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9 17:11 (금)
[SQ스페셜] 리틀야구 전·현 대표팀 '양박' 감독 진솔토크, 월드시리즈 2연패 비법은?
상태바
[SQ스페셜] 리틀야구 전·현 대표팀 '양박' 감독 진솔토크, 월드시리즈 2연패 비법은?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5.05.14 10: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9년만에 우승 이끈 박종욱-새 도전 박종호 감독 '특별대담'..."대만? 우리라고 가만히 있나요"

[300자 Tip!] 2006년 3월 16일. 한국 야구대표팀은 초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강전에서 일본을 2-1로 꺾고 LA 에인절스 스타디움 마운드에 태극기를 꽂았다. 그로부터 7년 5개월 후인 2014년 8월 25일. 이번에는 태극 야구소년들이 ‘리틀야구 성지’인 펜실베이니아주 윌리엄스포트 라마데 스타디움에서 같은 세리머니를 펼쳤다. 12세 이하 한국 대표팀이 29년 만에 리틀야구 월드시리즈(LLWS) 정상에 오른 것. 대만, 일본, 푸에르토리코, 멕시코 등 야구 좀 한다 하는 국가들을 줄줄이 물리친 그날의 영광 재현을 위해 새로운 2015년 한국대표팀이 힘찬 도전에 나선다. 이번에 코리아를 대표하는 팀은 박종호(56) 일산 서구 감독이 이끄는 동서울대표팀이다. 박 감독이 박 감독을 만났다. 지난해 뛰어난 지략으로 우승을 이끌어 일약 스타덤에 오른 박종욱(38) 서울 동대문구 감독은 아낌없이 노하우를 전수했다.

[장충=스포츠Q 글 민기홍·사진 최대성 기자] 동서울대표팀은 지난달 20일 서울 장충구장에서 막을 내린 제69회 LLWS 아시아-퍼시픽 예선 참가 국가대표팀 선발전에서 남부대표팀을 11-3, 서서울대표팀을 12-7, 중부대표팀을 2-1로 물리치고 3전 전승으로 '태극' 대표팀이 됐다.

▲ 지난해 월드시리즈 우승을 맛본 박종욱 감독(왼쪽)과 2연패를 향한 여정을 시작할 박종호 감독이 굳게 손을 맞잡았다.

지난해 서울, 경기, 남부대표팀 등 3개 팀이 경쟁을 벌여 서울대표팀이 한국대표팀으로 뽑혔지만 올해는 4개 팀이 자웅을 겨뤘다. 세계리틀야구연맹은 서울권에 팀이 몰린 것을 고려해 그룹 재편성을 지시했다. 충청권과 호남권이 묶여 중부대표팀, 영남권이 남부대표팀, 수도권은 위치에 따라 동서울대표팀과 서서울대표팀으로 각각 나뉘었다.

당초 서서울대표팀이 무난히 우승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 가운데 박종호 감독이 지휘한 동서울대표팀이 이변을 연출하며 한국을 대표하는 영광을 안았다. 한국리틀야구연맹은 전국 각지의 우수한 선수들을 모아 국가대표팀을 구성하는 방식이 아니라 4개 권역 대표팀들 중에서 가장 잘 하는 팀을 선발전으로 가려 국가대표팀 자격을 부여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동서울대표팀은 오는 7월 중국 구이린에서 열리는 아시아-퍼시픽 예선에 한국 대표로 출전한다.

그간 리틀야구 지도자들 사이에서는 두 가지 목소리가 공존했다. 2연패에 대한 부담으로 이번 국가대표팀 감독직은 ‘독이 든 성배’라는 말이 나왔다. 1차 관문인 아시아-퍼시픽 예선쯤은 당연히 통과할 것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형성됐으니 그럴 법도 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전국민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을 보며 ‘한번쯤은 맡아봐야 하는 자리’라는 마음들도 생겼다.

국내대회에서 일산 서구를 신흥강호로 올려놓으며 동서울대표팀을 맡게 된 박종호 감독은 갑작스레 찾아온 기회에 대해 "부담스러운 자리다. 잠도 잘 안 오더라"고 말문을 열면서도 "목표는 당연히 월드시리즈 2연패다. 해낼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컴퓨터만큼 정밀했던 투구수 관리, 상대 내야진을 흔드는 정신없는 주루플레이로 미국 스포츠전문매체 ESPN의 극찬을 받았던 박종욱 감독은 서울 방배초등학교 재학 시절 박종호 감독으로부터 지도를 받았던 제자다. 그는 지난해 우승 도전의 경험담을 옛 스승에게 전하면서 "대만을 넘어 미국 본토로 가면 2연패가 가능하다"고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 험난한 출발 공통점, 대만부터 잡아라

- 축하드린다. 한국을 대표하게 됐다.

