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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장기장마=겨울야구? KBO 고집이 아쉽다 [SQ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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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장기장마=겨울야구? KBO 고집이 아쉽다 [SQ포커스]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0.08.05 18: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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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역대 최장기 수준으로 길어지는 장마까지. 2020 KBO리그(프로야구)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가을야구를 넘어 겨울야구를 보게 될까.

올 시즌 프로야구는 코로나19로 인해 예정보다 한 달 반 가량 늦게 개막됐다. 그럼에도 KBO는 중계권 계약, 스폰서십 등을 고려해 144경기 체제를 강행하기로 했다.

변화된 시즌 준비 패턴에 제한적인 훈련 환경, 더블헤더와 월요일 경기 등까지 진행되며 부상자가 속출하고 있지만 더 큰 문제는 길고 긴 시즌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른다는 점이다.

 

역대 최장기급 장마로 우천 취소 경기가 늘어나고 있다. 겨울야구라는 말은 더 이상 우스갯소리로 받아들일 수 없게 됐다. [사진=연합뉴스]

 

5일 현재 2020 프로야구는 366경기가 치러졌다. 720경기 가운데 갓 반환점을 돌았다. 문제는 향후 일정이다. 당초대로라면 오는 10월 18일 모든 정규리그 일정이 마무리된다. 그러나 코로나19에 더불어 잦은 비소식은 프로야구에 악재가 되고 있다.

지난해엔 3월 23일 시즌을 시작해 우천 순연 경기 등을 모두 포함해 10월 1일 정규리그 최종전을 치렀다.

하지만 올 시즌은 이보다 보름 가량 더 뒤에 최종전을 치를 예정이었지만 이마저도 계획대로 이뤄질 수 없게 됐다. 

포스트시즌까지 계산하면 지난해엔 한국시리즈가 4경기 만에 마무리됐음에도 10월 26일에서야 모든 일정을 마쳤다.

NC 다이노스와 KIA 타이거즈, 롯데 자이언츠는 71경기로 고척스카이돔을 안방으로 활용해 우천 취소 걱정이 없는 키움 히어로즈(76경기)보다 5경기나 덜 치렀다. 남은 73경기를 단 하루의 휴식도 없이 치를 경우에도 10월 16일에야 일정을 마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불가능하다.

 

김용희 경기감독관(가운데)이 우천 취소 여부를 두고 관계자들과 논의하는 장면. [사진=연합뉴스]

 

예년엔 우천 취소 경기를 추가 편성일에 치렀지만 올해는 특수성을 고려해 더블헤더를 도입했다. 하지만 무더위가 엄습하는 7,8월엔 선수들의 체력 관리와 부상 방지를 위해 월요일 경기를 치른다.

생각대로만 된다면 얼마나 좋겠냐마는 월요일에 예정됐던 5,6월 취소된 13경기 중 더블헤더로 치러진 경기는 절반에 못 미치는 6경기에 불과했다. 7월 들어 상황은 더욱 심각해졌다. 7월 중순 이후 장마가 시작되며 4일까지 우천 순연이 25차례나 더 나왔는데, 월요일 경기로 대체된 건 3경기가 전부였다.

월요일 경기 편성은 상대팀 간 일정을 고려해야 하기에 한 번에 많은 경기가 진행되기 쉽지 않다. 9월 이후 더블헤더를 편성해 일정 지연을 최소화 하는 게 최선이지만 기상청에 따르면 장마는 이달 중순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여 우천 취소는 당분간 더 속출할 예정이다.

설상가상 장마 기간이 끝나더라도 9월, 길게는 10월까지도 태풍의 영향권에 들 수 있다. 폭우만큼이나 위험할 수 있는 태풍이 북상한다면 프로야구는 또 쉬어갈 수밖에 없다.

10월 내에 정규리그를 마치는 것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시리즈가 11월까지 이어진 경우는 있었지만 정규리그가 11월까지 펼쳐진 적은 없었다. 자칫 12월, 함박눈과 함께 야구를 보게 되는 진풍경이 연출될 수도 있다.

 

2017년 10월 26일 열린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두산 베어스 장원준이 찬 기온으로 인해 차가워진 손에 입김을 불어넣고 있다. 올해 포스트시즌에선 이 같은 장면을 수시로 목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야구는 기온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특히 손가락 움직임 하나하나에 민감한 투수들에겐 영하에 가까운 날씨에서 제대로 공을 던지기 어렵다.

아직까지 뚜렷한 움직임이 없지만 상황이 더 악화된다면 KBO리그로서도 대책을 세울 수밖에 없다. 포스트시즌 경기 수 축소와 고척스카이돔 중립경기 등은 이미 고려하고 있는 방편 중 하나다.

다만 이런 변화를 시도한다고 하더라도 문제가 완전히 사라지는 건 아니다. 잦은 더블헤더로 인한 휴식시간 감소와 생활 패턴 변화는 선수들의 컨디션에 작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나아가 부상이 속출할 수 있는 잠재 위험요소라고도 볼 수 있다.

돌이켜봐도 KBO의 결정에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뒤늦게 시작하기는 했지만 메이저리그는 60경기 단축 시즌을 시행했고 프로야구와 비슷한 시기에 개막하고 심지어 날씨 영향도 적게 받는 K리그도 36라운드에서 9경기나 줄여 27라운드로 진행된다. 천재지변과 같은 코로나 변수에 무리하기보다는 완주에 의의를 두겠다는 것이었다.

KBO의 결정이 틀렸다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잦은 우천 취소 등을 보며 걱정이 커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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