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0-08-14 22:12 (금)
"뛰어난 선수보다 훌륭한 사람"… 강정훈의 유소년 지도 철학
상태바
"뛰어난 선수보다 훌륭한 사람"… 강정훈의 유소년 지도 철학
  • 임부근 명예기자
  • 승인 2020.07.21 06: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성적지상주의가 아닌 즐기는 축구
"축구계가 추구해야 할 방향"

[스포츠Q(큐) 임부근 명예기자] 강정훈 감독의 철학은 '뛰어난 선수보다 훌륭한 사람을 키워내는 것'이다. 엘리트 축구 팀으로서 성적에 대한 압박을 받고 있지만, 뿌리 깊게 내린 강정훈 감독의 신념 덕분에 지금까지 순항하고 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어려움을 겪고 있음에도 더 좋은 지도 방식을 찾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강정훈 감독이 지휘하고 있는 U-18 팀
강정훈 감독이 지휘하고 있는 U-18 팀

"내 마인드 자체가 강압적인 것과 거리가 멀다. 지도하는 아이들을 잘 키우고 싶다. 솔직히 말해 이 안에서 프로에 갈 좋은 선수가 몇 명 나오겠냐 이거다. 단, 그 한 명이 나오도록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중요한 건 선수와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외적인 요인이다. 그걸 대비해 공부를 시키고 있다. 내가 우리나라에 축구 클럽을 처음으로 시도한 사람이다. 은퇴하자마자 취미반부터 시작해 직접 가르쳤다. 아이들이 축구를 재밌게 느낄 수 있도록 지도했고, 그중 실력이 좋은 선수를 데리고 나간 첫 대회 팀명이 강정훈FC다."

공부하는 운동선수는 대한민국 체육계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바다. 지나친 성적 지상주의에서 벗어나 체육 자체를 즐기고, 혹여나 프로 선수로서 실패하더라도 제2의 인생을 준비하기 위함이다. 강정훈 감독은 12년 전부터 그 시스템을 도입했다. 시대를 앞서간 만큼 의심의 눈초리와 맞서 싸우기도 했다.

"운동과 공부를 병행하고 있다. 오후에 운동이 끝나면, 저녁에 운동하는 방식이다. 예전부터 지금까지 변함없다. 프로든 대학이든 꼭 좋은 팀으로 가야만 성공하는 게 아니다. 선수들과 학부모들에게 이 생각을 갖도록 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지금은 옛날보다 더 하다. 무조건 1살이라도 어린 나이에 프로에 가려고 한다. 공부를 하는 건 선수가 되지 못할 때를 대비하기 위함이다. 실력이 좋은 선수는 알아서 선택받는다. 그렇지 못한 아이들은 공부를 병행하며 자격증 같은 것을 따고, 다른 분야에서 발전해야 한다. 우리나라 시스템은 아직 그런 부분에 있어 부족하다."

 

강정훈 감독은 성적보다 선수들이 축구를 재밌게 즐기도록 지도하고 있다. 거액의 돈이 부담스러운 학생들을 위해 장학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고, 기본적인 회비 외에 부가적인 돈은 전혀 받지 않는다. '사람 좋은' 강정훈은 어떤 이유에서라도 축구를 즐길 수 없는 상황에 놓인 선수를 외면하지 않는다. 성적의 압박과 주변의 우려도 있었지만 결국 강정훈 감독의 진심은 빛을 보기 시작했다.

"솔직히 돈이 중요하다. 돈을 벌기 위해 축구 클럽을 운영 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아이들만 보면 챙겨주고 싶다. 8~9년 차 정도 됐을 땐 주위에서 '너도 다른 사람처럼 똑같이 해라'는 조언을 들었다. 지금 하는 일이 인정도 못 받는데, 성적이라도 내라는 말이었다. 나도 돈을 쫓아갈까 했다. 정말 혼란스러웠다. 그런데 지금은 많은 분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덕분에 선수들에게 받는 회비를 더 내리려고 하고 있다. 돈의 유혹이 있었지만,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건 단장님 등 많은 분의 도움이 있기에 가능했다. 너무 감사할 따름이다. 주변에 적이 많았지만 망하지 않은 이유는 돈이 아니라 사람을 봤기 때문이다."

강정훈 감독이 이런 지도 철학을 갖게 된 계기는 최윤겸 전 대전 감독(2003~2007)의 큰 영향을 받았다. 강정훈 감독은 1998년 대전에 입단한 뒤 주 포지션인 미드필더 대신 최전방 공격수, 측면 공격수, 윙백 등 다양한 포지션에서 뛰었다. 프로에서 뛰는 것 자체가 기쁨이었지만, 축구 자체가 주는 기쁨을 느끼지 못했다. 2003년 최윤겸 감독이 부임한 뒤 강정훈 감독이 축구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입단 초 최전방 공격수를 봤다. 그땐 감히 거부할 수도 없었다. 뛰는 게 감사한 신인 선수였다. 묵묵히 뛰었지만 혼자 상처를 많이 받았다. 그런 걸 어디에 하소연할 성격도 아니다. 미드필더로 뛸 수 있게 됐을 땐 발목 부상을 당해 시즌을 날렸다. 그러다가 최윤겸 감독님이 오시고 나서 축구가 정말 즐거웠다. 돈이나 우승이 중요한 게 아니라, 축구 자체가 너무 재밌었다. 다른 팀에서 거액의 오퍼가 왔지만 가지 않았다. 감독님도 마찬가지였다. 내 인생 중 최고의 순간이었다. 그때부터 지도자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선수일 때부터 부지를 알아보고 다닐 정도였다. 남들과 다른 생각을 갖기 시작했던 것도 그 시기였다."

 

가끔은 현실적인 압박이 올 때가 있다. 대한축구협회도 변화를 시도했지만, 앞으로 1~2년 동안은 대학 진학과 프로 진출을 위해 성적이 중요하다.

"우리나라도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이전에는 아이들과 부모님들 설득했다. 나와 어렸을 때부터 함께 한 선수들은 성적을 떠나 '즐겁게 축구를 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 외지에서 온 선수들은 그 부분에 적응하는 것이 어려웠다. 성적에 대한 압박은 경기장에서 조급함과 실책으로 이어진다. 모든 원인이 성적에 대한 압박과 스트레스다. 훈련 때 정말 잘하는 선수가 외부 환경이 겹치면 망가진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도 예전과 한결같은 생각이다. 축구를 즐기는 게 먼저다."

강정훈 감독은 국가대표를 배출하는 것보단 '훌륭한 사람'을 키워내는 것이 목표고, 그것에 보람을 느끼고 있다. 많은 선수가 그 기대에 보답하는 건 아니지만, 한 명이라도 그렇게 자라준다면 더 바랄 게 없다. 그것이 강정훈 감독의 또 다른 지도 철학이다.

"선수들이 나중에 되돌아봤을 때, '감독님이 좋은 사람이었구나'라고 느끼면 좋을 것 같다. 좋은 선수가 되든 아니든, 졸업한 뒤에 찾아와 그렇게 말해주면 큰 보람을 느낀다. 얼마 전에도 졸업한 선수 두 명이 ‘스승의 날’에 찾아와 꽃다발을 선물했다. 정말 뭉클했다."

강정훈 감독은 마지막으로 국내 축구계가 추구해야할 방향에 대해 목소리를 냈다.

"좋은 방향으로 많이 변하고 있다. 하지만 바뀌어야 할 부분이 더 많다. 각 팀 감독들과 관계자 모두 더 잘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실력으로 지는 건 아무 상관이 없다. 하지만 아이들의 꿈이 외적인 이유로 좌절되어선 안 된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