박종호(이하 호) : 감사하다. 어떤 감독이 와도 부담스러울 자리다. 선발전에서 우승하고 나니 내가 큰일을 저질렀구나 싶더라. 사흘간 잠도 잘 안 왔다.

박종욱(이하 욱) : 축하드린다. 이제 시작이다. 아마 대만이 벼르고 들어올 것이다.

- 서서울 대표팀이 국가대표팀이 될 것이라 보는 이들이 많았다. 객관적 전력을 뒤집었는데.

: 그렇다. 지난 2월 한미 친선교류전이 열렸다. 그 대표팀에 선발된 선수가 서서울에는 10명이나 있었다. 동서울에는 3명뿐이었다. 그렇게 쉽게 이길 줄 몰랐다.

: 작년에 우리(서울대표팀)도 경기대표팀에 지고 겨우 국가대표팀이 됐다. 야구는 모른다.

: 방망이를 짧게 잡고 집중력 가지라고 주문한 것이 주효했다. 서서울이 1회에 에러를 범하며 스스로 무너졌다. 초반에 밀리니 더 긴장하더라.

지난해 한국 대표팀은 아시아-퍼시픽 지역 예선부터 월드시리즈까지 11전 전승으로 우승했다. 2013년 챔피언 일본과는 두 차례 붙어 모두 이겼다. 언뜻 손쉬운 우승을 한 것 같아 보이지만 초반 여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국가대표팀 선발전에서 서울대표팀은 경기대표팀에 1-2로 패한 것. 자력 진출은 불가능했다. 남부대표팀을 12-2로 누른 서울대표팀은 남부대표팀이 경기대표팀을 8-6으로 잡아줌에 따라 국가대표팀 자격을 얻을 수 있었다.

- 제자의 선전을 보고 어떤 느낌이 들었나.

: 감탄밖에 안 나왔다. 특히 황재영이 홈런을 때려낼 땐 소름이 돋았다. 어찌나들 잘하던지.

- 12세 대회는 리틀야구 저변이 탄탄한 일본이 자동으로 본선 진출권을 얻는다. 결국 대만과 싸움이다. 

: 대만의 경우 내가 올라올 것이라 예상했던 팀이 무너졌다. 그쪽도 우리가 아닌 서서울이 올라올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을까 싶다. 덩치들이 장난이 아니던데.

: 재작년에는 코치로, 작년에는 감독으로 나서 대만과 맞붙었다. 느낀 것이 있다. 대만에는 대단한 거물급 피처가 한 명씩 꼭 있다는 것이다. 올해도 그럴 것이다.

: 맞다. 경기를 지켜봤는데 아주 좋은 투수가 한 친구 있더라. 공략이 쉽지 않을 거다. 그래도 못 칠 것은 없다고 본다. 할 수 있다.

: 우리 선수들이 경기를 거듭하면서 실력이 는다. 기죽을 필요가 없다. 대만의 특징이 하나 있다. 작전을 잘 안 낸다는 것이다. 감독이 내리는 사인은 대부분이 거짓이었다. 나는 반대로 과감하게 사인을 냈다. 잘 먹혀들어갔다.

▲ 박종호 감독은 초등학교 감독 때 가르쳤던 제자 박종욱 감독의 이야기를 하나라도 놓칠세라 귀를 기울였다.

- 대만이 경계 1순위인 것은 맞지만 다른 팀들도 만만히 봐서는 안될 것 같다.

: 그렇다. 4년 전 대만을 이겨 이제 드디어 미국으로 향하나 싶었는데 홍콩에 잡혔다. 절대로 긴장을 늦춰서는 안된다. 뉴질랜드, 필리핀 등은 한 수 아래이지만 홍콩, 사우디아라비아, 인도네시아 등도 잘 살펴놔야 한다. 리틀야구는 그 지역에 살면 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인도네시아는 일본팀,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국팀이라 봐도 무방하다.

