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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 없는 슈퍼매치, 그래도 '다음'을 봤다 [K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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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 없는 슈퍼매치, 그래도 '다음'을 봤다 [K리그]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0.07.06 11: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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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6경기에서 무려 28골이 쏟아졌다. 경기당 4.67골이 나온 2020 하나원큐 K리그1(프로축구 1부) 10라운드는 축구 팬들을 웃고 울게 만들기 충분했다. 그 중에서도 백미는 단연 수원 삼성과 FC서울의 ‘슈퍼매치’였다.

수원과 서울은 지난 4일 경기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양 팀의 리그 통산 90번째 맞대결에서 난타전 끝에 3-3으로 비겼다.

경기 앞서 양 팀은 나란히 9, 10위에 자리했다. 최근 몇 해 동안 이어진 두 구단의 하락세가 반영된 올 시즌 초반 순위표였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관중마저 없이 펼쳐진 이번 슈퍼매치는 ‘슬퍼매치’라고까지 불렸다. 오히려 관중이 없어 다행이라는 이야기도 나올 만큼 팬들이 기대치를 상당히 낮춘 매치업이었다.

하지만 도합 6골이나 터지면서 K리그 최고 라이벌 매치라는 명성에 걸맞은 명승부를 연출했다. 수원과 서울 모두 문제점을 고스란히 노출했지만 다음을 위한 희망을 발견하기도 했다.

수원 삼성과 FC서울의 올 시즌 첫 슈퍼매치에서 6골이나 나왔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승자는 없었고, 그 누구도 순위를 끌어올리지 못했다. 하지만 슈퍼매치라는 이름값 하나만큼은 여전히 건재하다는 걸 알렸다.

지난 시즌 득점왕(20골) 타가트가 올 시즌 앞서 1골로 부진했지만 이날 멀티골을 넣었다. 서울의 간판 박주영은 0-1로 뒤진 상황에서 동점골을 만들며 수원전 9번째 골로 데얀(대구FC·8골)을 밀어내고 슈퍼매치 역대 최다 득점자로 이름을 올렸다.

서울은 불안한 수비 탓에 타가트, 김건희에게 연속골을 내줘 전반을 1-3으로 마쳐 패색이 짙었다. 하지만 후반 조영욱, 고광민이 연달아 한 골씩 만회하며 무승부를 끌어냈고, 2경기 무패(1승 1무)로 5연패 악몽에서 벗어났다. 

최용수 서울 감독 눈 밖에 났던 페시치가 임대 기간을 마치고 소속팀에 돌아갔고, 박동진마저 군 입대해 상주 상무로 떠났다. 아드리아노가 극도로 부진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믿을 만한 공격수가 많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박주영과 조영욱이 1골 1도움씩 기록 한 점 역시 고무적이다.

빈공에 시달리던 서울에서 조영욱(사진)과 박주영이 1골 1도움씩 기록해 고무적이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서울은 또 이날 패배를 면하면서 2015년 4월 원정에서 1-5로 진 이후 리그에서 수원을 상대로 17경기 무패(9승 8무) 행진을 이었다.

양 팀은 마지막까지 치열했다. 후반 15분 고광민이 동점골을 넣어 3-3이 되자 수원은 지도자 강습 중 짬을 내 팀에 합류한 염기훈을 투입했다. 서울도 고요한, 윤주태를 차례로 넣으며 골을 노렸다. 후반 추가시간 한 번씩 골대를 강타하는 등 마지막까지 뜨겁게 다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최용수 감독은 경기를 마치고 “전반 공수 균형이 무너져 주도권을 내주고 좋지 않은 경기를 했다. 후반 균형을 잡는 데 초점을 맞췄고 선수들이 잘해줬다”는 소감을 밝혔다. 최 감독은 고광민의 동점골이 나오자 근래 보기 힘들었던 밝은 표정과 함께 포효하기도 했다.

“1-3에서 따라붙을 수 있는 저력을 봤고, 이제 팀이 정상적으로 가고 있지 않나 싶다. 승리하지 못한 건 아쉽지만, 긍정적인 면도 있었다”며 “연패를 끊은 뒤 선수들이 부담을 덜고 훈련에서 강조한대로 과감하게 한 것 같다. 조영욱은 오늘 본인이 가진 것의 120%를 보여줬다”고 기뻐했다.

수원 삼성은 전반에 3골을 몰아치고도 승리를 따내지 못해 아쉬움이 더 짙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전반에만 3골을 몰아쳤지만 승리를 놓친 이임생 수원 감독의 아쉬움은 더 짙었다. “서울을 이기려고 선수들과 큰 노력을 했는데, 팬들께 승리를 드리지 못해 죄송하다. 막판 실점이 숙제인 것 같다”며 “의사소통을 통해서 조직적으로 커버해야 할 부분인데, 지금도 계속하고 있다. 더 좋아지도록 노력하겠다”고 힘줬다. 수원은 최근 후반 중반 이후 실점하며 승리를 놓치고 있는데, 이날도 같은 문제에 발목이 잡혔다. 

이제 양 팀의 과제는 오는 22일까지 열려있는 여름 이적시장에서 전력을 보강하는 일이다. 

최용수 감독은 “어느 포지션에 보강이 필요한지는 다 아는 사실”이라며 “구단과 계속 얘기 중인데, 좀 더 속도를 높여야 하지 않을까 싶다”는 말로 좀 더 박차를 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페시치가 이탈하며 빈 외국인선수 쿼터 1장을 공격수에 할애할 전망이다. 지난해 전북 현대에서 뛴 호사(브라질)가 물망에 올랐다. 또 미드필더 주세종의 이적 가능성이 있어 기성용과 다시 협상할 여지도 있다.

최근 핵심 레프트백 홍철을 울산 현대로 보낸 수원도 마찬가지다. 이임생 감독은 “구단과 대화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면서도 “마지막까지 대화는 해 볼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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