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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최숙현 사망사건, 김규봉 감독-안주현 팀닥터 '빠져나갈 구멍' 공모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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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최숙현 사망사건, 김규봉 감독-안주현 팀닥터 '빠져나갈 구멍' 공모 의혹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0.07.08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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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가혹행위에 못 이겨 스스로 생을 마감한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선수 고(故) 최숙현의 전 소속팀 경북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팀 내 괴롭힘 피해 사례에 대한 조사가 뒤늦게 탄력 받고 있다. 이런 와중에 핵심 가해자로 지목된 김규봉 경주시청 감독과 팀닥터로 재직한 운동처방사 안주현 씨가 빠져나갈 구멍을 미리 만들어 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안주현 씨가 가해자 3명과 대한체육회 조사에 앞서 입을 맞춘 정황이 포착됐다.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 내 가혹행위 사건을 수사 중인 경북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8일 “지금까지 전·현직 선수 27명 가운데 15명을 상대로 피해 진술을 받은 데 이어 2명에 대해 추가로 피해 사실을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숙현이 극단적 선택을 한 뒤 경주시청 팀 실태가 세상에 알려졌다. 전국민적 관심을 받고 있는 이때 비로소 피해자들이 용기를 내고 있다.

고 최숙현 사망 사건과 관련한 조사가 뒤늦게 탄력 받고 있다. 그동안 침묵했던 피해자들도 용기를 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들은 대부분 최숙현과 마찬가지로 김규봉 감독, 안주현 씨로부터 폭행 등을 당했다고 입을 모은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경찰 관계자는 “일부 선수는 피해를 봤는데도 경찰 면담을 거부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김 감독이 대한철인3종협회에서 영구 제명돼 그동안 피해 진술을 꺼리던 선수들의 태도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경찰은 또 안주현 씨가 물리치료사 등 자격이 없는데도 다친 선수에게 의료행위를 했다는 진술을 토대로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 조사 중이다. 안 씨는 또 경북 경주시체육회로부터 최숙현 사망과 관련해 성추행과 폭행 혐의로 검찰에 고발되기도 했다.

경주경찰서는 지난 3월 초 최숙현의 고소에 따라 5월 29일 김규봉 감독에게 아동복지법 위반·강요·사기·폭행 혐의를, 안주현 씨와 장윤정 등 선배 선수 2명에게 폭행 혐의를 각각 적용해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현재 대구지검이 수사를 맡고 있다.

한편 안주현 씨가 앞서 진행된 대한체육회 조사에서 다른 가해자 선수 3명과 입을 맞춘 정황이 포착돼 많은 이들의 공노를 산다.

7일 대한체육회에 따르면 안 씨는 지난달 23일 체육회 클린스포츠센터 조사관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 폭행 사실을 인정하면서 김규봉 감독을 감싸고 나섰다. 최숙현이 삶을 마감하기 사흘 전이다.

지난 6일 문화체육관광부 상임위에 출석한 김규봉(왼쪽) 감독과 장윤정(가운데), 김도환. [사진=연합뉴스]

안주현 씨는 “뉴질랜드 전지훈련 당시 술을 먹고 최숙현을 불러 뺨을 몇 차례 때렸고, 사유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진술서를 체육회에 제출했다. 또 “이 과정에서 김 감독이 자신을 제지해 진정시켰고, 경찰 조사에서도 이런 내용을 진술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4월 8일 최숙현의 폭행·폭언 피해 사실을 접수한 체육회 클린스포츠센터는 신고서에 적시된 김규봉 감독과 장윤정 등 가해자 3명의 조사를 먼저 진행했다. 팀닥터 구실을 한 안주현 씨는 가해자 명단에 없었다. 체육인도 아니었기에 조사 대상에서 배제했다는 설명이다. 

그런 와중에 안 씨가 사태가 커지기 전 먼저 체육회에 전화해 폭행 사실을 인정하면서 또 다른 가해자의 존재를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폭행 가해자로 적시된 김 감독과 선수들이 폭행 사실을 부인하고, 최숙현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기 전까지는 대중에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안 씨가 체육회 조사 두 달 만에 뒤늦게 폭행 사실을 자인하고 감독을 옹호한 점이 여러 의혹을 낳는다.

안 씨가 현직 감독과 선수를 보호하고자 사전 모의를 거쳐 독자적인 폭행으로 몰아간 게 아니냐는 추정이 가능하다.

팀닥터 안주현 씨와 김규봉 감독, 선배 장윤정이 최숙현을 상습적으로 괴롭혔고, 결국 죽음에 이르게 했다. [사진=연합뉴스]

“경주시청 팀은 김규봉 감독과 장윤정의 왕국”이었다던 고인 동료들의 폭로와 녹취록 같은 여러 정황 증거에도 가해자들이 지난 6일 상임위 증언에서 “때린 적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한 점 역시 이런 추정을 뒷받침한다.

협회는 폭행·폭언 피해 진술의 신빙성을 높게 쳐 김규봉 감독과 장윤정을 영구제명하고 김도환에 대해선 10년 자격 정지를 결정했다. 

경북도는 최숙현 사망과 관련해 경주시와 경주시체육회를 특별감사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철인3종경기 선수 인권침해 관련 조치 및 향후 계획’에 관한 관계기관 회의를 열고 폭력 등 체육계 악습을 근절하고자 관련 부처와 힘을 모으기로 했다.

박양우 문체부 장관은 “이번이 체육 분야 악습을 바꿀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며 “신속하게 고 최숙현 선수와 관련된 수사와 조사를 진행하고, 체육계에 만연한 폭력과 인권침해에 경종을 울리고자 가해 혐의자를 일벌백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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