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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숙현 선수 사건 청문회, 정작 가해자는 불참? [SQ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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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숙현 선수 사건 청문회, 정작 가해자는 불참? [SQ이슈]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0.07.21 18: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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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팀 내 가혹행위에 못 이겨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故) 최숙현 선수 사망 사건 관련 청문회가 22일 국회에서 열린다. 고인의 어머니가 용기를 내 청문회에 참석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반면 가해자들은 청문회를 회피하려 해 또다시 지탄받고 있다.

허망하게 딸을 떠나보낸 최숙현 선수 아버지 최영희 씨와 아내 류 씨는 22일 국회에서 열리는 ‘철인3종경기 선수 가혹행위 및 체육 분야 인권침해에 대한 청문회’에 참고인 신분으로 참석한다.

21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최 씨는 “딸이 세상을 떠난 뒤 사람 만나는 것도 힘들어하던 아내가 청문회에 참석하겠다고 한다”며 “아내가 심리치료사도 만나지 못할 만큼 힘들어한다. 그래도 가혹행위를 한 그 사람들이 어떤 말을 하는지 직접 보고자 청문회에 참석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규봉(왼쪽) 감독과 장윤정(가운데),등 핵심 가해 혐의자들이 22일 청문회에 출석할지 시선이 집중된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최숙현 선수를 폭행, 폭언하고 금품을 갈취한 혐의를 받는 가해 혐의자 김규봉 경주시청 감독, 안주현 운동처방사, 선배 선수 장윤정 등은 청문회에 불참하겠다는 의사를 전하거나,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연락을 피하고 있다. 이에 문체위는 21일 가해 혐의자 3명에 대해 동행명령장을 발부했다.

뒤늦게 폭행 혐의를 인정한 남자선수 김도환은 청문회에 참석할 예정이다.

문체위는 21일 전체회의를 열고 청문회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한 김규봉 감독과 안주현 처방사, 연락 두절 상태인 장윤정 등 가해자 3명에 대해 ‘22일 오후 5시까지 회의장 출석’을 요구하며 동행명령장을 발부하기로 의결했다.

더불어 광주체육회 감독, 경기체고 코치, 동료 선수, 그리고 안 씨가 근무했던 경북 경산의 내과의원 원장 등 4명도 동행명령 대상에 포함했다.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국회증언감정법)은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하지 아니한 증인, 고의로 출석요구서 수령을 회피한 증인, 보고 또는 서류 제출 요구를 거절한 자, 선서 또는 증언이나 감정을 거부한 증인이나 감정인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상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했다.

문체위는 이들이 요구에 불응할 경우 법적 조치를 검토할 방침이다.

김규봉 감독은 21일 영장실질심사에 응했다. [사진=연합뉴스]

그럼에도 가해 혐의자 3명의 청문회 출석을 확신할 수는 없다. 김규봉 감독, 안주현 처방사, 장윤정 등이 빠진 청문회는 의미가 축소된다. 문체위가 증인 및 참고인으로 신청한 42명(증인 31명, 참고인 11명) 중 불참 의사를 전하거나 연락을 받지 않는 이들은 총 13명이다.

특히 안 처방사는 ‘우울증 등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린다’는 진단서 제출해 논란을 일으킬 여지가 다분하다. 안 처방사의 신분 파악이 가능한 참고인 역시 ‘경영난으로 병원 진료를 휴진하기 어렵다’고 했다.

참고인으로 채택된 대한체육회 클린스포츠센터, 인권센터 조사관들도 스트레스, 위 역류 현상, 정서적수면장애 등을 이유로 불참을 통보했다.

고 최숙현 선수와 유족들은 가혹행위에 시달린 사실을 지난 2월부터 6월에 걸쳐 경주시청, 경찰, 검찰, 대한체육회, 대한철인3종협회 등에 알렸으나 아무런 보호도 받지 못했다. 그리고 6월 26일 최 선수가 세상을 떠난 뒤 사연이 세상에 알려졌다.

김규봉 감독은 21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았고, 영장 발부 여부가 이날 늦은 오후 결정될 전망이다. 그는 대구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참석하면서 “피해자와 그 가족에게 할 말이 없느냐”, “혐의를 인정하느냐” 등 쏟아진 취재진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운동처방사 안주현 씨에 대해선 지난 13일 이미 “도망할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검찰은 20일 경주시체육회를 압수 수색했다. [사진=연합뉴스]

한편 문화연대 대안체육회, 스포츠인권연구소, 인권과스포츠 등 41개 시민단체는 20일 ‘철인3종 선수 사망사건 진상조사 및 책임자 처벌, 스포츠 구조개혁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출범식을 열고 “고 최숙현 선수 사건 진상 조사 과정과 결과를 우리가 함께 감시하겠다”고 목소리를 냈다.

검찰은 경주시청팀을 관리하는 경북 경주시체육회 압수 수색에 나섰다. 대구지검은 20일 경주 시민운동장에 자리한 경주시체육회 사무실을 압수 수색, 시체육회와 직장운동경기부 운영 관련 서류, 컴퓨터 파일 등 7상자 분량 압수물을 확보했다. 검찰은 최숙현 선수 사망 사건과 관련해 특별수사팀을 구성해 조사에 한창이다.

경북체육회 여자컬링팀 ‘팀킴’도 이날 미래통합당 김예지 의원이 주최한 기자회견에서 이른바 ‘팀킴 사태’와 최 선수 사망 사건은 닮은 부분이 많다며 특별감사 이후에도 제대로 된 후속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음을 토로했다. 

최숙현 선수 사망 사건이 전 국민적 관심을 받고 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를 반복했던 체육계가 그동안 만연했던 (성)폭력 실태를 바로 진단하고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개혁의 목소리가 들끓는다. 지금껏 혐의를 부인했던 김규봉 감독과 안주현 처방사, 장윤정 등 가해 혐의자가 청문회에서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시선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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