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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숙현의 마지막 문자... 그리고 국민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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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숙현의 마지막 문자... 그리고 국민청원
  • 민기홍 기자
  • 승인 2020.07.02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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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철저한 수사와 가해자들의 엄중 처벌을 촉구한다.” (이용 의원)

“책임 있는 단체에 도움을 청하였지만, 모두 그를 외면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가혹행위에 시달리다 목숨을 끊은 트라이애슬론 국가대표와 관련, 국민의 분노가 들끓고 있다. 고(故) 최숙현은 트라이애슬론 즉, 철인3종(수영‧사이클‧마라톤) 국가대표‧청소년대표를 지낸 여성이다. 나이는 불과 23세, 고등학생 신분으로 태극마크를 단 실력 있는 선수였다.

이용 미래통합당 국회의원은 1일 여의도 국회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숙현이 어머니와 나눈 메시지를 공개했다. 최숙현은 “엄마 사랑해, 그 사람들 죄를 밝혀줘”라고 적은 뒤 세상을 떠났다. 엄마의 “딸 전화 좀 받아봐”란 답장에 달린 1이 지워지지 않아(읽지 않음) 먹먹함을 자아낸다.

최숙현이 어머니에게 보낸 마지막 문자. [사진=이용 의원실 제공]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봅슬레이‧스켈레톤 대표팀을 지휘했던 이용 의원은 “대한체육회, 대한철인3종경기협회, 경북체육회, 경주시청, 경주경찰서 그 누구도 고인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며 “철저한 수사와 가해자들의 엄중 처벌을 촉구한다. 고인에 폭언과 폭행을 일삼은 자들이 있다면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숙현은 지난달 26일 오전 부산의 숙소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대한체육회에 따르면 그는 지난 4월 8일 스포츠인권센터에 폭력당한 사실을 신고했다. 체육회는 “연령과 성별을 고려, 여성 조사관을 배정해 조사에 착수했다”고 설명했다.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자 체육회는 “검찰 조사에 적극 협조해 사건 조사를 조속히 마무리하고 오는 9일 예정된 대한철인3종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를 통해 관련자들에 대한 엄중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트라이애슬론 경기 장면. [사진=연합뉴스]

 

또 대한철인3종협회는 박석원 회장 명의의 성명을 내고 “고인과 유가족분들께 깊은 애도의 뜻을 전한다. 협회는 이번 사건을 매우 엄중하게 보고 있다. 스포츠공정위 심의에 따라 협회가 할 수 있는 빠르고 단호한 조치를 하겠다”고 각각 밝혔다.

그러나 여론은 싸늘하다. “가해자 얼굴을 공개하라”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YTN이 최숙현의 유족으로부터 입수, 단독 공개한 녹취록이 대중의 격노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경주시청 철인3종팀 관계자는 2016년 2월 뉴질랜드 전지훈련에서 최숙현에게 “이리 와, 이빨 깨물어! 야! 커튼 쳐. 내일부터 너 꿍한 표정 보인다 하면 넌 가만 안 둔다, 알았어?”라고 폭언을 퍼붓는다. 폭력으로 느껴지는 ‘찰싹’ 소리도 들린다.

이런 가운데 최숙현의 지인으로 보이는 이들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려 시선을 끌고 있다. 2일 오전 8시 경 기준 1만3000명이 넘는 이들이 동의 의사를 내비쳤고 빠르게 퍼지는 중이다.

이용 의원. [사진=연합뉴스]

 

게시물에는 △ 팀원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탄산음료를 시켰다는 이유로 20만 원 어치의 빵을 먹게 한 행위 △ 복숭아 1개를 감독에게 보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폭행당한 사례 △ 체중 조절에 실패하면 3일 동안 굶게 한 행동 △ 슬리퍼로 뺨을 때린 행위 등 구체적인 피해 사례가 공개돼 충격을 안겼다.

지인은 “(최숙현이) 경주시청에서 차마 말로 담아낼 수 없는 폭행과 폭언, 협박과 갑질, 심지어는 성희롱까지 겪어야 했다. 폭력은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이루어졌다”며 “최숙현 선수가 공공 기관, 책임 있는 단체에 도움을 청하였지만, 모두 그를 외면했다. 진상규명을 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적었다.

최숙현 사건은 현재 경주경찰서, 대구지방검찰청 경주지청을 거쳐 현재 대구지방검찰청에서 조사 중이다. 대한체육회는 “해당 사건에 대한 미온적인 대처나 은폐의혹에 대해서도 클린스포츠센터‧경북체육회 등 관계기관의 감사‧조사를 검토 중에 있다”며 “국가대표뿐만 아니라 전국의 실업팀 소속 선수와 지도자가 모두 권리와 자율성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권역별로 폭력·성폭력 예방 및 처벌 기준 등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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