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19 16:06 (화)
박원순과 스포츠, 최숙현 심석희 프로야구 올림픽
상태바
박원순과 스포츠, 최숙현 심석희 프로야구 올림픽
  • 민기홍 기자
  • 승인 2020.07.10 10: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이 10일 새벽 숨진 채로 발견됐다. 향년 64세. 인구 970만 명, 세계적 메가시티를 2011년 10월부터 수년간 이끈 리더였던 만큼 그의 말 한 마디는 체육계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었다.

고(故) 박원순 시장은 사망 엿새 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감독, 팀 닥터, 선배들의 가혹행위로 세상을 떠난 트라이애슬론(철인3종) 국가대표 최숙현을 두고 “너무 미안하다. 안타까운 죽음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 화가 난다. 참담하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폭행과 가혹행위를 한 이들의 개인적 일탈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인권은 뒷전이고 승리와 성공만을 최고라 환호하는 우리 인식과 관행이 아직도 강고하다. 저부터 반성하겠다. 서울시 울타리 안에는 유사한 일이 없는지 살펴보겠다. 어떤 폭력과 인권 침해도 용서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지난 5월 잠실구장에서 정운찬 총재(오른쪽)와 만났던 박원순 시장. [사진=KBO 제공]

 

박원순 시장은 사법시험 합격 후 인권변호사, 시민운동가로 참여연대 설립을 주도했다. 한국의 시민운동을 진화시켰다는 평가를 받은 인물이기 때문에 국내의 처참한 스포츠인권 현실이 개탄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다만 한국에서 최초로 성희롱 사건에서 승소한 인권변호사 출신 박 시장이 죽음 직전 미투(Me too‧나도 당했다)에 연루된 사실은 아이러니다. 박 시장의 전직 비서는 최근 경찰에 “과거 성추행을 당했다”며 박 시장을 고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지난해 11월 박 시장은 “'82년생 김지영'을 읽고 절망감이 들었다”면서 스스로를 페미니스트(여성주의자)라 칭한 바 있다.

박 시장은 임기 내내 프로야구와도 연결됐다. 서울에만 두산 베어스‧LG(엘지) 트윈스‧키움 히어로즈까지 3구단이 있어 떼려야 뗄 수 없었다. 

지난 5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무관중으로 리그가 심각한 경영위기에 직면하자 “서울시는 코로나19 때문에 고통받는 시민들,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 모든 부분에서 지원하고 있다”며 "야구장 관련 시설 임대료 인하를 충분히 고민해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잠실에서 두산 유니폼을 입고 시구했던 박원순 시장. [사진=연합뉴스]

 

박 시장은 두산‧LG가 안방으로 사용하는 잠실구장을 찾아 정운찬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와 시민의 안전한 스포츠 관람을 위한 협약도 체결했다. 코로나19 방역 상황을 점검한 그는 “프로야구가 시민들의 자신감과 활력을 되찾아주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박원순 시장은 2012년 목동구장, 2015년 잠실구장, 2016년 고척 스카이돔 등 KBO리그는 물론이고, 국가대항전인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서울라운드 개막전(고척)까지 수차례 시구자로 나선 바 있다. 

박 시장은 한국 쇼트트랙의 간판 심석희의 조력자이기도 했다. 연초 조재범 코치 (성)폭력 사건으로 마음고생이 심했던 심석희가 서울시청에 입단한 자리에서 “국민 모두가 사랑하는 대한민국 영웅 심석희 선수가 꽃을 피우도록 최고의 환경을 제공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심석희(왼쪽)의 서울시청 입단식. 유니폼을 입혀주고 있는 박원순 시장. [사진=연합뉴스]

 

서울시장 3선에 성공했고 차기 대선후보로 꾸준히 거론된 거물급 정치인이었던 만큼 박원순 시장은 여론이 팽팽하게 대립하는 사안임에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했다. 남북 올림픽 공동유치가 대표적이다.

올초 외신 대상 기자회견에서 그는 “북한이 올림픽 유치를 위해 나선다면 하나의 선순환이 돼서 한미, 북미 회담 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공동 개최는 참으로 의미가 크다. 인류는 어려운 과정을 돌파하며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왔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한 라디오 방송에서는 “서울·평양 올림픽 유치가 결정되는 2022년까지 2년간 군사 훈련을 잠정 중단남북미 군사훈련을 잠정 중단하자”며 “공동 유치 성사를 위해 가장 앞에 놓인 것은 2020 도쿄올림픽 남북단일팀”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