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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이 된 기성용과 이청용, 그리고 구자철 [SQ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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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이 된 기성용과 이청용, 그리고 구자철 [SQ초점]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0.07.23 11: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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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얼른 한국으로 와라 같이 뛰게” (기성용→구자철)

“같은 팀은 아니지만 상대로 만나면 기분이 묘할 것 같다.” (이청용→기성용)

기성용(31·FC서울)이 화려한 귀환을 알렸다. 기성용과 서울 그리고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에서 오래 한솥밥을 먹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 진출해 타지 생활을 함께한 절친 이청용(32·울산 현대)도 두 손 들어 환영했다.

축구 팬들은 오는 8월 30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릴 울산과 서울의 2020 하나원큐 K리그1(프로축구 1부) 맞대결을 벌써부터 ‘쌍용더비’라 명명하며 큰 기대감을 표출하고 있다.

기성용도 22일 입단 기자회견에서 이청용과 벌일 맞대결에 고무된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또 다른 절친 구자철(31·알 가라파SC)의 K리그 복귀 가능성을 시사해 시선을 집중시켰다.

기성용이 K리그에 복귀하면서 큰 기대감이 조성된다. [사진=스포츠Q DB]

기성용은 “어제도 (이)청용이와 대화했다. 지금 상황에선 같은 팀에서 뛸 수 없다는 게 안타깝다. 어렸을 때부터 항상 같이 생활하면서, 같이 좋은 추억 남기고 마무리를 함께 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며 “서로 (다른 팀이 된 데) 아쉽게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아직 몸 상태가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울산전에) 당연히 출전하고 싶다. 영국에서도 서로 맞대결한 적이 있다. 특별한 경기가 될 거라 생각한다. (이청용은) 존경하고 좋아하는 친구고, K리그에서 좋은 모습 보여주며 팀에서 핵심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만나게 되면 기분이 묘할 것 같다. 피치 안에서 서로 최대한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게 팬들을 위한 길”이라는 말로 쌍용더비에 대한 설렘을 나타냈다.

이청용은 2004년 서울에서 프로생활을 시작했고, 기성용은 2006년 입단했다. 2005년 데뷔한 박주영(서울)까지 세 사람은 서울의 전성기를 이끈 트로이카로 꼽힌다. 이후 이청용은 2009년 8월 볼튼(잉글랜드)으로 이적했고, 기성용도 같은 해 12월 셀틱(스코틀랜드) 유니폼을 입으며 유럽 무대에 도전했다.

기성용과 이청용은 2010 국제축구연맹(FIFA) 남아공 월드컵에서 첫 원정 16강 쾌거의 주역으로 활약했다. 이청용이 지난 2018년 여름 독일 분데스리가2(2부) 보훔으로 떠나기 전까지 두 사람은 근 10년 가까이 EPL 내 코리안리거로 세계 축구 중심에서 한국을 알렸다.

유럽 진출 전 FC서울, 그리고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에서 오래 한솥밥을 먹었던 기성용(오른쪽)과 이청용.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줄곧 언젠가는 자신의 뿌리인 K리그로 돌아오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던 두 사람은 지난겨울 동시에 K리그로 복귀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기성용은 서울, 전북 현대와 합의점에 도달하지 못했고, 이청용 역시 친정팀 서울이 아닌 울산의 구애에 응답하며 울산 품에 안겼다.

우여곡절 끝에 스페인을 거쳐 서울에 돌아온 기성용이 이청용과 적으로 만나게 된 상황에 묘한 감정을 드러낸 셈이다. 그는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나중에 한 팀에서 만나게 된다면 기분 좋은 일이 될 것 같다”고도 덧붙였다.

기성용은 스페인 진출 이후 K리그를 자주 챙겨봤다고 했다. “전북과 울산은 워낙 좋은 선수들이 많아 한 단계 다른 차원의 플레이를 하고 있다. 특히 (이)청용이가 뛰고 있는 울산 경기를 보면서 선수들이 경기를 즐기고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면서 올 시즌 현재 선두를 달리고 있는 울산을 치켜세웠다.

