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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슨 러셀-모두 바로우, 빅리거 품격이란 [SQ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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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슨 러셀-모두 바로우, 빅리거 품격이란 [SQ포커스]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0.07.29 1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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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이름값이 모든 걸 장담해주는 건 아니지만 절대 무시할 수도 없는 게 현실이다. 키움 히어로즈 에디슨 러셀(26·미국)과 전북 현대 모두 바로우(28·감비아)를 보면 그렇다.

러셀은 28일(한국시간)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2020 신한은행 SOL(쏠) KBO리그(프로야구) 방문경기에서 선발 출장, 4타수 2안타 1사구 2타점 1득점으로 팀의 6-2 역전승을 견인했다.

대체 외국인 선수로 큰 기대 속에 한국땅을 밟은 그는 적응이란 단어를 어색하게 만들며 키움 팬들의 기대감을 부풀렸다.

 

키움 히어로즈 에디슨 러셀이 28일 두산 베어스와 KBO리그 데뷔전에서 4타수 2안타 2타점 맹활약했다. [사진=스포츠Q DB]

 

키움은 테일러 모터와 함께 시즌을 시작했지만 1할대 타율에 그치며 결국 짐을 쌌다. KBO리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개막을 한 달 반이나 미뤘는데 외국 상황은 상황이 훨씬 심각했다.

외국인 선수를 데려오는 게 쉽지 않았다. 제대로 메디컬 테스트를 하기도 쉽지 않고 입국 후에도 자가격리 기간을 거쳐야 하기 때문. 이로 인해 시간도 지연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키움은 과감히 교체를 택했다. 그 주인공은 더욱 놀라웠다. 미국 메이저리그(MLB) 올스타 출신 에디슨 러셀이었기 때문. 연봉도 53만 달러(6억3430만 원)로 크게 부담스럽지 않았다.

러셀은 2015년 1라운드에 시카고 컵스의 지명을 받고 MLB에 데뷔해 지난해까지 뛰었다. 통산 타율은 0.242로 높지 않았지만 60홈런 253타점으로 한 방을 갖춘 뛰어난 수비의 유격수였다. 2016년엔 타율 0.238 21홈런 95타점으로 맹활약하며 시카고 컵스의 월드시리즈 우승 한을 푸는데 한몫했다.

그러나 전처를 학대하고 폭력을 가했다는 혐의로 2018년 MLB 사무국으로부터 40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고 올 시즌 팀을 찾지 못한 상황에서 코로나19로 인해 입장이 더욱 난처해졌다. 나이도 많지 않아 여전히 MLB에서 활약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췄지만 외국인 타자가 필요한 키움과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

 

러셀(오른쪽)이 28일 두산전 9회초 적시타를 터뜨리고 오윤 코치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긴 기다림 끝에 키움 유니폼을 입은 러셀은 감각 회복을 위해 나선 퓨처스리그 2경기에서 6타수 5안타 맹타를 휘둘렀다. 28일 두산전에선 3번 타자 유격수로 등장했는데, 0-2로 뒤진 6회초 무사 1루 안타로 동점의 발판을 만들었다.

팀이 3-2로 역전한 9회초 장면은 이날 경기 하이라이트였다. 두산 벤치는 1사 2,3루에서 타석에 김하성이 나서자 고의4구를 지시했다. 김하성 거르고 러셀, 이른바 ‘김거러’. 병살 플레이를 위한 포석이었지만 러셀 입장에선 ‘피가 거꾸로 솟을’ 만한 일이었다. 빅리그 출신인 자신을 무시한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

1사 만루에 타석에 나선 러셀은 두산 이형범을 상대로 초구를 노려 2타점 쐐기 적시타를 때려냈다. 

태도도 완벽했다. 자신의 타석에 앞서 고의4구가 나온 것에 대해서도 의연히 대처하며 상대팀의 결정을 존중했다. 팀원들을 존중하면서도 그 사이에서 튀지 않고 잘 녹아들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손혁 감독도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또 한 명의 빅리거 출신이 있다. K리그 전북 현대의 모두 바로우. 바로우(28·감비아) 스웨덴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 자리 잡았다. 스완지 시티, 노팅엄 포레스트, 블랙번 로버스, 리즈 유나이티드와 레딩FC에서 뛰었다. 특히 1부 소속 스완지에서 기성용과 함께 뛰며 호흡을 맞추기도 했다.

 

전북 현대 새 외국인 선수 모두 바로우는 데뷔전에서 단 16분만 뛰고도 강렬한 임팩트를 남겼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지난 26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1 FC서울전에서 후반 교체 투입된 바로우는 16분 만에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특히 스피드가 발군이었다. 왼쪽 측면 공격수로 나선 바로우는 서울의 수비 뒤로 공을 쳐놓은 뒤 압도적인 스피드로 돌파를 했다. 단 한 장면만으로 K리그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왼발을 활용한 정교한 패스와 크로스 또한 기대감을 자아냈다.

다른 어떤 구단보다도 적극적으로 움직인 덕에 러셀과 바로우를 데려올 수 있었다. 코로나 시국이라는 특수성도 한 몫 했다. 갈 곳이 마땅치 않은 이들을 사로 잡을 수 있었던 행운도 따른 것. 이와 함께 더 큰 꿈을 품을 수 있게 된 두 구단이다.

나아가 이들의 합류는 팬들을 경기장으로 불러들이는데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KBO리그와 K리그는 최근 관중 입장을 허용했다. 아직은 전체 수용 좌석의 10% 수준에 불과하지만 점차 확대될 계획. 데뷔전에서 강렬한 임팩트를 남긴 이들이 성적은 물론이고 흥행 몰이에도 큰 영향을 줄 것이라는 기대를 가져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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