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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식의 아트&아티스트]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건강한 공연관람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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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식의 아트&아티스트]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건강한 공연관람법
  • 최준식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7.09 11: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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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최준식 칼럼니스트] 지난달 16일, 드디어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이 문을 열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로,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 확산으로 수개월간 문을 닫았던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이 어렵게 다시 관객들을 맞이하게 된 것입니다. 개막 당일 저녁은 공연의 첫 무대를 장식하는 뮤지컬배우 김준수(XIA)를 보기 위한 열성 팬들로 간만에 북적거렸습니다. 공연장에서 10년 넘게 근무한 저로서는 무척 반가운 풍경이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공연을 준비하는 스태프나 기획자, 배우 그리고 관객 모두 우려를 지울 수가 없습니다. 아직 코로나19가 진행 중이고 더 확산되는 와중에 공연을 재개하는 게 모두에게 부담스럽기 때문입니다.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좌석은 3022석입니다. 뮤지컬 '모차르트'는 흥행하는 상업뮤지컬입니다. 때문에 공연장을 운영하는 세종문화회관 관계자, 뮤지컬을 올리는 기획사 측 모두가 혹시 모를 코로나 확진자가 나올 경우 이어질 사회적 비난이나 질책이 두렵기도 합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월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방역 관계자들이 공연장 방역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하고 설레게 한 공연예술이 갑자기 사라진다는 사실은 관객이나 공연산업에 종사하는 사람 모두에게 고통입니다. 공연시장의 축소를 넘어 생태계가 붕괴되고 공멸할 수 있는 상황까지 내몰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순수예술을 주로 하는 공연기획사 대표인 지인 역시 소속 직원들을 내보내고 본인의 생계를 걱정하며 하루하루 허탈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준비해야 하지만 공연예술은 무대를 통해 관객과 호흡하고 소통해야 하는 현장의 예술입니다. 때문에 무대가 없어진 공연예술을 아직은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민간이 아닌 공공 공연장인 세종문화회관과 예술의전당 등이 공연장 가동을 중단한다면 가뜩이나 코로나로 어려운 공연예술계를 사장시킬 수 있기에 다시 우려를 무릅쓰고 무대를 열게 된 것입니다.

코로나 사태 후 재개된 공연장의 풍경은 너무 낯설게 다가옵니다. 공연장 로비는 언제나 관객들의 흥겨운 대화와 기대감으로 시끌벅적하고 활기가 가득한 공간이었습니다. 그런데 로비 입구 설치된 열화상 카메라 통과, 마스크착용검사 및 문진표 작성, 손 소독제 사용, 발열 체크 등은 이를 진행하는 공연장 관계자나 이를 이행해야 하는 관객 모두 부담스럽고 두렵게 합니다. 배우와 관객들이 같이 어울리고 즐겨야 할 아름다운 공연 시간에 서로를 부담스러워하고 거리두기까지 해야 한다는 사실이 허탈하고 기운 빠지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지난 3일 서울 용산구에서 인디밴드 브로콜리너마저의 여름 정기 공연이 개최됐다. 사진은 이날 공연장에 마련된 방역 존. [사진=연합뉴스]
지난 3일 서울 용산구에서 인디밴드 브로콜리너마저의 여름 정기 공연이 개최됐다. 사진은 이날 공연장에 마련된 방역 존. [사진=연합뉴스]

 

포스트코로나 시대, 언택트(Untact비대면)를 이야기하는 이 시대에 우리의 소중한 공연예술을 어떻게 즐겨야 할까요. 건강하고 안전하게 공연예술의 현장을 느낄 수 있는 방법은 어떤 것일까요. 처해진 시대 현실을 깨닫고 공연예술 장르를 대하는 새로운 감상법을 고민해야 할 때가 온 듯 합니다.

먼저 코로나 사태로 인한 공연예술 현장이 막힌 시점에서 최근 양산된 공연예술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찾아 볼 필요가 있습니다. 코로나 유행이 한창일 때 세종문화회관은 MBC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와 함께한 ‘방구석 콘서트’, 네이버TV가 함께한 랜선공연 ‘힘내라 콘서트’를 통해 관객과 새로운 접근을 시도했습니다.

이를 통해 공연예술 현장을 함께 하지 못하는 관객들에게 방송과 랜선을 통해 위로와 감동을 전해드렸습니다. 또한 그동안 현장을 고집했던 콧대 높은 세계적인 공연예술단체들도 온라인 채널을 통해 관객들과 인터넷과 모바일로 온라인 공연 스트리밍, 과거 공연 라이브 실황 자료를 송출하며 관객과의 적극적 교류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이제 랜선 공연과 공연의 영상화 등 그동안 익숙하지 않았던 공연예술에 대한 새로운 감상과 소비를 고민해볼 때입니다. 비대면 시대, 공연예술 관계자는 공연의 현장성을 느끼면서 공연예술을 안방에서 혹은 안전한 장소에서 즐길 수 있는 방법을 계속 고민하고 관객도 열린 사고로 수용할 수 있는 문화를 조성해야 할 시기가 도래했습니다. 문화예술을 건강하게 즐기고 싶은 스포츠Q(큐) 독자 여러분께 다음과 같은 건강한 공연관람법을 제안합니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의 '라 트라비아타' [사진=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의 '라 트라비아타' [사진=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1. 유료 공연 라이브 영상을 적극적으로 즐겨보세요.

