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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유관중 전환 의미, 장마가 무색한 진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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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유관중 전환 의미, 장마가 무색한 진풍경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0.08.03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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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K리그(프로축구)가 마침내 팬들 곁으로 돌아왔다. 1, 2일 이틀에 걸쳐 열린 2020 하나원큐 K리그1·2(1·2부) 11경기는 올 시즌 처음으로 유관중 체제로 치러졌다. 개막 3개월 만의 관중 입장 허용 소식에 팬들은 장마로 인한 궂은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K리그1 14라운드, K리그2 13라운드가 열린 대부분의 구장에 비가 내렸지만 응원하는 구단의 시즌 첫 홈경기를 즐기려는 팬들로 경기장은 썰렁할 틈이 없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에 따르면 1일 열린 K리그1 3경기, K리그2 3경기에 총 7242명의 관중이 들어 68.9%의 좌석 점유율을 기록했다. 장마 속에도 적잖은 열성 팬들이 축구장을 찾았다는 방증이다. 특히 인천에선 마련된 1929석 중 1865석이 채워졌다. 무려 96.6%의 좌석 점유율이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감염 및 확산 우려 탓에 철저한 방역 매뉴얼을 준수해야 했다. 구장 수용인원의 최대 10%밖에 들어갈 수 없는 등 많은 제약이 따랐지만 앞으로 입장 비율을 높여도 될 것이란 기대감을 자아내기엔 충분했다. 관중이 들어서자 비로소 K리그 현장이 완성됐다.

K리그 인스타그램 관리자를 '오열'하게 만든 전북 팬들의 '오와 열'.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오와 열’ 잘 지켜 나온 이색 광경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유관중 전환을 앞둔 지난달 29일 좌석 간 거리두기 최소기준을 기존 ‘전후좌우 1좌석씩 이격’에서 ‘전후좌우 2좌석 또는 1m 이상 이격’으로 강화했다. 앞서 관중을 받기 시작한 KBO리그(프로야구)에서 롯데 자이언츠가 관중석 일부 구역만 개방하는 바람에 1루 쪽에만 1000여명 가량의 팬이 몰려 논란이 된 바 있다.  

K리그 각 구단은 연맹이 3월 첫 코로나 관련 지침을 내놓은 이래 5번째 수정해 배포한 매뉴얼에 따라 홈경기를 준비했고, 팬들은 관련 지침을 비교적 잘 준수하며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줬다. 그 결과 관중석에 조금씩 오차는 있었지만 팬들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자리하는 진풍경이 발생했다.

K리그는 공식 인스타그램에 전북 현대와 포항 스틸러스의 맞대결이 열린 전주월드컵경기장에 입장한 팬들의 사진을 게재하며 “‘오와 열’을 잘 지키는 여러분들 덕에 인스타지기 ‘오열’중”이라며 감탄했다. 이날 전주에는 비를 뚫고 2959명의 관중이 찾았다.

성남FC와 FC서울이 격돌한 경기도 성남 탄천종합운동장 역시 팬들이 오와 열을 반듯이 맞춰 앉았다. 기존 응원가 대신 박수와 육성 응원이 경기장을 채웠다. 대구FC의 홈구장 DGB대구은행파크의 상징과 같은 발 구르기 응원처럼 당분간 박수와 발 구르기를 활용한 응원이 주요 응원 문화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수용 규모의 5% 좌석만 개방해 매진된 부산 구덕운동장.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오는 8일 전북 현대와 홈경기 티켓은 예매 개시 2분만에 매진됐다. [사진=대구FC 제공]

◆ 장마도 무색, 부산-대구 매진됐다

승격팀 부산 아이파크와 K리그1 선두 울산 현대는 2일 부산 구덕운동장에서 만났다. 부산이 2015년 이후 5년 만에 처음으로 홈 팬들 앞에서 K리그1 경기에 나선 순간이다. 이날 구단이 준비한 좌석은 모두 팔려 K리그2에서 최고 인기구단으로 꼽혔던 부산의 위용을 실감케 한다.

이날 부산-울산 경기에는 총 586명이 입장했다. 부산은 수용인원(1만2349석)의 5% 좌석만 준비했다. 골대 뒤 홈 서포터즈석을 개방하는 대신 동측과 서측만 열어 팬들을 맞았다. 일반 예매로 마련한 574석은 개시 20분 만에 매진됐다.  

앞서 대구도 다가올 8일 전북과 시즌 첫 홈경기 티켓이 2분 만에 매진됐다고 알렸다. 1일 오후 2시 예매가 시작됐는데 “2분 만에 전석(1200석) 매진됐다”며 “당일 현장매표소에서는 티켓을 구매할 수 없으며 온라인 예매 티켓 교환만 가능하다”고 전했다. 지난 시즌 DGB대구은행파크 개장 후 평균관중 1만 명 이상 동원하며 K리그 신흥 인기구단으로 떠오른 대구답다.

인천 유나이티드는 팬들에게 편지를 돌렸다. [사진=인천 유나이티드 공식 인스타그램 캡처]
인천과 광주의 맞대결이 열린 인천축구전용구장.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팬들에게 편지 돌린 인천

올 시즌 K리그1·2 통틀어 현재까지 승리가 없는 유일한 팀 인천 유나이티드는 1일 첫 홈경기를 맞아 팬들에게 편지를 돌렸다. 

이날 수용 규모의 10%인 1900석이 지정석으로 준비됐고, 자리마다 편지가 놓여졌다. 편지에는 선수단이 전한 메시지와 함께 선수들이 직접 남긴 친필 사인도 곁들여졌다.

인천은 편지에서 “팬 여러분 이렇게 다시 만나 뵙게 돼 반갑습니다. 올 시즌 내내 저희 선수단 모두 팬 여러분과 다시 만날 그날만을 바라보고 기다렸습니다”라며 "그리고 바로 오늘 이렇게 다시 팬 여러분과 함께 할 수 있어 너무 기쁩니다. 이제 저희는 든든한 우리의 지지자와 함께 반전의 서막을 알리고자 합니다. 우리 인천은 팬 여러분들이 있기에 강합니다. 인천의 2020시즌은 이제 시작입니다. 많은 응원을 부탁드립니다”라고 썼다.

인천은 비록 이날 아길라르의 선제골을 지키지 못하고 광주FC에 1-3 역전패를 당했지만 팬들을 향한 고마운 마음만큼은 확실히 전했다.

아직까지 많은 제약이 따르긴 하나 K리그 현장이 팬들과 함께하게 되면서 비로소 마지막 퍼즐을 끼우게 됐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경기장을 방문한 팬들은 발열 체크에 이중으로 따라야 했고, 음식물을 반입하거나 응원가를 제창하는 것도 금지됐다. 좌석에서 마스크를 벗거나 거리두기 지침을 따르지 않을 경우 진행요원이 다가가 제지했다. 티켓은 모두 온라인 등 사전 예매만 가능했으니 이전과 달리 많은 제약이 따랐다. 

성남전 결승골을 넣은 윤주태(FC서울)는 “오랜 만에 팬들을 보면서 경기할 수 있게 된 데 설렜고 감사했다. 확실히 경기력도 더 나오는 것 같고, 힘이 되는 것 같다”고 밝혔다. 많은 불편함을 감수해야 했음에도 지난 주말 K리그 현장은 프로스포츠는 결국 팬들과 함께할 때 의미가 생긴다는 사실을 다시 각인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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