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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 본머스에도? 무리뉴 향한 물음표 '무엇이 그리 겁날까' [EPL 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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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 본머스에도? 무리뉴 향한 물음표 '무엇이 그리 겁날까' [EPL 순위]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0.07.10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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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선발 명단에 손흥민의 이름은 없었고 해리 케인은 수비수나 다름 없는 역할을 맡았다. 강등권 팀을 상대했지만 챔피언스리그 진출이 목표인 토트넘 홋스퍼는 경기 내내 쩔쩔매다 고개를 숙였다.

조세 무리뉴 감독의 토트넘이 흔들리고 있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은 너무도 옛 일이 된 것만 같다. 한숨만 나오는 경기가 이어지고 있다.

토트넘은 10일(한국시간) 영국 본머스 바이탤러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본머스와 2019~2020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34라운드 방문경기에서 0-0으로 비겼다. 13승 10무 11패, 승점 49. 7위 도약을 노리던 토트넘은 9위에 머물며 유로파리그 진출마저 요원해지고 있다.

 

조세 무리뉴 토트넘 홋스퍼 감독이 10일 본머스전에서 답답함을 나타내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시작부터 잘못됐다. 손흥민이 선발 명단에 없었다. 지난 경기 골키퍼 위고 요리스와 말다툼을 벌이기도 했던 손흥민이지만 무리뉴 감독은 경기 후 화해하는 이들을 보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무리뉴의 말이 거짓이 아니라면 손흥민을 교체로 내보낸 건 사흘 뒤 치러질 아스날과 북런던 더비를 대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손흥민을 아껴둔 결과는 18위팀에도 승리를 거두지 못하며 대실패로 거듭났다.

갈 길이 바쁜 토트넘이지만 최근 리그 8경기 2승 3무 3패로 부진에 허덕이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경기력이다. 최근 국내에선 ‘월클’ 공격수로 거듭난 손흥민을 너무도 수비적으로 활용하며 논란을 자아냈는데, 이날은 이 문제가 잉글랜드 최고 골잡이 해리 케인에게도 적용됐다.

자신의 최고 강점인 슛을 전혀 살리지 못했다. 케인의 히트맵을 보면 박스 투 박스 미드필더와 같은 활동 반경을 보였다. 수비수와 같이 적극적으로 수비에 가담하는 상황에서 공격이 잘 이뤄질 수 없었다. 이날 토트넘은 9개의 슛을 날렸는데 유효슛은 단 하나도 없었다. 케인은 단 하나의 슛을 날렸을 뿐이었다.

 

해리 케인은 이날 내내 수비적으로 뛰며 단 하나의 슛을 기록했다. [사진=AFP/연합뉴스]

 

손흥민 대신 나선 에릭 라멜라도 효과적이지 못했다. 팀에서 가장 많은 3개의 슛을 날리긴 했지만 골대 방향으로 향한 건 하나도 없었고 특유의 긴 드리블로 인해 템포를 늦췄다. 후반 교체로 나선 손흥민으로서도 어찌할 도리가 없는 경기였다.

모든 책임을 떠안기엔 억울한 점도 있다. 무리뉴는 올 시즌 도중 갑작스럽게 지휘봉을 잡았다. 부임 당시 이미 성적이 좋지 않은 상황이었다.

다만 문제는 전혀 기대감을 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수비에 중점을 둔 플레이를 하는 방식은 존중한다고 하더라도 공격적 강점을 전혀 살리지 못하고 있다. 무리뉴 아래서 프리미어리그 최고 수준의 골잡이 케인과 윙어 손흥민의 강점이 사라진지 오래다.

특히 이날 상대는 강등권팀이었다. 리버풀 혹은 맨체스터 시티 등 강팀을 만날 땐 선 수비 후 역습에 의존해 경기를 펼칠 수 있다고 하지만 본머스를 상대로도 케인을 내려세워 경기를 운영하는 건 쉬이 납득하기 어려웠다.

토털사커는 공격수도 적극적으로 수비에 나서고 반대로 수비수도 공격 가담 비율이 높은 축구를 말한다. 하지만 공격수가 수비를 하느라고 제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게 토털사커는 아니다. 무리뉴의 축구가 한숨만을 자아내는 이유다.

 

다급한 상황에서도 손흥민(왼쪽)은 교체로 경기를 시작했고 토트넘은 결국 승점 1을 챙기는데 만족해야 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승점을 챙기기 위한 것이 아니라 지지 않기 위한 전술을 들고 나오는 듯한 인상을 남기고 있는 무리뉴다. 그러나 지지 않는 것만으론 아무것도 얻을 게 없는 위치의 토트넘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토트넘과 대척점에 있다. 맨유에서도 제대로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팀을 떠난 무리뉴인데, 올레 군나르 솔샤르 감독 지도 하에 이적생 브루노 페르난데스와 영건 제임스 그린우드를 앞세운 맨유는 최근 EPL에서 가장 인상적인 경기를 펼치고 있다.

이날도 아스톤 빌라를 상대로 3-0 승리했다. 10경기 연속 무패(7승 3무). 4위 레스터 시티(승점 59)를 승점 1 차로 바짝 뒤쫓았다. 4경기 연속 3골 차 이상 승리를 거뒀는데, 이는 EPL 신기록이다.

챔피언스리그 진출 가능권에 올라선 것을 차치하더라도 당장 다음 시즌 우승 후보로 발돋움했다. 무엇보다 맨유 팬들을 가장 설레게 하는 건 전성기 시절과 같은 빠른 템포의 경기력이 살아났다는 것이다. 호쾌한 역습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웨인 루니, 박지성이 합작하던 장면과 오버랩된다.

색깔 없는 무리뉴의 축구와 대비돼 더욱 빛을 받고 있는 맨유다. 여건이 좋은 건 아니지만 반등 없이 이대로 시즌이 종료된다면 무리뉴의 입지는 또다시 좁아질 수밖에 없다. 올 시즌 성패를 떠나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는 전술로 팬들의 마음을 돌려세워야 할 타이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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