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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GA 강성훈 '뭉클' 사연, 아들 구한 병원에 1년만에 감사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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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GA 강성훈 '뭉클' 사연, 아들 구한 병원에 1년만에 감사 편지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0.07.21 11: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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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활약하고 있는 강성훈(33·CJ대한통운)이 위중했던 아들을 치료해준 의료진에 1년 만에 편지로 감사 인사를 전했다. 사뭇 감동을 자아내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20일(한국시간) 강성훈은 PGA 투어를 통해 1년 전 메모리얼 토너먼트 직후 사고로 위급했던 아들이 건강하게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헌신을 다해 치료해준 네이션와이드 아동병원 관계자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강성훈은 “1년 전 우리 가족에게 매우 힘겨운 일이 있었다. 하지만 이를 이겨내는 과정에서 우리는 네이션와이드 어린이병원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고, 이를 통해 소중하고 의미 있는 경험을 했다. 아마 그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지금 이 글을 쓸 수 없었을 지도 모른다”며 사고 당시를 회상했다.

강성훈(오른쪽)이 아들 강건(가운데) 군을 치료해준 네이션와이드 아동병원 관계자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사진=PGA 제공]

강성훈은 지난해 5월 말 메모리얼 토너먼트에 참가했다가 컷 탈락했고, 직후 이어질 US오픈 예선을 준비했다. 경기장에 도착한 뒤 대회에 동행했던 당시 한 살배기 아들 강건(2) 군이 침대에서 떨어져 다쳤다는 소식을 접했다. 

처음에는 크게 다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아내로부터 응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이송중이라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 그는 바로 US오픈 예선에 기권하고 병원으로 향했다. 검사 결과 침대에서 떨어지면서 뇌진탕이 발생했고, 측두골에 금이 가 뇌척수액이 흘러나오고 있다는 비보와 마주했다.

다행히 메모리얼 대회 후원 병원인 네이션와이드 병원에서 발 빠르게 응급조치를 취했고, 입원 8일 만에 뇌척수액 유출이 멈추면서 수술을 피할 수 있었다. 자칫 강성훈에게 트라우마로 남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병원 측의 헌신적인 치료 덕에 강건 군은 서서히 건강을 회복할 수 있었다.

강성훈은 “네이션와이드 병원의 헌신적 도움이 없었다면, 지난해 AT&T 바이런 넬슨 챔피언십에서 데뷔 이래 첫 우승을 따낸 뒤 선수 생활을 지속하지 못했을 지도 모른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낙상 사고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는 강성훈의 아들 강건 군. [사진=강성훈 제공]
병원에서 치료를 마치고 퇴원하는 아들, 아내와 함께 찍은 사진. [사진=강성훈 제공]

퇴원 후 아들을 데리고 자택이 있는 텍사스주 댈러스로 돌아가는 과정도 쉽지 않았다. 기압 때문에 비행기를 탈 수 없었고, 병원이 자리한 오하이오주 콜럼버스에서 댈러스까지 1675㎞를 차량으로 15시간 동안 운전해야 했다. 혹시 모를 비상 상황에 대비해 3일에 걸쳐 아동병원이 있는 지역을 경유하며 귀가했다.

강성훈은 “아이와 우리 가족이 겪은 일은 정말 심각한 사고였지만 우리가 머물던 호텔 근처에 미국에서 가장 좋은 병원으로 손꼽히는 어린이병원이 있었다는 점은 정말 다행이었다. 네이션와이드 어린이병원 의료진은 정말 친절했고 믿음직스러웠다. 그들은 정성을 다해 치료를 해줬다”며 고마워했다.

이어 “우리는 건이가 사고로부터 완전히 회복했다는 것에 감사하며, 이제부터 행복한 또래의 삶을 살 수 있게 된 것에도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리고 아이의 치료에 진심으로 힘써준 네이션와이드 어린이병원에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 앞으로 한동안 메모리얼 토너먼트 주간이 되면 이날의 일과 의료진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떠오를 것 같다”고 덧붙였다.

병원에서 제공한 간이 침대에 앉아 있는 강건 군. [사진=강성훈 제공]

다음은 강성훈 편지 원문

1년 전, 우리 가족에게 매우 힘겨운 일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를 이겨내는 과정에서 우리는 네이션와이드 어린이병원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고, 이를 통해 소중하고 의미 있는 경험을 했습니다. 아마 그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전 지금 이 글을 쓸 수 없었을 지도 모릅니다.

작년 5월말 즈음, 저는 오하이오주에서 열리는 메모리얼 토너먼트에 참가하고 있었습니다. 그 대회가 끝나고 바로 이어 2일 동안 US 오픈 예선이 근처 사이오토 컨트리 클럽과 브룩사이드 골프장에서 열렸습니다. 메모리얼 토너먼트에서 컷 탈락을 해서, 이곳에 계속 머무르면서 몇 일 후 있을 US오픈 예선전을 준비하기로 했습니다. 

