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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물에서 놀고 온 '아시아의 레프트' 이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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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물에서 놀고 온 '아시아의 레프트' 이소영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5.05.12 10: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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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23 아시아여자배구선수권 초대 베스트 레프트 수상...장윤희 코치 "나보다 나은 선수" 극찬

[스포츠Q 민기홍 기자] 이래서 ‘아기용병’이라 불리나보다. 이소영(21·GS칼텍스)이 국제무대에서 화려한 신고식을 치렀다.

이소영은 9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막을 내린 제1회 23세 이하(U-23) 아시아여자배구선수권대회에서 5경기 평균 21.2점을 뽑아내며 베스트 레프트상을 수상했다. 생애 첫 태극마크를 단 이소영은 매 경기 팀내 최다 득점을 올리며 동메달 획득을 이끌었다.

어린 선수들이 출전한 초대 대회지만 경기 수준은 낮지 않았다. 중국과 일본은 지난해 아시안게임에 출전했던 선수가 3~4명씩 나섰고 태국 멤버 중 대다수는 지난해 세계선수권 참가멤버들이었다. 준결승에서 중국에 완패해 2장만 주어지는 세계선수권대회 티켓을 따내는데 실패한 이유다.

▲ 이소영(가운데)은 생애 첫 태극마크를 달고 나선 대회에서 매 경기 팀내 최다 득점을 올리며 맹활약했다. [사진=대한배구협회 제공]

◆ 5위 하락-국제대회, 연이은 큰 공부 

이소영은 2013년 아시아선수권대회와 세계선수권대회 예선, 지난해 인천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국가대표 후보 명단에는 올랐지만 최종 엔트리 문턱에서 좌절했다. 김연경(페네르바체), 한송이(GS칼텍스) 등 터줏대감들에다 고교생 이재영(흥국생명)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이번 대회에서 이소영을 지켜본 ‘레전드’ 장윤희 U-23 대표팀 코치는 “없던 대회가 생기면서 시니어 대표팀으로 올라가고 싶은 강한 동기부여가 생겼을 것”이라며 “태국, 일본, 중국, 인도까지 빠른 배구를 구사하는 것을 보고 좋은 공부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즈베키스탄전 18점, 중국전 26점, 인도전 19점, 대만전 29점, 일본전 14점. 이소영은 대만전에서는 풀세트까지 가는 와중에도 46.4%의 순도 높은 공격성공률을 기록했다. 여자부 경기에서는 성공률이 40%만 넘어도 매우 높은 축에 속한다.

공격수로는 작은 176cm. 2012년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GS칼텍스에 입단한 그는 데뷔 첫 해부터 27경기 85세트를 뛰며 주전으로 자리잡았다. 경기당 9.6점에 공격성공률 42.0%로 가볍게 신인왕을 거머쥐었다.

2013~2014 시즌에는 수비에서 일취월장하며 GS칼텍스의 우승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그러나 지난 시즌 시즌 초반 공격성공률이 30%대 초반에 머무르며 혹독한 성장통을 겪었다. 디펜딩 챔피언 GS칼텍스는 5위로 시즌을 마쳐 자존심을 구겼다.

▲ 경기당 21.2점을 뽑아낸 이소영(오른쪽)은 베스트 레프트상을 받으며 '아기용병'이란 별명에 걸맞은 활약을 펼쳤다.

◆ 외국인 '질적 하락', 이소영은 더 뜬다 

다가올 시즌에는 그동안 위력을 과시한 ‘특급’ 외국인이 아닌 트라이아웃을 거친 한 수 아래의 외국인이 뛰게 된다. 미국 국적의 해외리그 3년 이하의 경험자 중 지난 시즌의 폴리(현대건설), 루크(흥국생명), 니콜(한국도로공사)같은 선수가 나오기는 어렵다.

최고 80만 달러(8억5000만원)에 달하는 연봉을 받았던 이들에 비해 5분의 1에 불과한 몸값 12~15만 달러의 선수가 리그를 호령하기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게다가 만 21~25세의 대학교 졸업예정자라 경험도 많지 않다. 당연히 토종 거포들의 비중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장 코치는 “이소영은 배우려는 자세가 좋고 훈련 태도가 성실하다. 현역 시절 나보다 낫다”고 극찬하며 “키는 작지만 파워가 있고 재치도 겸비했다. 어려운 공에 대처하는 법을 익히고 리시브와 수비에 조금 더 신중하게 임한다면 더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GS칼텍스에는 한송이라는 좋은 선수가 있다. 준수한 리시브 능력을 갖춘 이소영이 현재 페이스대로 성장한다면 IBK기업은행의 막강 토종 듀오 김희진-박정아에 필적할 수 있는 유일한 조합이 된다. ‘큰물’을 경험하고 온 이소영이 얼마나 달라졌을지 지켜보는 것. 다음 시즌 여자 배구를 즐기는 포인트 중 하나다.

sportsfactor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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