현장 공연 영상화와 유료화는 수년 전부터 있었습니다. 세계적인 오페라단 뉴욕메트로오페라단 영상서비스 ‘MET HD Live’, 런던 내셔널씨어터의 ‘NT Live’가 그것입니다. 메가박스 영화관과 국립극장에서도 상영한 바 있는 이 공연 영상물은 퀄리티가 상당히 높습니다. 몰입감을 주는 카메라 기술을 통해 현장 공연에서 놓치거나 생각지도 못한 감동의 장면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공연 영상 서비스는 온라인 유료결제를 통한 스트리밍으로 즐길 수 있으며, DVD로도 구매하고 소장할 수 있습니다. 영상문화에 대한 즐거움을 아는 이들에게 공연 영상물은 신선한 재미와 볼거리로 다가갈 것입니다. 충분히 유료결제를 해서 볼만큼 영상 수준이 상당합니다. 이러한 시류를 이해한 해외의 주요 공연장들은 공연장 내 영상장비의 구축 및 고도화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사진=유플러스 제공]
지난해 LG유플러스는 가상현실(AR)을 접목한 5G 공연 ‘U+5G 드림콘서트’를 선보였다. 사진은 인기 키즈 유튜버 ‘어썸하은’이 롤모델인 아이돌 스타 ‘청하’를 AR로 만나 호흡을 맞추며 댄스 공연을 선보이는 모습. [사진=유플러스 제공]

 

2. 컬처 테크놀로지로 아티스트와 함께 공연예술에 참여해보세요.

요즘 관객은 적극적입니다. 단순히 수동적인 감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무대 위 아티스트와 적극적으로 소통하고자 노력합니다. 심지어 본인이 아티스트로서 악기를 연주하고 직접 무대에 오르면서 몸소 예술체험을 하고자 합니다.

서울시는 이들을 ‘시민예술가’라는 이름으로 장려하고 있습니다. 적극적인 관객과 소통하기 위해 공연예술도 변모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사태로 시대가 더 앞당겨진 느낌입니다. 5G 라이브 기술 덕에 관객참여형 공연을 모바일에서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아티스트의 연주를 관객이 변주, 합주가 되는 형태입니다. 관객이 작품의 일부가 되는 것입니다. 비대면 시대 문화예술은 첨단 테크놀로지를 통해 새로운 방식으로 재현될 것이며 이를 새롭게 소비하고 심지어 참여하는 적극적인 관객층이 태동할 것입니다. 본인이 관객 이상의 아티스트가 되는 경험을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싶습니다.

 

지난 5월 서울 마포아트센터 아트홀에서 마포문화재단 시설관리팀 직원들이 거리두기 좌석제로 관객 맞을 준비를 마친 객석을 소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5월 서울 마포아트센터 아트홀에서 마포문화재단 시설관리팀 직원들이 거리두기 좌석제로 관객 맞을 준비를 마친 객석을 소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3. 현장공연과 랜선공연의 감동을 모두 느껴보세요.

포스트코로나 시대엔 비대면이 대세라고 이야기하지만 공연예술의 본질은 현장성입니다. 현장에서 즐기는 공연예술의 감동은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코로나는 종식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개개인의 삶에 ‘위드 코로나(with corona)’가 일상이 될 것입니다. 코로나는 두렵지만 공연예술을 사랑하는 우리들은 이제 코로나와 함께 하는 일상 속에서 공연예술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합니다.

공연예술을 즐기는 방법을 다변화해야 합니다. 현장공연도 보면서 랜선공연의 즐거움도 이해해야 합니다. 또한 공연을 제작하는 이들도 현장공연과 다른 랜선공연만의 차별화된 공연 콘텐츠를 마련해야 합니다. 현장에 치우친 공연예술에 대한 소비가 이번 코로나 사태를 통해 다양한 공간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심지어 실시간으로 참여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문화예술은 삶을 풍요롭게 합니다. 건강한 삶은 문화예술이 곁들여져 여유로워야 합니다. 공연예술과 멀어졌던 관객들이 다시 무대를 그리워하며 공연장으로 돌아오실 거라 믿습니다. 개인 위생에 철저해지고 방역도 시스템화되면 코로나 확진이 수그러들 것이고, 우리가 코로나를 일종의 독감처럼 여길 세상이 머지 않았다 생각합니다. 안방에서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공연예술을 소비하며 무대에서 아티스트와 함께 어울릴 그날을 기다려봅니다. 감사합니다.

 

최준식
- 스포츠Q(큐) 문화 칼럼니스트
- 서울시 세종문화회관 문화예술기획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시각예술∙축제 심의위원
- 한국콘텐츠진흥원 문화콘텐츠 평가위원
- 한국예술종합학교 대학원 예술경영학 석사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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