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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경엽 감독을 위해', SK와이번스 '첫 무실점' 남다른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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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경엽 감독을 위해', SK와이번스 '첫 무실점' 남다른 의미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0.06.26 09: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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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어느 때보다 바빴지만 또 가장 정신없는 하루가 지나갔다. SK 와이번스에 2020년 6월 25일은 연패를 끊은 기쁨보다는 충격적인 하루로 기억될 것이다.

염경엽(52) SK 와이번스 감독이 26일 돌연 쓰러졌다. 두산 베어스와 더블헤더 1차전 도중 갑작스레 실신했고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됐다.

다행스럽게도 이송 중 의식을 조금 찾았고 응급실에서 몇 가지 검사까지 마쳤다. SK 와이번스 홍보팀에 따르면 부족한 영양 보충과 수면, 과도한 스트레스가 원인이었다. 앞으로도 주의가 요구될 수밖에 없다.

 

염경엽 SK 와이번스 감독이 25일 두산 베어스전 도중 쓰러졌다. 부족한 영양 섭취와 수면, 과도한 스트레스가 원인으로 지목된다.[사진=연합뉴스]

 

국내 프로야구 감독은 야구인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자리다. 단 열 자리밖에 없는 만큼 화려한 조명을 받는다.

다만 영광스러운 것만은 아니다. 팀 성적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다. 최근 방송인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허재 감독도 농구계에 있을 때와 낯빛부터 달라졌다는 이야기를 한다.

SK 상황은 매우 좋지 않았다. 지난 시즌 막판까지 정규리그 우승을 눈앞에 둔 듯 했지만 9경기 차를 지키지 못하고 두산에 역전 우승을 허용했다. 플레이오프에서도 힘을 쓰지 못하고 3위에 머물렀다.

올 시즌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시즌 초부터 역대 팀 최다인 10연패에 빠졌고 이후 5연승 등으로 상승세를 타는 듯 했지만 이달 중순 4연패 이후 다시 7연패에 빠졌다. 경기 초반부터 3-6으로 끌려가던 중 염경엽 감독은 결국 쓰러졌다.

 

염경엽 SK 와이번스 감독(가운데)이 25일 2020 신한은행 SOL(쏠) KBO리그(프로야구) 두산과 홈경기에서 2회초 더그아웃에서 실신해 구급차에 실리고 있다. [사진=스포티비 중계화면 캡처]

 

염경엽 감독은 성격이 세심하고 예민하기로 유명하다. 끝 없이 추락하는 팀 사정에 고민이 많았고 잠도 잘 자지 못했고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염 감독의 갑작스런 이탈에 신인급은 물론이고 베테랑들도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뒤숭숭해진 분위기에서 치러진 더블헤더 1차전에선 SK는 6-14 대패, 8연패에 빠졌다.

그러나 이후 열린 더블헤더 2차전에선 문승원은 7이닝 무실점 역투와 김정빈 박민호의 깔끔한 마무리, 타선에서도 최정의 투런 홈런 등 고른 활약으로 7-0 대승으로 연패를 끊어냈다. 실책도 없었고 무실점 승리는 올 시즌 처음이다. 우연이라고만 보기 어려웠다.

경기 후 연패 탈출의 주인공 문승원은 전날 염경엽 감독이 베테랑들을 모아 고기를 사주며 포기하지 말자며 힘을 실어줬다는 것. 자신조차 힘든 상황에서 선수단을 독려한 것.

 

문승원은 25일 더블헤더 2차전에 선발 등판, 역투하며 팀에 시즌 첫 무실점 승리를 안겼다. [사진=연합뉴스]

 

안타까움은 선수단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염 감독은 올 시즌 부진한 팀 성적으로 팬들로부터도 지지를 얻지 못하고 일부 팬들의 선 넘은 비난까지도 직면해야 했다. 그러나 이날 염 감독의 건강 문제를 목격한 야구 팬들은 하나 같이 그의 쾌유를 기원하고 있다. 건강 앞에서 성적에 대한 이야기는 잠시 미뤄두고 있다.

그렇다고 SK의 전망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긴 힘들다. 시즌 3분의 1 지점을 향해 가고 있는 상황에서 벌서 선두와 17.5경기까지 격차가 벌어졌다. 게다가 팔꿈치 부상을 당한 닉 킹엄은 결국 고향으로 돌아가게 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제대로 외국인 선수를 검증하기 힘든 상황이고 계약을 하더라도 국내 입국과 자가격리 기간을 거치면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염 감독 이탈의 충격 효과도 오래가기 힘들다. 결국엔 모두 제자리로 돌아가야 일말의 희망을 찾을 수 있다. 우선은 염 감독의 건강 회복이 최우선이다. 이후에야 힘을 모아 반등을 노려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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