렉센의 햄스트링 통증으로 인한 DL 행, 이영하의 난조 등으로 선발진 구성에 애를 먹고 있던 두산은 ‘믿을맨’ 유희관을 단 2이닝밖에 소화시킬 수 없었다. 두산은 그 여파로 다음날 재개된 경기에서 불펜 필승조를 모두 투입시키고도 끝내기 패배를 당했다. 이어진 경기 역시 1점 차 석패를 기록한 두산은 한화에게 충격적인 2연패를 떠안으며 시즌 첫 4연패 수렁에 빠지기도 했다.

반면 18연패로 리그 연패 기록 공동 1위에 이름을 올렸던 한화는 서스펜디드 경기에서 김범수에게 3.1이닝, 정우람에겐 2이닝을 맡겨 총력전을 펼쳤고 결국 연패 사슬을 끊어내는데 성공했다. 이어진 경기마저 승리하며 한화는 약 한 달여 만에 위닝시리즈와 시즌 세 번째 2연승을 맛봤다.

서스펜디드 경기에서 끝내기 안타를 기록한 한화 노태형 [사진=한화이글스 제공]
서스펜디드 경기에서 끝내기 안타를 기록한 노태형 [사진=한화이글스 제공]

더블헤더는 선수, 코칭스태프와 보는 팬들까지 체력적, 정신적으로 힘들지만 2승을 올린 팀에게는 그 힘듦이 절반으로 줄어든다고 얘기한다. 또 순위 싸움이 치열한 팀들 간의 경기에서는 하루 만에 2경기 차를 줄이거나 도망갈 수 있는 기회기도 하다. 실제로 지난 시즌 극적인 우승 드라마를 썼던 두산은 시즌 막판 1위였던 SK와의 더블헤더를 모두 잡아내며 우승 레이스에 큰 변곡점을 새긴 바 있다.

시즌 전부터 10개 구단 감독들은 더블헤더를 두고 “너무나 힘들 것이다”라고 입을 모았다. 최근 SK 염경엽 감독은 “더블헤더를 하고 나면 선발 투수 1명이 4일만을 쉬어야 한다”, “결국 선발 로테이션 1명이 펑크 나는 셈”이라며 마운드 운용의 어려움을 피력하기도 했다. 결국 피할 수 없는 더블헤더에 맞서 어느 팀이 피로관리, 부상 방지 등 전력손실을 최소화하며 치러내느냐가 이번 시즌의 포인트가 됐다.

혹서기인 7월과 8월은 더블헤더가 실시되지 않는다. 7월이 되기 전 남은 일주일 남짓과 가을야구를 향한 순위 싸움이 한창일 9월 이후, 더블헤더를 잡는 팀이 원하는 순위를 잡아낼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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