한국은 심재학, 조경환, 김경원이 주축이던 1985년 LLWS에서 우승한 이후 28년간 미국행 비행기를 타보지도 못했다. 늘 대만이 한국의 발목을 잡았다. 지난해 지역예선 준결승에서 대만을 9-2로 물리쳤고 결승에서 홍콩을 11-0으로 제압했다. 29년 만에 본선에 오르자 그 기세를 몰아 단숨에 우승까지 거머쥔 한국이다.

◆ 소통-룰 숙지, ‘여우’ 박종욱이 전수하는 노하우

본격적인 노하우 전수가 시작됐다. 키워드는 ‘소통’과 ‘룰 숙지’였다. 박종욱 감독은 황상훈 코치(서울 서대문구 감독), 박근하 코치(당시 서울 강동구 감독)와 찰떡궁합을 과시하며 높은 평가를 받았다. 주루는 황 코치에게, 수비는 박 코치에게 권한을 각각 위임했다. 인터뷰 때마다 박종욱 감독은 자신을 낮추며 황상훈 코치와 박근하 코치를 치켜세웠다.

▲ 박종욱 감독은 자신의 경험담을 아낌없이 들려줬다. 특히 투구수 관리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

- 박종욱 감독의 지도력에는 황상훈, 박근하 코치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다.

: 혼자서 결정한 것은 없었다. 나와 막내인 박 코치의 나이차가 네 살이었다. 모든 결정을 머리를 맞대고 셋이서 함께 했다. 독단적으로 판단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 반면 이번 대표팀은 나이차가 꽤 크다. 박종호 감독과 막내 정찬민 코치는 스무살차다.

: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투수 코치는 정찬민(36) 경기 구리시 감독이, 수비 코치는 엄범석(39) 서울 광진구 감독이 각각 맡는다. 두 코치가 선발전에서 정말 잘 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믿음이 가는 지도자들이다. 두 코치가 잘 할 수 있게 내가 적극적으로 도와야 하는 처지다.(웃음)

박종욱 감독은 ‘여우’로 불렸다. 투구수 관리가 신의 경지에 이르렀다. 리틀야구에서는 투구수가 20개 이하일 땐 연투가 가능하고, 21~35개는 하루 휴식, 36~50개는 이틀 휴식, 51~64개는 사흘 휴식, 66~85개는 나흘 휴식을 각각 취해야 한다. 아시아-퍼시픽 예선서 대만이, 월드시리즈에서 일본과 미국이 무리한 투수 운영으로 자멸한 것과는 확연히 차이가 났다.

- 박종욱 감독의 투수 기용이 극찬을 받았다. 교체 시점이 어찌나 잘 맞던지.

: 운이 좋았을 뿐이다. 이번만 막아주면 되는데 하면 신기하게도 투수들이 이닝을 마쳐줬다. 계산대로 가니 이길 수 있었다.

: 룰 미팅을 제대로 한 번 가져야겠다. 룰 하나가 변수로 작용하겠다.

: 맞다. 베이스에서 리드를 할 수 없다는 점, 경기장 규격이 작다는 점 등을 알고 철저하게 준비하셔야 한다. 투구수는 직접 나서서 관리하셔야 한다. 한 경기가 중요한 게 아니니까, 멀리 내다보고 접근하셨으면 좋겠다.

▲ 박종호 감독이 방배초등학교 감독으로 재임할 때 박종욱 감독이 야구를 시작했다. 사제지간은 어느덧 노하우를 공유하는 동료 지도자가 됐다.

- 덧붙일 노하우는 없나. 경기 외적인 것도 있을텐데. 

: 번트로 진루시키는 것도 쉽지 않다. 주자를 소중히 여기고 절대 무리하지 않았으면 한다. 본헤드 플레이가 나오면 큰일 난다. 사실 작년보다 2013년 멤버가 더 좋았는데 실수 한방으로 낭패를 봤다.

: 좋은 조언이다.

: 대만전, 일본전 등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는 선수단을 휘어잡을 필요도 있다고 본다. 각 팀에서 잘 하는 선수들끼리 모이다보니 다들 우쭐한 것도 있다. 미국처럼 마냥 풀어놔서는 안 된다.(웃음) 또... 식사 잘 하시고 건강관리에 신경쓰셔야 한다.

: 고맙다. 일본전은 나중 일인데...(웃음) 일단은 아시아 예선을 통과해야 한다. 한 경기 한 경기 차분히 풀어나가겠다.

