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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체육회, 최숙현 사건 후속대처 '합리적 단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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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체육회, 최숙현 사건 후속대처 '합리적 단호함'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0.07.30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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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대한체육회가 고(故) 최숙현 선수 사건 후속대응에서 단호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핵심 가해 혐의자 김규봉 경주시청 감독과 선배 장윤정이 영원히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종목에서 지도자 혹은 선수로 나설 수 없게 됐다.

동시에 대한철인3종협회를 관리단체로 지정, 내부 문제점을 소상히 살피고 정비할 계획이다. 최숙현 선수 아버지 최영인 씨 바람대로 사건과 관계없는 선수나 지도자들이 이번 일로 생계에 타격을 입지 않도록 방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가 마련된 셈이기도 하다.

대한체육회는 29일 서울시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스포츠공정위원회에서 “철인3종 폭력 사건 관련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 재심의 결과, 혐의자 3인에 대한 재심 신청을 모두 기각한다”고 발표했다.

대한철인3종협회는 지난 6일 공정위를 열고 김규봉 감독과 장윤정을 영구제명하고 김도환에 10년 자격 정지 처분을 내렸다. 가해 혐의자 3명이 재심의를 신청, 감경을 원했지만 대한체육회 공정위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29일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는 고 최숙현 선수 핵심 가해 혐의자 3명의 재심 청구를 기각했다. [사진=연합뉴스]

김병철 공정위원장은 “혐의자 3명에게 소명 기회를 부여했지만 모두 참석하지 않았다”며 “3명이 제출한 소명 자료와 그동안 확보한 증거, 진술, 조서 등을 심도 있게 검토해 종합적으로 판단했다”고 전했다. 더 이상 가해 혐의자 3명은 소명할 기회가 없다.

최숙현 선수는 고교생 시절과 경주시청 소속이던 때 김규봉 감독과 팀 닥터로 불린 운동처방사 안주현 씨, 선배 장윤정과 김도환 등에게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호소했다. 고인은 지난 2월부터 6월까지 경주시청, 경·검찰, 대한체육회, 협회 등에 피해 사실을 고발했지만 제대로 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좌절한 그는 6월 26일 세상을 떠났다.

최숙현 선수는 일기와 녹취록 등 가혹행위 증거를 남겼고, 추가 피해자와 목격자들도 용기를 내면서 진상 조사에 탄력이 붙었다. 가해 혐의자 대부분이 여전히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숱한 증거와 정황이 그들의 민낯을 증언하고 있다.

스포츠공정위원회 규정 제24조에 따르면 ‘징계 혐의자의 징계 사유가 인정되면 관계된 형사사건이 유죄로 인정되지 않았거나, 수사기관이 이를 수사 중이라고 해도 징계처분을 내릴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단 대한체육회에 등록한 적 없는 운동처방사 안주현 씨는 공정위에서 처벌할 수 없다. 현재 구속된 채 조사를 받고 있다. 

김병철 공정위원장은 “공정위는 ‘어떤 경우라도 폭력은 용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어렵게 진술하며 공정위에 협조한 여러 선수를 위한 2차 피해 대책을 신속하게 강구해야 한다고 체육회에 건의했다. 또 지금도 발생하고 있을지 모르는 폭력 사태를 막고, 재발 방지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철인3종경기 선수들이 대한철인3종협회의 준가맹단체 강등을 반대를 요구하는 가운데 최숙현 선수의 아버지 최영희(오른쪽) 씨도 뜻을 같이 했다. [사진=연합뉴스]

연합뉴스에 따르면 최숙현 선수 아버지 최영희 씨는 공정위 결과를 접한 뒤 “당연히 나와야 하는 결과가 나와서 다행스러우면서도 딸 생각에 가슴이 먹먹하다”고 밝혔다.

최 씨는 “김규봉 감독과 선수들도 사실 자신의 잘못을 알고 있지 않은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재심의를 신청하면서도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최)숙현이가 그렇게 세상을 떠난 뒤 추가 피해자들이 나왔다. 당연히 가해 혐의자들은 처벌을 받아야 한다. 숙현이의 억울한 사연을 세상에 알려준 많은 분과 용기 내 증언해준 동료들에게 고맙다. 이런 결정을 내려준 공정위에도 감사 인사를 하고 싶다”고 했다.

최 씨는 대한체육회 공정위 전 열린 이사회에 앞서 “대한체육회가 대한철인3종협회를 준가맹단체로 강등하는 건, 숙현이가 원하는 게 아니다. 숙현이는 남은 동료들이 좋은 환경에서 훈련하길 바란다”는 뜻을 알리기도 했다.

대한체육회 이사회는 최 씨와 선수들 바람대로 협회를 ‘준가맹단체’로 강등 처리하는 대신 관리단체로 지정했다. 기존 임원은 모두 해임하고, 대한체육회가 구성하는 관리위원회가 협회를 운영한다.

이사회가 끝난 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철인3종협회를 체육회 관리단체로 지정한다. 고(故) 최숙현 선수 사안의 책임 소재를 더 분명히 하자는 의미”라며 “선수에게 2차 피해가 있을 수 있다. 관리단체로 지정해 철인3종협회 내부 문제점을 소상히 살피고 정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이사회에서 "대한철인3종협회를 관리 단체로 지정한다"며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내놓겠다고 약속했다. [사진=연합뉴스]

체육회 정식 가맹단체인 대한철인3종협회가 준가맹단체로 강등되면 인건비, 경기력 향상지원금이 크게 준다. 준가맹단체로 격하되면 체육회로부터 지원받는 인건비가 2억3000만 원에서 3500만 원, 경기력 향상 지원금은 1억4200만 원에서 8200만 원으로 삭감된다. 국제대회 출전 지원금도 받기 어렵다.

철인3종경기 선수와 가족, 지도자들은 “협회가 준가맹단체로 강등되면 실업팀 해체 등 악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호소했고, 최숙현 선수의 아버지 최 씨도 뜻을 같이 했다.

대한체육회가 후속 대응을 잘하고 있지만 여전히 ‘최숙현 선수 사망 사건’을 방조했다는 측면에서 비판을 피할 수는 없다. 체육계 자조 및 반성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 이유다.

이기흥 회장은 “대한체육회 내 자성의 목소리도 나왔다. 올해로 대한체육회가 100주년을 맞았다. 조직 문화를 바꿔서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게 하겠다”며 체육회가 자체적으로 내놓을 방지책에 대해서는 “논의하고 있다. 기다려 달라”고 했다.

체육회는 이날 이사회에서 스포츠 폭력 추방 대책을 논의했다. 앞으로 (성)폭력 등 문제가 적발된 팀은 전국체전에 5년간 출전하지 못하게 하고, 가해자의 혐의가 사실로 판명되면 ‘원 스트라이크 아웃’ 룰을 적용해 엄중 처벌하는 등 방안이 도입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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