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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스 와인-뷰캐넌 인사, 사랑받는 이방인들 [프로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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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스 와인-뷰캐넌 인사, 사랑받는 이방인들 [프로야구]
  • 민기홍 기자
  • 승인 2020.07.24 16: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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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반환점을 향해 가는 2020 신한은행 쏠(SOL) KBO리그(프로야구)는 올해 들어 처음으로 한국을 찾은 이방인들 덕분에 훈훈함을 자아내고 있다. 맷 윌리엄스(55‧KIA 타이거즈) 감독과 데이비드 뷰캐넌(31‧삼성 라이온즈)이 그 주인공이다.

기아를 이끄는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300홈런 강타자 맷 윌리엄스 감독은 ‘와인 투어’ 중이다. 상대팀이 바뀔 때마다 상대 사령탑의 이름을 한글로 새긴 와인을 한 병씩 선물해 시선을 끌었다. 자신을 격의 없이 맞아준 ‘동반자’들에게 감사함을 전하기 위함이다.

KBO리그 최고령 지휘자인 류중일 LG(엘지) 트윈스 감독의 이야기가 계기가 됐다. 류 감독은 지난 5월 말 광주에서 윌리엄스 감독을 찾아 티타임을 갖고, 3연전 첫 날 안부를 주고받는 한국프로야구의 문화를 귀띔했다. 감독 간 교류가 전무한 미국과 다르다. 윌리엄스 감독은 이후 인사 차원에서 선물을 돌리게 됐다.

최원호 감독대행(왼쪽)과 윌리엄스 감독.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한국 문화를 존중한다는 느낌을 주는 윌리엄스 감독이다. 지난해 11월 입국한 첫 날 조계현 KIA 단장과 사우나에 가서 때를 밀었고, 첫 끼로 라면에 만두를 먹은 바 있다. 시즌 초 약체라는 예상까지 엎고 순위(4위)까지 끌어올렸으니 KIA 팬들은 흐뭇할 수밖에 없다.

이제 야구팬들의 관심은 나머지 감독들의 답례품으로 향하고 있다. 오고가는 정이 전통인 한국에서 토종 사령탑들은 저마다 신박한 아이디어를 내 윌리엄스 감독을 웃게 하고 있다.

최원호 한화 이글스 감독대행이 연고 충청도의 특산물 금산 인삼으로 만든 술을 건넨 게 시작이었다. 이강철 KT 위즈 감독은 연고의 명물 수원 왕갈비를 대접했다. 충남 출신 손혁 키움 히어로즈 감독은 고향의 무형문화재 소곡주를, 허삼영 삼성 라이온즈 감독은 경북 청도 감으로 제작한 와인을 각각 전달했다.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은 디펜딩 챔피언답게 우승 기념 소주를 준비했다.

이제 류중일 감독, 허문회 롯데 자이언츠 감독, 염경엽 SK 와이번스 감독(병상) 혹은 박경완 감독대행이 남았다. 과연 윌리엄스 감독과 어떤 교류가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전준우에게 허리를 90도로 굽혀 인사하는 뷰캐넌. [사진=MBC스포츠플러스 방송화면 캡처]

 

삼성의 선전을 이끌고 있는 뷰캐넌도 화제다. 지난 20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롯데전 7회초, 1사 주자 없는 가운데 그는 전준우의 머리 쪽으로 향하는 공을 던졌다. 전준우가 몸을 뒤로 젖히며 넘어질 정도로 아찔한 장면이었다.

흙을 털고 일어난 전준우를 향해 뷰캐넌은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감독 간 인사처럼 미국에선 접할 수 없는 문화. 어떤 고의적 의도도 없었던, 빈볼이 아닌 걸 인지한 전준우는 뷰캐넌의 매너에 활짝 웃었다.

뷰캐넌은 한동안 이어진 삼성의 외국인 투수 잔혹사를 청산했다. 13경기에 등판해 8승(평균자책점 3.36)을 거뒀는데, 이 페이스라면 지난해 벤 라이블리, 저스틴 헤일리, 덱 맥과이어 셋이 거둔 승수(13승)를 넘어설 전망이다.

삼성이 선전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는 뷰캐넌. [사진=스포츠Q DB]

 

게다가 뷰캐넌은 더그아웃에서 익살맞은 행동으로 에너지를 불어넣는 팀 플레이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아내가 떠난 뒤 수훈선수 인터뷰에서 눈물을 쏟았는데 이후 기죽은 모습을 보여 미안하다며 선수단에게 초밥도 한 턱 쐈다.

활동무대의 문화를 존중하는 외국인 윌리엄스 감독과 뷰캐넌. 실력까지 갖췄으니 당분간 KIA, 삼성팬들은 이들을 두고 “여권을 뺏어야 한다”고 주장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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