월요일 아침, 아내는 저를 시합장에 데려다 줬고, 아들 건이는 장모님과 함께 호텔에 있었습니다. 아내가 호텔로 돌아가고 얼마 있지 않아 전화가 걸려왔고, 아내는 저에게 아들 건이가 침대에서 떨어져 다쳤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처음에는 큰 사고는 아닐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는데, 잠시 후 아내가 응급차를 타고 병원을 가고 있다는 말을 듣고, 그 즉시 US오픈 예선전에서 기권을 하고, 근처의 네이션와이드 어린이병원으로 달려갔습니다. 의사는 아들 건이가 떨어지면서 머리를 부딪치며 충격을 받았고, 그로 인해 뇌진탕이 발생했고, 측두골에 금이 가서 뇌척수액이 흘러나오고 있다고 했습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상황은 훨씬 심각했습니다. 침대에서 떨어질 때 생각보다 강한 충격을 받은 듯 했습니다.

바로 아이를 입원시켰고, 아내와 저는 병원에 도착한 이후로 이틀간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잠을 잘 수도 없었고, 밥이 넘어가지도 않았습니다. 아이의 심박수가 갑자기 너무 높아지기도 낮아지기도 하면서 변했기 때문에 계속 모니터에서 눈을 땔 수가 없었습니다. 우리 부부는 건이가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고, 아이를 위해 아무것도 해줄 수가 없다는 현실에 너무 미안했습니다.

더욱 힘들었던 사실은 당시 뇌척수액이 잘 멈추지 않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담당 의사는 우리에게 결국 수술을 해야 할 것 같다고 했고, 우리는 수술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입원 8일 후, 수술을 앞둔 시점에 기적적으로 뇌척수액의 유출이 멈췄습니다. 그리고는 얼마 되지 않아 아이는 정상적인 상태로 돌아왔고, 며칠이 지나 의사 선생님은 아이가 퇴원을 해도 된다고 했습니다. 드디어 집에 갈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제 남은 문제는 집으로 안정하게 이동하는 것이었습니다. 비행기를 타게 되면 머리에 압력이 가해질 수 있어 다시 뇌척수액이 흐를 수도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오하이오에서 택사스의 댈러스까지 차를 타고 가기로 했습니다. 콜럼버스에서 댈러스까지는 차로 꼬박 15시간을 운전해야 하는 거리입니다. 아이의 안전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해서 한 번에 집까지 갈 수는 없었고, 혹시 모를 비상 상황에 대비해, 중간 중간 어린이 병원이 있는 지역을 경유하는 코스를 찾아 천천히 집으로 향했습니다. 집으로 가는 동안, 우리가 집에 무사히 도착한다면 그 이후로는 모든 것이 괜찮아 질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습니다. 비록 집까지 가는데 3일이 걸렸지만, 텍사스까지 아무 문제없이 안전하게 올 수 있었고, 그것만으로 감사하게 생각했습니다.

물론 아이와 우리 가족이 겪은 일은 정말 심각한 사고였지만, 우리가 머물던 호텔 근처에 미국에서 가장 좋은 병원으로 손꼽히는 어린이병원이 있었다는 점은 정말 다행이었습니다. 네이션와이드 어린이병원 의료진은 정말 친절했고 믿음직스러웠습니다. 그들은 정성을 다해 치료를 해줬습니다. 아내와 아이가 처음 병원에 도착했을 때 모두가 주의 깊게 아이의 상태를 살펴줬고, 여러 의사선생님들이 건이 방에 와서 상태를 살펴주셨습니다. 너무 무서운 상황이었지만, 아내가 진정할 수 있도록 옆에서 도와줬고, 그리고 제가 병원에 도착한 뒤에도 친절하고 사려 깊게 모든 과정을 진행해줬습니다. 이 모든 순간들은 사실 그리 떠올리고 싶은 기억들은 아닙니다. 하지만 아이의 입원부터 퇴원까지 우리 가족이 경험한 의료진의 친철과 배려는 항상 감사하고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벌써 그 일이 있고 난 뒤 1년이 됐습니다. 사고 당시 충격으로 신경 쪽에 이상이 생긴 탓에 건이의 왼쪽 청각 능력이 조금 떨어지긴 했지만, 그것 외에는 잘 회복해서 건강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아직도 그 날의 기억이 가끔 떠오르면서, 불안한 마음에 아이의 상태를 자주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지만, 아이는 또래 남자 아이들처럼 아무 곳이나 올라가고 이곳저곳을 뛰면서 활발하게 잘 뛰어 놉니다. 그리고 그날의 대한 기억은 아이에게는 없는 듯합니다. 살면서 많은 일을 겪지만, 전 아직도 건이의 사고를 생각하면 걱정이 앞섭니다. 아이가 자라다 보면 더 많은 사건 사고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에 아직도 자주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아이의 상태를 확인하곤 합니다. 그리고 우리 부부는 그 이후 항상 아이를 잘 살피게 됐습니다. 우리는 건이가 사고로부터 완전히 회복했다는 것에 감사하며, 이제부터 행복한 또래의 삶을 살 수 있게 된 것에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아이의 치료에 진심으로 힘써준 네이션와이드 어린이 병원에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한동안 메모리얼 토너먼트 주간이 되면 이날의 일과 의료진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떠오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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