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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시청 김규봉 감독·장윤정 재심 요청, '악마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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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시청 김규봉 감독·장윤정 재심 요청, '악마를 보았다'?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0.07.15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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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고(故) 최숙현 선수에게 상습적인 가혹행위를 가해 결국 죽음까지 내몬 김규봉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팀 감독 등 가해 혐의자 3명이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해 보는 이들을 경악하게 한다. 최숙현 선수 가족은 담담하게 반응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최숙현 선수 아버지 최영희 씨는 김 감독과 선배 선수 장윤정, 김도환이 재심을 신청한 14일 “예상했던 일이다. 특히 감독과 장윤정은 전혀 반성의 기미가 없지 않은가”라며 “당연히 화가 나지만 차분하게 공정위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고 밝혔다.

최 씨는 딸과 함께 올해 2월부터 6월까지 경주시청, 경찰, 검찰, 대한체육회, 대한철인3종협회에 고통을 호소했지만 어디에서도 보호받지 못했다. 결국 최숙현 선수는 “그 사람들 죄를 밝혀줘”라는 메시지를 남긴 채 6월 26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최숙현 선수의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지면서 다시 한 번 한국 체육계 인권 문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고 최숙현 선수의 아버지 최영희(가운데) 씨는 가해 혐의자 3명이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하자 예상했다는 듯 담담하게 반응했다. [사진=연합뉴스]

최영희 씨는 “검찰과 경찰에서 ‘수사에 속도를 내겠다’고 했다. 이용 (미래통합당) 국회의원 등 많은 분이 도와주시고, 언론에서도 우리 (최)숙현이 이야기에 관심을 보여주신다”며 “가해 혐의자들이 두려워 정확하게 진술하지 못했던 동료들도 지금은 감독, 선배들에게 가혹행위를 당하거나 목격한 사실을 제대로 진술하고 있다”고 했다.

협회는 최숙현 선수가 세상을 등진지 열흘 만인 지난 6일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어 김규봉 감독과 가혹 행위의 핵심으로 지목된 선배 선수 장윤정을 영구제명하기로 했다. 남자 선배 김도환도 10년 자격 정지 처분을 받았다.

3명은 당시 공정위에서 폭언과 폭행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김규봉 감독은 ‘선수단 관리 소홀’ 부분만 인정했다.

체육회 산하 회원종목단체의 공정위에서 징계를 받은 선수나 지도자는 징계를 통보받은 지 7일 이내에 공정위에 재심을 요청할 수 있는데 세 사람 모두 재심을 요구했다. 김도환은 동료들의 증언이 이어지자 유족에게 공개 사과했지만, 10년 자격 정지는 과한 징계라고 판단하고 있는 걸로 전해진다.

상습적인 가혹행위를 일삼아 최숙현 선수를 죽음으로 내몬 가해 혐의자 3명이 재심을 청구했다. [사진=연합뉴스]

김규봉 감독의 폭언·폭행 증거는 유족이 그동안 언론에 공개한 녹취에 드러나 있다. 장윤정을 향한 증언도 쏟아지고 있다. 협회가 수집한 추가 피해자와 목격자 증언에도 장윤정의 폭언 및 폭행 사례가 담겼다.

장윤정과 함께 뛴 적 있는 전 경주시청 선수는 “선배 눈 밖에 나면 경주시청에서 정상적으로 선수 생활하기 어렵다. 기분을 건드리면 정말 난리가 난다. 일주일 넘게 시달리는 선수도 봤다”며 “마음에 안 드는 선수가 나오면 감독에게 가서 ‘알아서 하시라’ 말하기도 했다”고 폭로했다.

다른 선수도 “해당 선배는 어떤 계기도 없이, 갑자기 특정 선수를 미워하고 괴롭힌다. 경주시청은 그 선배와 감독이 모든 걸 주도하는 폐쇄적인 집단이라 그런 일이 가능했다”고 첨언했다.

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린 추가 피해자 기자회견에서 선수 2명은 “주장은 훈련할 때 실수하면 물병으로 머리를 때리고, 고소공포증이 있는 저를 옥상으로 끌고 가 뛰어내리라고 협박했다”, “몰래 방에 들어와 휴대전화 잠금을 풀고 모바일 메신저를 읽었다”고 증언했다.

김도환의 사과문. [사진=경주시체육회/연합뉴스]

최근 가해 혐의자 3명 사이에 균열이 생겨 재심에서 중징계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김도환은 최근 유족에게 사과했다. “김규봉 감독과 장윤정 선배가 최숙현 선수를 때리는 걸 봤다”고 고백했다. 공정위가 열릴 때만 해도 3명은 서로를 감쌌지만 이제 김도환도 김 감독과 장윤정의 가혹행위 목격자로 돌아섰다. 

검찰과 경찰이 ‘팀 닥터’로 불린 운동처방사 안주현 씨를 포함한 가해 혐의자들을 조사 중이다. 오는 22일 국회에서 청문회도 열린다.

아버지 최 씨는 “(최)숙현이가 그렇게 떠나고 사람 만나기를 꺼리던 아내도 ‘청문회에 가서 그 사람들 어떤 말을 하는지 보고 싶다’고 한다. 아직 아내 마음이 불안정한 터라 걱정된다”며 “법적으로도, 체육계 내규로도, 숙현이를 괴롭힌 이들이 제대로 처벌받아야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 정확한 판단을 내려주시리라 믿는다”고 힘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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