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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숙현 다음은 한체대 핸드볼, 체육계 참사 또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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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숙현 다음은 한체대 핸드볼, 체육계 참사 또 터졌다
  • 민기홍 기자
  • 승인 2020.07.03 16: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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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철인3종(수영‧사이클‧마라톤) 선수 고(故) 최숙현 사건을 지켜본 국민이 격노하는 가운데 국내 스포츠계의 요람으로 불리는 한국체육대학교에서도 가혹행위 증언이 나와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연합뉴스는 3일 “춘천경찰서가 한국체대 핸드볼부 3학년 A씨(20)를 입건해 조사 중”이라며 “지난달 중순 한 수련원에서 진행된 합숙훈련 도중 후배들을 폭행한 혐의”라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A씨는 폭행 과정에서 피해자들에게 라면 국물을 붓고 얼굴과 가슴을 때렸다. 이도 모자라 식칼과 그릇을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한 해 후배인 B씨가 도망쳐 경찰에 신고하는 동안 C씨는 계속 맞았던 것으로 보인다.

한국체육대학교. [사진=한국체대 제공]

 

문화일보의 취재를 보면 A씨의 행동은 도를 지나쳐도 한참 넘었다. 동기들과 함께 B의 옷을 벗기고 추행했고, 속옷만 입힌 뒤 손을 뒤로 묶고, 가슴과 성기 등을 잡아당겼다. 머리 박고 물구나무서기까지 시켰다.

최숙현 사건과 판박이다. 피해자의 절규를 외면한 점마저 닮았다. 피해선수 부모의 호소에 한국체대 측은 “학교는 기숙사 내에서 벌어지는 일까지는 파악하기 어렵다”는 식으로 답변했고, A씨가 경찰 조사를 받고 있으므로 교내에서 별도의 징계를 내릴 수 없다는 결정을 내렸다.

주초 트라이애슬론 국가대표를 지낸 최숙현이 감독과 팀 닥터, 선배의 괴롭힘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번에야말로 체육계의 고질적 병폐를 뿌리 뽑아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 감독.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체육인(수영) 출신인 최윤희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에게 “대한체육회 스포츠인권센터에 폭력을 신고한 날이 4월 8일이었는데 제대로 조치되지 않아 불행한 일이 일어났다”며 “향후 스포츠인권과 관련한 일이 재발하지 않게 철저히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지시한 게 전날이다.

대한체육회부터 대한철인3종경기협회, 경북체육회, 경주시청, 경주경찰서에 이르기까지 연관된 모든 기관이 최숙현의 목소리를 흘려들은 사실에 나라가 분통을 터뜨리는 와중에 한체대 건까지 더해지면서 “한국체육의 처참한 실태를 낱낱이 파헤쳐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을 전망이다.

지난해 초 조재범 쇼트트랙 코치의 만행은 국내의 스포츠인권‧인권감수성이 얼마나 낮은 수준인지가 여실히 드러냈다. 이후 개선을 위한 노력이 있었으나 철인3종 최숙현-한국체대 핸드볼로 이어지는 2020년의 참사는 체육계가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한편 대한철인3종협회는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예정일보다 사흘 앞당긴 오는 6일 개최하기로 했다. 박석원 대한철인3종협회 회장은 “협회는 이번 사건을 매우 엄중하게 보고 있다. 스포츠 공정위심의에 따라 협회가 할 수 있는 빠르고 단호한 조치를 하겠다”며 “재발 방지를 위해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고 약속했다.

최윤희 차관. [사진=연합뉴스]

 

상급기관인 대한체육회도 성명을 내고 대책을 내놓았다. “스포츠 (성)폭력에 대하여 조사 및 수사과정 중이라도 즉시 자격정지 및 제명 등 선제적 처벌로 강력한 철퇴를 내리겠다”며 “강력한 발본색원을 통해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지 않도록 하겠다”고 선언했다.

또 “사각지대와 우범지대를 최소화하고 훈련 외 지도자와 접촉 시에도 선수의 인권침해에 대한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선수‧지도자들의 의식을 개선하여 폭력 없는 스포츠 환경을 구축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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