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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의지 울린 최용제, 포수왕국 두산의 위엄 [SQ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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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의지 울린 최용제, 포수왕국 두산의 위엄 [SQ포커스]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0.08.03 18: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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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김경문, 김태형, 진갑용, 홍성흔, 양의지 그리고 박세혁.

두산 베어스가 배출한 걸출한 포수들이다. 두산이 ‘포수 왕국’으로 불리는 이유를 방증한다.

지난해 리그 최고 포수 양의지가 FA로 NC 다이노스 유니폼을 입으며 두산에 위기가 찾아올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박세혁의 맹활약으로 6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여기에 중고신인 최용제(28)까지 깜짝 등장했다. 선두 NC 다이노스와 주말 3연전에서 연이틀 결승점에 관여하며 두산의 새로운 스타로 떠올랐다.

 

두산 베어스 포수 최용제가 박세혁이 부상으로 빠진 사이 깜짝 등장하며 팀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홍익대 졸업 후 2014년 육성선수로 두산 유니폼을 입고 2016년 데뷔한 최용제는 올 시즌 전까지 1군에서 단 4경기 출전이 전부였다.

양의지, 박세혁 등 쟁쟁한 자원들의 존재로 인해 일찌감치 상무에 입대했던 최용제는 전역 후에도 대부분 퓨처스리그에서 시간을 보냈다. 퓨처스리그 활약도 눈부실 정도는 아니었다. 타율 0.246에 그쳐 기대가 크지 않았다.

양의지의 자리는 박세혁이 메웠다고 하지만 백업 포수 자리라면 최용제에게도 도전의 기회가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올 시즌을 앞두고 영입한 베테랑 정상호, 최용제보다 좀 더 어린 장승현에게 먼저 기회가 주어졌다.

그러나 무너지라는 법은 없었다. 박세혁이 부상을 당해 경기 출전이 쉽지 않은 가운데 장승현이 부진하자 최용제에게 기회가 돌아온 것.

지난 1일 NC전 4년 만에 타석에 선 최용제지만 그 누구보다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4-4로 맞선 8회초 2사 1,2루에서 NC 마무리 배재환의 공을 받아쳐 좌중간 싹쓸이 3루타를 날렸다. 벤치에서 지켜보던 선배들과 코칭스태프들은 흐뭇한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반면 NC 측에선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최용제(오른쪽)는 최근 2경기에서 모두 결승점에 관여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사진=연합뉴스]

 

 

연장 10회초에도 무사 1,2루에 들어선 최용제는 깔끔한 보내기 번트로 승리의 발판을 놨다.

경기 후 이러한 활약을 더 많이 펼치고 싶다던 최용제는 단 하루 만에 다시 마이크를 잡게 됐다.

두산은 9회말 4-4 동점을 만들며 이틀 연속 연장 승부를 이끌고 갔는데, 최용제는 10회말 박세혁을 대신해 포수 마스크를 썼다. 12회 타석에 들어설 기회가 생겼다. 선두 타자로 나선 최용제는 강동연의 속구를 공략해 중전 안타로 출루했다. 하이라이트는 이후였다.

박건우의 좌중월을 때리는 대형 2루타에 홈을 향했다. 다소 아쉬운 타구 판단으로 스타트가 늦었던 최용제는 3루 주루 코치의 사인대로 홈으로 질주했다. 하지만 NC의 빠른 중계 플레이에 공은 이미 포수 양의지의 미트에 들어온 상태. 누가봐도 아웃 타이밍이었다.

그러나 최용제는 슬라이딩 대신 급제동을 걸었다. 슬라이딩을 예상한 양의지가 순간 중심을 잃었고 최용제는 그 사이 딱 한 공간 비어있는 홈플레이트를 발을 바꿔 왼발로 밟았다. 주심의 판정은 세이프.

 

두산 시절 선배였던 국내 최고 포수 양의지(오른쪽)을 상대로 재치 있는 주루 플레이로 결승득점에 성공하는 최용제. [사진=연합뉴스]

 

NC 측에선 당연히 비디오판독을 요청했지만 결과는 변함이 없었다. 흔들린 NC 마운드는 2점을 더 내줬고 결국 우세 3연전을 두산에 내줘야 했다.

최용제는 중계사 인터뷰에서 “홈으로 뛰고 있는데 공이 오는 소리가 들렸다. 슬라이딩을 하면 아웃될 것 같아 쉽게 죽지 않으려고 일단 멈췄다”며 “(양)의지 형이 중심을 잃은 것을 보고 왼발을 내밀었는데 운 좋게 득점으로 이어졌다”고 전했다.

주전 포수로서 홀로 책임을 지고 있는 박세혁의 부담을 덜 수 있는 반가운 소식이다. 타석에서는 물론이고 뛰어난 작전 수행 능력으로 팀에 활력을 불어넣은 최용제다. 최용제의 넘치는 자신감을 좋게 보던 김태형 감독은 “최용제가 100% 이상 자기 역할을 해줬다”고 흡족해 했다.

‘우승 포수’란 타이틀을 얻은 박세혁에게 칭찬보다 잔소리를 더 많이 했던 김태형 감독이다. 포수 출신으로서 아직 성장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이 보였기 때문. 최용제의 등장은 박세혁에게도 긍정적인 자극이 될 수 있다.

마운드가 무너진 가운데서도 두산은 선두 NC에 우위를 보이며 선두 경쟁에 불씨를 당겼다. 마운드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 여전히 포수 왕국이라는 이미지를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 박세혁을 든든히 받치는 최용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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