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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여자월드컵 나서는 김정미 '맏언니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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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여자월드컵 나서는 김정미 '맏언니 리더십'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5.12 11: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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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19세 나이에 맞은 첫 월드컵 3경기 11실점…지옥훈련에도 후배에 용기 불어넣는 베테랑 수문장

[스포츠Q 박상현 기자] 12년 만에 여자 월드컵에 출전하는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에는 월드컵 경험 선수가 두 명 있다. 맏언니인 수문장 김정미(31·인천 현대제철)와 최전방 공격에 나설 박은선(29·로시얀카)이다.

박은선이 오는 18일 가장 늦게 대표팀에 합류하는 가운데 김정미가 후배들에게 월드컵 경험을 전수하며 첫 16강 도전에 대한 자신감을 불어넣고 있다.

여자대표팀은 지난 8일 경기도 파주 대표팀 트레이닝센터(NFC)에 소집돼 2015 캐나다 여자 월드컵에서 만날 브라질, 스페인에 대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입에 단내가 나는, 강도 높은 체력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어느덧 30대가 된 김정미도 열외는 없다. 힘들 법도 하지만 힘들어 하는 후배들을 독려하며 맏언니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와 함께 첫 성인 월드컵을 맞는 후배들에게 12년 전 첫 도전 이야기를 들려주며 절대로 기선 싸움에서 밀리지 말 것을 주문한다. 이미 2003년에 과도한 긴장감에 정신없이 3경기를 치렀던 김정미는 후배들에게 당시 일화를 소소히 이야기하며 긴장을 풀어준다. 이만저만 든든한 맏언니가 아니다.

▲ 다음달 캐나다에서 열리는 여자 월드컵에 출전하는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에는 12년 전 월드컵 경험이 있는 선수가 둘 있다. 이 가운데 김정미는 2003년 당시 조별리그 3경기에 모두 나서 골문을 지켰다. [사진=스포츠Q DB]

◆ "너무 긴장할 것 없어, 그냥 우리 하던대로 하면 돼"

김정미가 후배들에게 하는 전하는 말의 요체는 "너 자신을 믿어라. 그냥 우리 하던대로 하면 된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열렸던 2003년 여자 월드컵에서는 "과연 우리 실력만으로 해외 강호들과 당당하게 맞설 수 있을까"라는 스스로 우려하고 능력을 의심했기 때문에 너무 긴장한 나머지 평소 경기력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당시 여자대표팀을 이끌었던 안종관 감독은 영진전문대에 재학중이던 19세 김정미를 주전 수문장으로 기용했다. 김정미는 월드컵 조별리그 3경기에 모두 나서 270분 풀타임 소화했다.

그러나 결과는 처참했다. 한국 여자축구의 수준은 세계 강호와 비교했을 때 너무나 낮았다. 브라질과 첫 경기에서 3골을 내줬다. 프랑스전서는 0-1패로 비교적 팽팽하게 맞섰지만 강호 노르웨이에 7골을 내준 기억은 김정미에게도 큰 아픔으로 남아 있다.

이에 대해 김정미는 "정말 그 때는 레벨 높은 선수들을 상대하니 몸이 얼었다. 발이 제대로 떨어지지 않았을 정도였다"고 회상한다.

자신의 첫 여자 월드컵 경험은 김정미에게 자양분이 됐다. 유일하게 여자 월드컵을 뛴 한국 골키퍼 김정미는 전민경(30·이천 대교)과 함께 넘버원 골피커 경쟁을 벌였다. 그리고 12년만에 다시 기회를 잡았다.

김정미는 "내 생애에 다시 월드컵 출전 기회가 찾아올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며 "아직 대표팀 최종 엔트리에 들지 못했고 들었다고 해서 주전이 될지도 모른다. 그래도 (박)은선이와 함께 후배들에게 월드컵 경험을 전수하며 긴장감을 풀어줄 수 있는 역할이라도 하는 게 좋은 경기를 펼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 김정미(왼쪽)는 전민경(오른쪽)과 함께 한국 여자축구 넘버원 골키퍼 경쟁을 해왔다. 이제 김정미는 후배들과 최종 엔트리 경쟁과 주전 경쟁을 통해 두번째 여자 월드컵에 도전한다. [사진=스포츠Q DB]

◆ "그래도 세계 무대는 달라" 지옥훈련 마다않는 맏언니

김정미는 파주 NFC에 소집됐을 당시 "김범수 코치님께서 각오하고 오라고 하시더라"며 방긋 웃어보였다.

한국 여자대표팀은 세계 무대 경험이 많지 않다. 키프러스컵에 해마다 꾸준히 출전하며 세계 강호들과 맞서긴 하지만 그래도 대부분 A매치는 아시아 국가와 경기였다. 그러나 같은 아시아권에 비해 세계 강호의 슛은 질부터 다르다.

개인기가 뛰어나 아기자기한 플레이로 골을 만들어내기도 하지만 뛰어난 체격조건을 바탕으로 한 기습적인 중거리 슛이 나오기도 한다. 또 슛의 강도 역시 아시아권보다 한 수 위다. 강슛에 대비해야 한다. 김정미도 "2003년 월드컵에서도 상대 선수들의 슛이 파워부터 달랐다"고 회고했다.

실제로 김정미는 남자 못지 않은 강슛에 대비한 훈련을 하고 있다. 또 언제 어디서 빠르게 공이 날아올지 모르기 때문에 순발력도 키우고 있다. 그래도 전민경과 윤사랑(26·화천 KSPO), 윤영글(28·수원FMC) 등 후배 골키퍼에 지지 않기 위해 몸을 한 번 더 던진다.

김범수 코치도 "정말 성실하게 훈련하고 경기에 임하는 선수"라며 "서른이 넘었지만 몸관리 하나 만큼은 철저하다. A매치에 89경기나 나선 김정미의 경험이라면 월드컵에서 충분히 경쟁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엄지를 치켜세운다.

공교롭게도 이번 월드컵에서도 첫 상대는 12년 전과 마찬가지로 브라질이다. 김정미에게 브라질이란 상대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그래서 김정미는 첫 경기의 중요성을 이유로 들며 브라질전 총력전을 다짐하고 있다.

김정미는 "과도한 긴장감에 얼 필요도 없지만 그래도 세계 무대는 수준이 다르다"며 "이들과 맞서기 위해서는 강한 체력훈련은 각오해야 한다. 미국으로 떠나기 전까지 이어지는 훈련은 결국 캐나다에서 큰 자신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여자축구의 수준이 12년 전과는 확연하게 높아졌기 때문에 김정미도 이번만큼은 조별리그 통과를 넘어 16강을 넘어 8강까지 세운 목표를 향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 2003년 여자 월드컵 당시 19세의 앳된 대학생 선수였던 김정미는 30대에 들어서 두번째 월드컵을 맞았다. 그러나 뛰어난 몸 관리로 후배들과 함께 하는 지옥훈련도 마다하지 않으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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