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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영의 '스포츠 가치를 말하다'] 세징야의 진정성, 귀화선수와 평창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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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영의 '스포츠 가치를 말하다'] 세징야의 진정성, 귀화선수와 평창올림픽
  • 구자영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7.03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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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구자영 칼럼니스트] K리그(프로축구) 대구FC 소속 공격수 세징야의 국내 귀화 여부가 이슈다. 세징야는 2016년 당시 2부에 있던 대구에 입단한 후 기량이 만개했고, 승격과 FA컵 우승을 이끌었다. 현재 K리그 최고의 선수다. 

국내에서 5년째 활약하고 있는 세징야는 최근 "한국을 사랑한다. 일반 귀화를 위해 열심히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다"며 "대표팀에서 손흥민과 뛰면 영광일 것이고 굉장히 호흡이 좋을 것이다. 정말 꿈 같은 일"이라고 말해 화제를 모았다. 

세징야는 한국 축구대표팀의 수준을 분명히 한 단계 끌어 올릴 수 있는 수준의 자원이다. 더욱이 과거 K리그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귀화한 사례, 신의손(샤리체프) 이성남(데니스) 이싸빅(싸빅) 등 이 있어 귀화에 걸림돌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세징야.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세징야.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하지만 세징야가 원하는 귀화가 태극마크를 전제로 한 것이라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간 외국인선수가 귀화한 후 국가대표로 선발된 적은 없었다. 특히, 신의손(김해시청 코치)을 제외하면 모두 모국으로 돌아갔다. 전북 현대의 로페스와 레오나르도의 경우 국가대표를 희망했으나 무산됐고 중국의 고액 연봉 제시에 바로 이적한 바 있다.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 바로 이것이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한국은 귀화선수 19명을 받아들였다. 1988년 서울 올림픽 이후 30년 만에 안방에서 개최한 글로벌이벤트를 앞두고 아이스하키, 크로스컨트리, 스키 등 우리가 취약한 종목을 중심으로 적극 손을 내밀었다.

그러나 대회가 종료되자 남자 아이스하키를 제외한 귀화선수 모두 모국으로 돌아갔다. 국내에서 선수생활을 지속할 수 없을 만큼 저변환경이 열악한 게 큰 이유. 이밖에 학업에 전념하기 위해서 등 다양한 이유가 작용했다. 피겨스케이팅 아이스댄스에서 민유라와 호흡을 맞췄던 알렉산더 겜린은 후원금을 놓고 갈등을 빚는 촌극을 빚기도 했다. 

당시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일정 수준 이상의 경기력을 보여주기 위한 일시적인 방편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평창 이후를 내다보지 못한 대한체육회와 유관 단체들의 불찰이라 할 수 있다. 더욱이 이들은 일반귀화가 아니라 특별귀화를 통해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 상당한 편의가 제공되었기 때문에 더욱 안타깝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때 바이애슬론 국가대표로 뛰었던 티모페이 랍신. [사진=연합뉴스]

우수한 선수의 귀화는 팀의 수준을 한 단계 상승시킨다. 유럽에서 타국의 우수선수를 영입하는데 공을 들인다. 안현수(빅토르 안)의 러시아행이 대표적. 하지만 한국은 아직 단일민족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국민정서상 귀화에 매우 민감한 편이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사례는 외국인선수 귀화에 대해 신중을 가할 필요가 있다는 걸 보여준다. 올림픽 참가는 국내의 대표 선발전 그리고 국제대회 순위를 종합해 출전이 결정되기 때문에 그 자체로 영광스럽다.

때문에 일부 선수들이 귀화를 올림픽 출전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일각의 시선도 있다. 대회 종료 후, 다른 국가 소속으로 국제대회에 참여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스포츠가 지향하는 페어플레이 정신을 위반하는 행위이며 다른 많은 선수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세징야는 해외의 많은 클럽에서 러브콜을 보내고 있음에도 대구FC와 한국이 좋아 귀화를 준비하고 있다. 진정성이 담긴 노력이다. 게다가 실력으로 가치를 증명하고 있다. 귀화를 생각하고 있는 다른 이방인들에겐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다.

 

구자영(연세대학교) 
- 스포츠Q(큐) 칼럼니스트
- 스포츠문화연구소 운영위원
- 성균관대학교 스포츠과학대학 체육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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