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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유나이티드 연패 탈출, 간절함이 만든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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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유나이티드 연패 탈출, 간절함이 만든 기적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0.07.11 21: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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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전북 버팔로. 지난 1994년 호남 연고 최초의 프로축구단으로 창단했지만 재정난으로 그해 바로 문을 닫은 축구팀이다. 전북 버팔로는 그해 9월 10일부터 11월 12일까지 10경기 연속 졌고, 이는 K리그(프로축구) 역대 최다연패 기록으로 남아있다.

상주 상무가 2012년 9월 16일부터 12월 1일까지 14연패를 남긴 바 있지만 기권이었던 만큼 실제 경기 최다연패 불명예 기록은 여전히 전북 버팔로의 차지다.

인천 유나이티드가 11일 인천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린 상주와 2020 하나원큐 K리그1(1부) 11라운드 홈경기에서도 졌다면 9연패로 전북 버팔로의 아성을 위협할 뻔 했다. 

인천이 후반 추가시간 지언학의 극적인 동점골로 1-1 무승부를 거두면서 연패행진의 숫자를 8에서 멈췄다. 리그 8연패, 대한축구협회(FA)컵 포함 9연패 뒤 거둔 값진 무승부다. 시즌 3무 8패(승점 3)로 여전히 꼴찌지만 라운드 로빈 두 번째 바퀴 시작을 앞두고 분위기 쇄신에 성공했다.

상주 상무전 극적인 동점골을 넣은 인천 유나이티드 지언학(오른쪽)이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임완섭 감독이 사퇴한 뒤 임중용 감독 대행 체제로 운영 중인 인천은 이날 4-2-3-1 전형을 들고나왔다. 전반 제법 촘촘한 수비로 상주 공격을 막아내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날도 마음과 달리 운이 따라주지 않았다. 전반 막판 문지환이 부상으로 아웃됐고, 후반 시작과 동시에 코너킥에서 오세훈에 실점하고 말았다. 문지환 대신 들어온 이제호에 이어 송시우까지 연달아 퇴장당하면서 스스로 무너졌다.

인천이 이날 졌다면 설상가상 오는 19일 선두 전북 현대, 26일 4위 포항 스틸러스와 만나는 등 쉽지 않은 일정에 직면해 연패 기록이 늘어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인천은 9-11로 싸우면서도 포기하지 않았다. 골키퍼 정산을 필두로 상주의 공격을 육탄 방어했다. 후반 21분 아길라르 대신 이준석, 36분 김준범 대신 최범경을 차례로 투입하며 간헐적인 역습 기회를 살리고자 했다.

간절함이 통했던 걸까. 결국 후반 추가시간 지언학이 김도혁의 크로스를 받아 골망을 출렁이며 극적인 무승부를 연출했다. 직후 경기 종료 휘슬이 울렸고, 9명의 인천 선수들은 모두 피치 위에 쓰러졌다. 임중용 감독 대행도 코칭스태프와 얼싸안으며 그간 마음고생을 잠시나마 털어냈다.

경기에 앞서 안영민 장내 아나운서가 구단 자체 콘텐츠 'IUTV'에서 팬들의 응원 메시지를 읽으며 눈물로 격려했다. 유상철 명예 감독이 이날도 어김없이 현장을 찾았는데, 극적인 무승부로 화답한 셈이다.

임중용(왼쪽) 인천 감독 대행은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감격스러워 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경기를 마치고 임중용 감독 대행은 “정말 힘든 상황 속에서도 연패를 끊으려는 선수들의 강한 의지가 있었다. 또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한마음 한 뜻이 됐기 때문에 연패를 탈피했다고 생각한다. 기자회견장에서 좋은 말을 표현할 수 있게 해준 선수들에게 고맙다”고 밝혔다. 

임 감독 대행은 “선수들에게 늘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우리 팀은 약한 팀이 아니라고. 내가 선수 생활할 때도 그렇고, 지금 뛰고 있는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서로 의지해 하다보면 연패를 탈출할 수 있을 거라 믿는다고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인천은 거의 매 경기 페널티킥과 코너킥 등 세트피스 수비에서 불안한 면모를 보이며 실점했고, 연패에 빠지고 말았다. 이날도 코너킥에서 골을 내주고, 2명이 퇴장 당하는 악재와 싸워야 했다.

임 감독 대행은 “매 경기 페널티킥, 코너킥 실점을 하고 있다. 선수들에게 ‘어디까지 가나 끝까지 가보자’는 말을 많이 했다. 오늘도 힘들었지만 90분 동안 선수들이 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코칭스태프와 어떻게 하면 득점할까 고민했다”며 “서로 믿고 있었기 때문에 만들어진 결과다. 서로 간 신뢰가 깨졌다면 이런 결과가 오지 않았을 거라 생각한다”고 돌아봤다.

결승골의 주인공 지언학은 “이기는 것보다는 연패를 빨리 끊자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1라운드 로빈이 끝났다. 2라운드부터 다시 시작이다. 2라운드부터는 다시 준비 잘해 이기는 경기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최선”이라며 “이제 연패를 끊었으니 앞으로 남은 한 경기 한 경기가 중요하다. 더 간절하게 해 이제는 이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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