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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송창식 은퇴, 당신의 헌신을 기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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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송창식 은퇴, 당신의 헌신을 기억합니다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0.07.16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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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파란만장한 세월을 이겨내고 한화 이글스 팬들의 사랑을 받았던 송창식(35)이 떠난다. 팬들은 박수와 함께 헌신의 아이콘으로 마운드를 지키던 그를 시원섭섭한 마음으로 보내주고 있다.

한화 이글스는 15일 송창식의 은퇴를 발표했다. 프로 데뷔 후 17년 동안 입었던 한화의 유니폼을 벗게 됐다.

송창식은 한화 팬들에게 아픈 손가락과 같다. 13시즌 431경기에서 707⅓이닝 동안 43승 41패 51홀드 22세이브 평균자책점(ERA) 5.31을 기록하고 은퇴의 길을 걷게 됐다.

 

한화 이글스에서 17년 동안 머물던 송창식이 15일 은퇴를 선언했다. [사진=연합뉴스]

 

송창식의 선수 인생은 롤러코스터와 같았다. 청주 세광중과 세광고를 졸업하고 2004년 2차 1라운드로 한화에 입단한 그는 첫 시즌 140⅓이닝 8승 7패로 선발 투수로서 가능성을 보였다.

그러나 이후 팔꿈치에 이상이 생겨 팔꿈치 인대 접합(토미존) 수술을 받고 2005시즌을 통째로 걸렀다. 2007년까지도 사실상 제대로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그러던 중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했다. 1군 복귀를 노리며 훈련을 이어가던 그는 손가락 감각이 무뎌져 병원을 찾았는데, 폐쇄성 혈전혈관염, 버거씨병 진단을 받았다. 사지 말단이 괴사에 빠지거나 심하면 사지를 절단해야 할 수도 있는 불치병이었다. 야구선수에겐 은퇴 선고나 마찬가지였다.

2008년 4월 한화에서 스스로 임의 탈퇴 형식으로 은퇴해야 했다. 모교 세광고에서 코치로 후배들을 지도하던 송창식은 치료와 재활 끝에 기적적으로 감각을 회복했고 2010년 재입단 테스트를 거쳐 연봉 3000만 원에 친정팀에 복귀했다.

 

한화의 마당쇠로 맹활약한 송창식을 향해 한화 팬들은 아낌 없는 박수를 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후 송창식은 한화에 없어서는 안되는 마당쇠 역할을 자처했다. 보직을 가리지 않고 팀이 필요할 때는 마운드에 올랐다. 2011년 61이닝을 던졌던 송창식은 이듬해 74⅓이닝을 책임지며 4승 3패 12홀드 ERA 2.91, 71이닝 4승 6패 20세이브 ERA 3.42로 전성기를 보냈다.

김성근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던 2015,2016년엔 혹사 논란이 일만큼 고군분투했다. 2015년엔 109이닝, 다음해엔 97⅔이닝을 책임졌다. 13승 11패 23홀드, 불펜투수로 한화에 없어서는 안 되는 역할을 펼쳤다. 

특히 2016년 4월 두산전에선 1회 무너진 김용주에 이어 마운드에 올랐는데 곧바로 만루홈런을 맞았고 계속되는 실점에도 마운드를 지켰다. 많아지는 투구수에 시속은 120㎞대까지 크게 급갑했고 16점이나 내줬다. 좀처럼 아웃카운트를 잡아내지 못하던 상황에서 오재원이 스윙을 하지 않고 ‘고의 삼진’을 의심하는 장면으로 물러난 장면은 감동을 자아내기도 했다. 그만큼 송창식은 안쓰럽게 보였다. 5회까지 90구를 던진 뒤 힘겹게 마운드에서 물러날 수 있었다.

2017년에도 73⅓이닝을 소화했던 송창식은 지나치게 많은 이닝을 던진 탓인지 이후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 2년 동안 퓨처스리그에서도 좋은 투구를 보이지 못하고 1군에선 14이닝 소화에 그쳤다.

 

2015,2016시즌 혹사 논란에 시달릴 만큼 많은 투구를 했던 송창식은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고 결국 은퇴를 선언할 수밖에 없었다. [사진=연합뉴스]

 

올 시즌을 앞두고도 송창식은 교육리그와 마무리캠프, 스프링 캠프에 참가하며 반등을 노렸지만 현실을 냉정히 바라본 결과는 은퇴였다. 지난해 12월 백년가약을 맺었지만 안타깝게도 부활의 계기로 삼지는 못했다.

송창식은 “은퇴는 프로 선수라면 누구나 겪어야 하는 일이지만 마지막까지 멋진 모습을 보여드리고 은퇴를 하고 싶었는데 그렇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며 “많은 기회를 주셨지만 거기에 부응하지 못해 팀에게도 죄송한 마음이다. 무엇보다 팬 여러분께 그라운드에서 투구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떠나지 못하는 게 가장 아쉽다”고 말했다.

한화 또한 팬들과 같은 마음이다. 떠나는 프랜차이즈 스타에 대한 최선의 예우를 하겠다는 방침이다. 현재는 무관중 경기로 시즌이 운영되고 있지만 향후 관중 입장이 시작된다면 은퇴식을 열어 팬들과 마지막으로 인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이젠 가족의 품으로 돌아간다. “그 동안 가족과 오래 떨어져 생활했는데 우선 휴식기 동안 가족들과 함께 좋은 시간을 보내며 향후 계획에 대해 신중하게 생각해 보겠다”고 전했다. 아쉬운 이별을 맞았지만 팬들은 제2의 삶을 시작할 송창식을 향해 응원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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