◆ 제2의 황재영, 최해찬은 누구인가

지난해 황재영은 마운드에서는 ‘특급 에이스’였고 타석에서는 ‘공포의 3번타자’였다. 월드시리즈 5경기에 등판해 10.1이닝 19탈삼진 1실점하며 상대 타선을 무력화시켰다. 일본과 푸에르토리코를 상대로는 각각 아치를 그려 캡틴다운 존재감을 과시했다. 1번타자 최해찬은 아시아-퍼시픽 예선에서 홈런 3방을 때려냈다. 월드시리즈 일본전에서도 우측 담장을 넘기는 투런포를 날려 야구팬들에게 '리틀 박병호'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결승전 마지막 투수로 우승 순간을 만끽하기도 했다.

- 황재영, 최해찬이 슈퍼스타였다. 이번 대표팀에서 그런 역할을 기대하는 선수는.

: 황재영, 최해찬처럼 해줘야 할 선수들이 잘 해주니 경기가 쉽게 풀렸다.

: 우리도 그런 선수가 나타나야 할 텐데 말이다. 투수가 약해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 투수진의 키를 쥔 선수는 누구인가.

: 강효종(일산 서구)이 잘 던져줘야 한다. 조범희(서울 노원구)가 제구력을 얼만큼 잡느냐가 관건이 될 것 같다. 타선에서는 안제현, 최선(이상 용인 수지구), 김재두(서울 노원구)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송하늘(하남시)이 안방을 잘 지켜주기를 바라고 있다.

: 마포구에서 최해찬은 4번을 쳤던 선수다. 발은 빠르지 않지만 저는 가장 잘 치는 타자를 1번에 두는 전략을 택했다.

: 박 감독의 신통함을 이어받아야 하는데 말이다.

- 타순 구상은 마쳤나.

: 아직 파악이 제대로 안 됐다. 선발전에서 세 경기를 치러본 것이 전부다. 포수 보는 친구가 외야로 가고, 내야가 외야로 갔다. 외야수 전문이 없는 상황이다.

: 그럴 수 있다. 안동환(서울 동대문구)의 경우 팀에서는 유격수였는데 외야로 뺐다. 대신 안정감을 보인 박지호(서울 서대문구)를 유격수로 기용한 점이 적중했다. 수비에 중점을 두고 하나하나 잡다보면 될 것같다.

- 대회가 열리는 경기장이 맨땅이라 들었다. 이것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 그래서 인조잔디가 깔린 장충구장이 아닌 흙바닥인 구리주니어야구장에서 훈련하기로 했다. 아직 한 달 반가량 남았으니 기습 번트, 수비 등 단기전에서 효과를 발휘할 전술 등을 집중적으로 다져야겠다.

- 마지막으로 강조할 한마디가 있다면.

: 아시아-퍼시픽 예선이 더 어려울 수 있다. 첫 관문을 통과해 미국으로 건너가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한국 수준이면 세계 4강권 진입이 충분히 가능하다.

: 대만도 철저히 준비하겠지만 우리라고 가만히 있겠나. 한국의 목표는 월드시리즈 2연패다.

국가대표팀에 승선한 선수들은 다음달 3일 개막하는 남양주 다산기대회부터는 국내대회에 나서지 않는다. 리틀연맹 측이 부상 방지 차원에서 이같이 권장했기 때문이다. 다음달 초부터 본격적인 훈련에 돌입한다. 오는 7월초 중국 구이린으로 이동해 아시아-퍼시픽 예선을 치른다.

▲ 1년 전의 영광을 재현할 12세 이하 한국 리틀야구대표팀. [사진=한국리틀야구연맹 제공]

■ 12세 이하 한국 리틀야구대표팀(동서울대표팀) 

△ 감독 = 박종호(경기 일산 서구)
△ 코치 = 엄범석(서울 광진구) 정찬민(경기 구리시)
△ 선수 = 강효종(일산 서구) 김재두(서울 노원구) 박윤오(경기 구리시) 송하늘 최종인(이상 경기 하남시) 유한신 오상우(이상 경기 양평군) 안제현 최선(이상 경기 용인 수지구) 윤영진(서울 서대문구) 조범희(경기 의정부시) 전재성(서울 강동구) 안재연(서울 광진구)

[취재 후기] 본래 정상은 오르는 것보다 수성하는 것이 더 어려운 법. 지난해 지긋지긋한 대만 징크스를 깨고 29년 만에 한풀이 우승을 했으니 미국 본선 스테이지에 한국이 빠지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 일이 됐다. 태극 야구소년들이 다시 한 번 그날의 감동을 선사해주기를 바란다.

sportsfactory@sportsq.co.kr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관련기사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