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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호 진부한 기자회견, 3년 미룰 이유 있었나 [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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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호 진부한 기자회견, 3년 미룰 이유 있었나 [기자의 눈]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0.06.23 15: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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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암동=스포츠Q(큐) 글 안호근·사진 손힘찬 기자] 죄송, 반성, 노력. 음주운전 삼진 아웃 이후 3년 이상 걸려 기자회견에 나선 강정호(33)의 입에서 가장 많이 나온 단어다.

논리적으로는 납득이 가지 않을 수밖에 없는 복귀 결정이었고 그렇기에 강정호는 어떤 질문에도 뻔하면서도 비슷한 답변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

강정호는 23일 서울시 마포구 상암 스탠포드호텔 그랜드볼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용서받기 부족하지만 팬들과 관계자분들께 사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결론은 ‘복귀’였다. 어떤 비판도 묵묵히 감당해내며 새로운 사람이 되겠다는 것이었다.

 

강정호가 23일 기자회견을 열고 3차례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빚은 것에 대한 사죄의 뜻을 표했다.

 

이날 강정호의 입에서 죄송, 사죄, 반성 등의 단어가 얼마나 나왔는지 셀 수 조차 없다. 그만큼 가장 무게를 뒀던 건 그동안의 잘못을 뉘우치는 것이었다.

강정호는 현재 KBO리그로부터 1년 자격 정지 징계를 받았다. 이는 우선권을 갖고 있는 키움 히어로즈가 강정호를 선수 등록할 경우, 혹은 키움이 포기할 경우 다른 구단이 그와 계약을 할 경우부터 발효된다.

강정호는 “앞으로 어찌될지 모르지만 받아주신다면 첫 해 연봉 전액을 음주운전 피해자들을 위해 사용하고 각종 음주운전 관련 캠페인에 참여하고 기부 활동을 하겠다”며 “피해자는 물론이고 가해자 자신의 인생 또한 얼마나 망칠 수 있는지를 잘 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더불어 앞으로 인생을 유소년 선수들을 위한 봉사와 함께 보내겠다고도 전했다. 그러나 ‘어린이에게 꿈과 희망을’이라는 프로야구 원년 캐치프라이츠와 완전히 상반되는 행보를 보인 강정호가 유소년들을 가르칠 자격이 있을까.

“한국에서 야구할 자격 있는지, 수없이 자신에게 물어봤고 자격이 없다고 생각 많이 했다. 그래도 한국 어린 아이들에게 꼭 도움을 주고 싶고 변화된 모습 보여주고 싶다”며 “어린이들의 꿈을 짓밟은 것 같아 미안했다. 앞으로는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고 느꼈고 그래서 아이들에게 더 힘이 되고 싶은 마음이 큰 것 같다”고도 말했다.

 

강정호는 연신 "죄송하다"는 말을 반복하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조건부라는 생각을 떨치기 힘들었다. KBO 복귀에 대한 뜻이 너무도 강했기 때문이다. 정작 자신을 기다리는 사람들보다 복귀를 반대하는 사람이 더 많은 상황에서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말은 복귀에 대한 타당성을 심어주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게다가 메이저리그 진출 후 화려했던 첫 두 시즌 이후 음주운전으로 비자발급이 지연되며 거의 2년을 통째로 날렸고 지난해 3년 만에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했지만 타율은 0.169에 그쳤다. 메이저리그에서도 더 이상 설 곳이 사라지자 국내 무대 복귀를 택했다는 이미지를 지우기가 어렵다.

가장 큰 문제는 한 번도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음주운전을 무려 3차례나 저질렀다는 것. 심지어 마지막엔 끔찍한 사고로 연결될 뻔했음에도 운전을 하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하고 사고 현장에서 도주하는 등 논란을 키우기도 했다.

그의 태도도 팬들의 분노를 키운다. 앞선 두 번의 음주운전은 대중에 알려지지도 않았고 2016년말 음주운전을 저질렀을 때도 제대로 된 사과는 없었다. 어떻게든 메이저리그로 돌아가겠다는 일념밖에는 보이지 않았고 “야구로 보답하겠다”는 궤변으로 논란을 더욱 키웠다.

최근 강정호는 KBO리그 복귀를 결정했고 KBO에 상벌위원회 개최를 요청했다. KBO의 징계 수위가 결정됐고 이제 남은 건 키움의 결정이다. 자체 추가 징계를 포함해 결국 그의 복귀를 도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과거에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않았던 것에 대해 “그 당시만 해도 정말 무지하고 어리석었던 것 같다. 야구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며 “도미니카에서 선교사님을 만나 좋은 사람이 되고자 노력했다. 좀 더 성숙한 모습으로 많은 사람에게 기대에 부응하고 싶다”고 말했다.

 

2017년 음주운전으로 인해 항소심 공판에 나서던 강정호(가운데). 3년여를 미룬 끝에 드디어 제대로 된 사과를 전한 그다. [사진=연합뉴스]

 

진짜 달라졌다면 KBO에 연락하기에 앞서 귀국해 기자회견을 열 수도 있었다. “코로나 때문에 미리 들어오지 못했다”는 것도 모두 핑계처럼 들릴 수밖에 없다. “상벌위가 생각보다 늦게 열려 들어올 타이밍을 놓쳤다”는 말 또한 KBO 복귀 길이 열려 귀국했다는 말로 들린다.

만약 키움 혹은 다른 구단에서도 받아주지 않는다면 어떨까. 강정호는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만약 선택을 못 받더라도 어린이들을 위해 노력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팬들의 거센 반대에는 어떻게든 버텨내겠다는 마음이다.

과연 강정호는 진짜로 달라졌고 실망한 야구팬과 어린이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까. 2016년 사고 이후 4년째 금주를 이어오고 있고 유소년들을 위해 봉사를 하고 있다는 강정호지만 진짜 문제는 여론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는 점이다.

강정호는 “그동안 이기적으로 살아왔고 앞으로 이기적으로 살지 말자고 다짐했다”면서도 스스로의 말과 달리 대다수의 반대를 무릅쓰고 이기적이게도 KBO리그 복귀를 결정했다.

“더 많이 반성하고 진심으로 용서구하면 팬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 것”이라는 그의 생각은 현실이 될 수 있을까 아니면 혼자만의 망상에 그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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