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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유나이티드 또 '도돌이표', 유상철 감독이면 해결되나 [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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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유나이티드 또 '도돌이표', 유상철 감독이면 해결되나 [기자의 눈]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0.06.29 18: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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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결국 췌장암 투병 중인 유상철(49) 명예감독을 다시 불러들일지도 모르겠다. 총체적 난국에 빠진 인천 유나이티드가 임완섭 감독과 결별하고 새 사령탑을 물색하고 있다. 매 시즌 반복되고 있는 이런 행태에 팬들은 이골이 났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올 시즌 다시 잔류하더라도 내년 또다시 같은 일이 반복될 것이란 부정적인 전망이 팽배했다.

인천은 지난 2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과 2020 하나원큐 K리그1(프로축구 1부) 9라운드 원정경기에서 0-1로 졌다. 구단 역사상 최다인 7연패에 빠졌다. 올 시즌 개막 이래 2무 7패(승점 2)로 승리 하나 없이 최하위에 머무르고 있다.

아직 전체 일정의 33%가량밖에 치르지 않았고, 8위 성남FC(승점 9)와 승점 차가 7에 불과해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다고는 하나 인천을 바라보는 시선은 우려로 가득찼다.

인천 유나이티드가 임완섭 감독의 후임으로 유상철 명예감독을 물망에 올려놓았다. 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사진=연합뉴스]

임완섭 감독은 경기 후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감독에게 모든 책임이 있다. 조만간 구단과 합의해야 될 것 같다”며 사퇴 의사를 표했고, 이튿날 인천은 임 감독과 결별을 발표했다. K리그2(2부) 안산 그리너스에서 실리적인 수비 축구로 호평 받았던 임 감독이지만 인천에서 반 년도 버티지 못했다.

인천은 지난 시즌 췌장암 투병 중인 유상철 감독과 함께 정규리그 마지막까지 강등을 면하고자 싸웠다. 경남FC와 최종전에서 비기며 10위를 차지, 극적으로 잔류에 성공한 뒤 유 감독은 창원까지 원정온 팬들에게 “내년에 이런 절차 밟지 않도록 많이 노력할 테니 팬 여러분들도 오늘 이 순간 잊지 않고 내년을 위해 함께 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겼다.

하지만 약속이 무색하게 인천의 행보는 도돌이표다. 지난 시즌에도 리그 초반이던 4월 욘 안데르센 감독이 사임하면서 유상철 감독이 지휘봉을 이어받았다. ‘생존왕’답게 후반기 좀처럼 패하지 않는 팀으로 변모, K리그1에 살아남았다. 아이러니하게 안데르센 감독 역시 2018시즌 6월 이기형 감독 대신 인천에 부임해 잔류를 이끈 인물이다. 3시즌 연속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무고사, 케힌데 등 외국인 공격수가 부상으로 이탈했고, 서울전에선 이호석, 지언학마저 연달아 다치는 등 운이 따르지 않기도 했다. 김호남 외에 개인능력으로 골을 만들어낼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 짠물 수비를 기대했지만 올 시즌 9경기에서 5차례나 페널티킥을 내줬고, 4골이 결승골로 연결돼 패하고 말았다. 

전력 외적으로도 잡음이 많다. 전지훈련 막바지인 2월초 느지막히 사령탑에 오른 임완섭 감독에 수뇌부가 힘을 제대로 실어주지 못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온다. 임 감독과 몇몇 선수의 불화설이 나돌았다. 이천수 전력강화실장과 임중용 수석코치의 능력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인천 팬들은 프런트나 수석코치는 책임을 회피하고 일선의 감독만 희생되는 행태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임완섭 감독이 성적 부진에 책임을 지고 스스로 물러났다. 인천에서 매년 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이런 상황에서 유상철 감독이 최근 구단 수뇌부를 만나 “심각한 성적 부진에 빠진 인천에 도움이 되고 싶다”며 현장에 복귀하고 싶다는 의사를 강력하게 내비쳤다.

13차례 항암치료를 마친 유 감독의 건강이 많이 회복됐고, 대외 활동도 가능하다는 소견을 받았다고 전해진다. 실제로 그는 시즌 개막 뒤 인천의 홈경기와 수도권 원정경기를 거의 모두 찾았고, 27일 서울전도 관전했다.

유상철 감독은 현재 인천 선수단과 코칭스태프를 잘 알고 있어 팀을 빠르게 정상 궤도로 돌려놓을 적임자가 될 수 있다. 지난해 선수들과 함께 강등권에서 사투를 벌인 경험이 있고, 췌장암 투병 중인 그의 개인사 역시 선수들에게 동기를 부여할 것이란 분석이다.

하지만 유 감독이 아직 췌장암에서 완치된 게 아니라 2002 월드컵 4강신화의 영웅을 사지로 내몰았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최근 KBO리그(프로야구) 염경엽 SK 와이번스 감독이 성적 부진에 따른 극심한 스트레스로 25일 두산 베어스와 경기 중 쓰러져 입원한 바 있다. 프로 구단을 이끄는 일은 셀 수 없는 고충과 싸워야 하는 과정이다. 자칫 유 감독의 건강이 악화될 경우 시즌을 마치기 전 또 다른 지도자를 알아봐야 하는 상황과 마주할 수도 있다.

결국 또 투지와 정신력에 의존해 상황을 반전시키겠다는 걸까. 무엇보다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변혁하지 않는다면 올해 잔류하더라도 내년 같은 사태에 빠지지 않으리란 법이 없다. 주먹구구식 운영에 서포터스는 지쳐가고 있다. 비슷한 예산을 가지고도 색깔이 분명한 축구를 하고 있는 대구FC, 강원FC는 물론 올 시즌 승격해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광주FC와 비교하면 아쉬운 점 투성이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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