더불어 “서울 경기도 많이 봤는데, 자신감이 결여돼 소극적인 게 눈에 보였다. 서울도 다시 올라갈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는 말로 다시 힘을 보태게 된 소속팀의 반등에 대한 자신감도 은연중에 내비쳤다.

이청용 역시 기성용의 K리그 복귀를 축하하며 맞대결에서 좋은 경기를 펼치겠다고 다짐했다. [사진=울산 현대 제공 영상 캡처]

이청용은 울산 구단을 통해 “(기)성용이가 K리그로 돌아와 기쁘고 반갑다. 그 과정을 옆에서 듣고 지켜봤기 때문에 얼마나 기대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다. 부상 잘 나아서 하루 빨리 팬들에게 좋은 모습 보여줬으면 좋겠고, 경기장에서 만날 수 있기를 기다리겠다”며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기성용은) 경험이 워낙 많은 선수라 특별히 조언할 게 없다”면서 “(서울전이) 굉장히 기다려진다. 같은 팀은 아니지만 상대로 만나면 기분이 묘할 것 같고 즐거울 것 같다. 수준 높은 선수들이 뛰면 경기 질도 높아질 거라 생각한다. 팀 맞대결이지만 어떻게 보면 서로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이기도 해 승리를 위해 각자 열심히 하다보면 팬들도 즐겁게 보시지 않을까”라며 기성용과 K리그에서 벌일 맞대결을 고대했다.

기성용은 서울 입단을 마음먹은 뒤 인스타그램에서 댓글로 구자철의 K리그 복귀를 종용하기도 했다. 그가 “얼른 한국으로 와라 같이 뛰게~~”라고 하자 구자철이 “기다려 한국!!”이라며 태극기 이모티콘을 사용했고, 팬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이에 대해 묻자 그는 “(이)청용이, (구)자철이와 미래와 마무리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그동안 받았던 것들을 어떻게 베풀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세 사람이 선수 생활 마무리를 고민해왔다는 사실은 구자철의 유튜브 채널 ‘구자철 Official’을 통해 몇 차례 세상에 알려지기도 했다.

역시 대표팀에서 중심축을 맡았던 구자철(오른쪽)과 기성용.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기성용은 “자철이는 한국축구, K리그를 사랑하고 위하는 친구고, 나름대로 계획을 갖고 있을 것이다. (현 소속팀과) 계약이 끝난다면 자철이도 결정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내가 굳이 이야기하지 않아도 한국에서 해야 할 일이 있다고 생각하는 걸로 알고 있다. 자철이 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그런 고민을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구자철 역시 2007년 제주 유나이티드에서 프로에 입문해 2010년까지 K리그에서 성장한 뒤 분데스리가에 진출했다. 2010시즌 K리그 도움왕을 차지한 바 있다.

구자철과 기성용은 2012 런던 올림픽에서 한국 축구 사상 첫 올림픽 동메달 역사를 함께 썼다. 이청용까지 세 사람은 2014 브라질 월드컵에 함께 출전하고,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준우승을 이끌었다. 이청용은 2018 러시아 월드컵에 나서지 못했지만 세 사람은 2019 아시안컵에서 다시 의기투합, 리더 역할을 수행했다. 아시안컵을 마지막으로 기성용과 구자철은 태극마크를 반납했고, 이청용은 현재까지도 대표팀에서 맏형 노릇을 하고 있다.

2010년대 한국 축구 중심을 잡아줬던 3인방이 어느덧 선수 생활의 끝을 고민하는 시기에 이르렀다. 기성용과 이청용, 구자철 세 사람은 스스로 납득할만한 수준의 기량을 보여줄 수 있을 때 국내 팬들 곁으로 돌아오고 싶다는 바람을 갖고 있었다. 이청용과 기성용이 올 시즌 K리그에 불러일으킬 파급력에 벌써부터 큰 관심이 쏟아진다. 더불어 구자철이 언제쯤 K리그로 돌아올지 역시 시선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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